세월호 참사 당일 현장지휘함의 임무는 중요했다. 먼저 도착한 헬기들을 지휘해 일사불란하게 구조에 나서야 했다. 서해지방해양경찰청은 그날 오전 9시16분 100t급 소형 경비정인 123정에 현장지휘함 임무를 맡겼다. 123정장 김경일(57) 경위는 ‘현장지휘함’의 역할을 제대로 못했다는 이유로 1심에서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구조 책임자 가운데 유일하게 형사처벌을 받은 것이다.
그런데 구조가 끝날 때까지 123정 승조원들은 123정이 현장지휘함인지도 모르고 있었다. 123정장도 현장에 도착한 9시35분 전까지는 현장지휘함 지정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 어떻게 된 일일까.
이 입수한 검찰 수사자료 등을 종합하면, 검찰에 불려나온 123정 승조원들은 123정이 현장지휘함이었던 사실을 구조 당시엔 몰랐다고 했다. 김 정장에게서도 들은 적이 없다고 했다. 구조 활동이 끝난 뒤 또는 사고 한 달 뒤 감사원 감사를 받을 때에야 비로소 그 사실을 알았다고 했다.
2014년 4월16일 오전 9시 목포해양경찰서 상황실에서 사고 접수를 받고 출동한 뒤 줄곧 김 정장과 조타실에 같이 있었던 최아무개(53) 기관장도 현장지휘함 임무 부여 사실을 몰랐다고 했다. 그는 7월23일 광주지검 2차 참고인 조사 때 “정장으로부터 그런 말을 듣지 못해 123정이 현장지휘함 임무를 부여받았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나중에 감사원 감사를 받으면서 그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출발 뒤 9시10분부터 줄곧 김 정장 옆에서 채증 작업을 한 이아무개(30) 행정팀장도 7월21일 광주지검 2차 참고인 조사 때 “그땐 몰랐고 모든 상황이 끝나고 나서 123정의 정장이 현장지휘관이라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당일 고무단정으로 승객을 직접 구조한 박아무개(37) 안전팀장도 7월14일 광주지검 2차 참고인 조사에서 “고무단정으로 인명 구조가 끝났을 때인 사고 당일 12시 이후에 123정에 탑승해서 누구한테선가 들어서 알게 됐다”고 했다.
서해지방해양경찰청이 9시16분 123정을 현장지휘함으로 지정한 것은 상황정보 문자시스템(코스넷)을 통해서였다. 해경이 국회와 검찰에 제출한 상황정보 문자시스템 자료를 보면, “123정 OSC(현장지휘함) 지정”이라고 나와 있다. 하지만 123정에는 상황정보 문자시스템이 설치돼 있지 않다. 코스넷을 통한 해경의 지시가 123정에 전달되지 않은 것이다.
코스넷을 통하지 않고 현장지휘함 지정을 알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을까. 김 정장은 이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그는 5월22일 감사원 감사에서 “출동하는 도중에 목포해양경찰서 상황실로부터 TRS(주파수공용무선통신)를 통해 123정을 현장지휘함으로 지정하여 임무를 수행하도록 지시가 내려왔다”고 했다. 하지만 해경이 국회에 제출한 TRS 녹취록에는 목포해양경찰서가 123정을 현장지휘함으로 지정한 내용이 없다.
검찰 조사에서 김 정장은 조금 달리 설명한다. “(출동한 뒤) 목포상황실에서 함정폰인지 TRS인지 둘 중 하나로 연락해와 ‘123정 지금부터 현장지휘함 임무 수행하세요’라고 했다. 목포경찰서 상황담당관 조아무개 경감 목소리 같았는데 정확하지는 않다.”(2014년 7월28일 1차 피의자 신문)
하지만 검찰과 감사원 자료를 종합하면, 123정장은 함정 전화로 8시57~58분 두 차례 목포해양경찰서 상황실장과 통화한 뒤 현장 도착 때까지, 9시1분과 9시6분 두 차례 다시 목포해양경찰서 상황실에 전화를 걸어 통화한 것이 전부다. 서해지방해양경찰청이 123정을 현장지휘함으로 지정한 시각은 9시16분이었다. 그 시간 이후, 김 정장이 현장에 도착할 때까지 함정 전화건 TRS건 목포해양경찰서로부터 현장지휘함으로 지정하는 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
구조헬기 연락조차 하지 않은 지휘관사건 당시 김 정장의 행동도 현장지휘함 지정 사실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음을 의심케 한다. 출동 직후 그를 곁에서 지켜본 승조원들은 하나같이 ‘(김 정장이) 특별한 지시 없이 조타실에 서 있었다’고 증언한다. 출동 이후 줄곧 김 정장 옆에 있었던 통신담당 박아무개(43) 항해팀장은 7월29일 광주지검 참고인 조사에서 “정장은 9시7분 이후 도착할 때까지 조타실 내에서 진행 방향의 전방을 주시하면서 별다른 지시 없이 서 있었고 중간중간에 TRS를 통한 교신만 두세 차례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김 정장은 먼저 도착해 있던 구조헬기 511·512호에 연락조차 취하지 않았다. 먼저 도착한 헬기를 통해 세월호 침몰 상황을 확인하고 구조 대책을 수립할 기회를 놓친 것인데, 이는 현장지휘관이라면 했어야 할 기본적인 통신 작업을 하지 않은 결과다.
123정이 현장지휘함인 줄 모르고 연락을 취하지 않은 건 이 헬기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123정이 현장지휘함으로 지정된 사실을 전달받지 못해 서해지방해양경찰청 상황실이 현장을 통제한다고 알고 있었다. 이들 헬기에도 상황정보 문자시스템이 설치돼 있지 않다.
김선식 기자 kss@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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