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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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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연합을 대체하는 것을 목표로”

천호선 정의당 대표와 당원의 만남 “우리나라가 제대로 되려면
보수정당과 진보정당이 구축돼야, 제3당에 머무는 게 목표 아냐”
등록 2015-03-11 14:48 수정 2022-11-08 19:03

정의당은 2012년 창당 이후 1~2%의 당 지지율을 전전했다. 천호선 대표의 말처럼 1~2%는 “정치적으로 (정의당이) 아무 의미가 없다”는 걸 드러낸 수치였다. 정의당의 지지율은 지난해 지방선거를 통과하며 4~5% 수준까지 소폭 올랐다. 통합진보당 강제 해산 이후 유일한 원내 진보정당의 존재감으로는 여전히 미약하다. 그래도 천 대표는 “국민의 눈에 이제 정의당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위안을 삼았다. 신입 당원의 증가도 이어진다고 한다. 22살 강현욱(대학생)씨에게 정의당이 눈에 들어온 것은 지난해 세월호 참사 직후였다. 정당에서 청년의 힘을 보태겠다고 생각한 그는 “(당 문화 등이) 바뀌어가는 곳, 진보하는 곳”이라고 여긴 정의당을 ‘나의 당’으로 선택했다. 정의당은 3월22일 당대회를 앞두고 유럽 복지국가의 이념 토대였던 ‘사회민주주의’(사민주의)를 당의 정체성으로 표기할지에 관한 당내 격론을 벌여왔다. 천 대표는 “(당대회에서) 정의당의 1차 혁신이 마무리되고, 두 번째로 진보 재편을 통해 더 큰 진보정당으로 나아간다면, 세 번째 연말과 내년 초에 야권 지형 자체가 흔들린다면, 네 번째 선거제도 개편이 국민의 지지를 받는 만큼 의석을 차지하는 방향(비례대표제 강화 등)으로 진척된다면 정의당을 포함해 만들어지는 더 큰 진보정당이 내년 총선에서 원내 교섭단체(20석 이상)가 되지 말란 법이 없다”고 기대했다. 그 목표에 도달하기에 앞서 천 대표에 대한 인터뷰에 나선 강현욱 정의당 청년학생위원회 부위원장은 “정의당은 어떤 정당인가요?”란 근본적 물음부터 던졌다.

‘비정규직 정당’ 내세우기로
친구들이 ‘정의당은 어떤 정당이냐’고 많이 묻는데 설명하기가 어렵다. 가장 쉬운 게 유명 정치인, 국회의원 이름을 대는 건데, 이게 우리 당의 정체성이 돼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정의당이 어떻게 설명되길 바라나.

(창당) 2~3년 만에 국민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할 정도로 당의 차별성을 만드는 데 한계가 있다. 시간이 필요하다. 새로운 강령에 사민주의를 넣자는 논쟁도 우리 당이 뭐라고 불릴 것인가에 대한 고민의 연장에서 나온 것이다. ‘너희는 어떤 진보인데?’라는 물음에 답하는 고민은 아직도 당내에서 논의 중임을 솔직히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일단 ‘비정규직 정당’을 우리의 정체성으로 분명히 내세우고 거기에 부흥하는 활동을 해가기로 했다. 노동조합을 조직할 수도 없고, 조직하기도 힘들고, 자기 스스로를 대변하기도 어려운 사람을 대변하는 것이 우리 당의 방향이다.

사담이지만 ‘비정규직 정당’이란 이름과 관련해 당내엔 싫어하는 분도 있다. 안 그래도 당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이름 앞에 비정규직이 붙어 불안해 죽겠다고.

그렇게 볼 수도 있네. 그 생각은 못했는데. (웃음)

사민주의 명기를 두고 논쟁을 길게 이어왔다. 이런 당내 토론을 어떻게 보는가.

정당이 하나의 꿈을 꾸는 팀이라면, 생각의 다양성을 존중하면서도 공동의 목표가 분명해야 한다. 강령에 관한 토론은 내부 통합을 위해 공통분모를 늘려가는 과정이다. 사민주의가 배타적 이념이 아니라 포괄적 노선이라는 주장도 있고, 당과 진보정치 내부에서 사민주의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그렇게 정의당을 규정하는 것은) 우리를 좁히는 측면이 있다는 주장도 있다. 충분히 의미 있는 논쟁이다. 두 주장을 다 담은 긍정적 의미의 타협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대표가 된 뒤 1년 반 정도 지났다. 기존 진보정당의 실패 요인과 대표가 강조한 ‘진보정치 2.0’에 대해 말해달라.

기존 진보정치의 문제는 크게 세 가지다. 하나는 진보정치의 가치와 노선이 시대에 맞지 않게 지체됐다는 점이다. 기존 진보정치가 평등·연대를 많이 얘기했지만 생태 문제에 소극적이었고, 노동 존중은 중요하지만 편협한 노동중심주의에 머물러 있었다. 북한에 대한 태도도 분명하지 않았다. 둘째, 운동권 문화가 정당을 지배하면서 대중적 정당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셋째, 진보정치 내에서 오히려 민주주의가 부족했다. 자기 성찰이 취약했고, 진영 논리가 자기 혁신을 막고 있었다.

‘진보정치 2.0’은 가치와 노선의 현대화, 개방적인 문화, 정파연합 정당을 뛰어넘는 새로운 리더십 구축을 말한다. 이와 관련해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다고 자평한다.

당대회에서 청년 당원 할당 개정안 관철할 것(개방적인) 토론문화가 구축돼가고 있다지만 신입 당원이 의견을 내는 데 제약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1980~90년대 운동권 세대의 정파인) NL(자주파)과 PD(평등파)의 견제와 경쟁 속에서 진보정치 1기가 발전했다면 우리 당은 운동권 이후 세대로 세대교체가 이뤄져야 한다. 당대표가 주관하는 당원 방송을 하는 것도 당원의 전반적인 참여를 높이려는 일환이다.

운동권 세대 이후 젊은 진보정치인을 육성하기 위해 어떤 계획이 있는가.

라는 영화가 있는데, 도발적인 얘기지만 청년을 위한 정치는 없다. 청년들의 투표율이 낮기 때문이다. 청년의 현실이 어려운데, 청년을 위한 정치, 사회활동을 위한 의식적인 당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 3월22일 당대회에서 당의 대의기구 10%에 만 35살 이하 청년 당원을 할당하고, 부대표 4명 중 2명을 청년 당원으로 하는 당헌 개정안을 관철하려 한다.

진보 재편에 대해 궁금하다. 과거 진보 통합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서로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명확히 해야 할 것 같다.

노동당의 경우 통합 논의의 상대인데, 다른 점이 뭔지를 이야기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같은 게 훨씬 많기 때문에 통합하자는 것이다. 정의당이 생각하는 재편의 기준은 이렇다. 첫째, 진보의 가치에 동의하는 사람은 누구나 같이할 수 있다. 둘째, 당내 민주주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셋째, 공존의 문화와 태도를 가져야 한다. 진보 재편은 정의당, 노동당, 국민모임, 노동정치연대 등이 그런 기준을 확인하고 신뢰를 형성하는 과정이 뒷받침되는 게 필요하다. 통합 또는 재편 과정에서 정의당은 하나의 기준이 될 것이다. 정의당보다 더 왼쪽인 노동당도 함께할 수 있고, 우리보다 더 오른쪽인 정동영 전 장관(국민모임) 등이 함께할 수 있는지 검토해봐야 한다. 정동영 전 장관 개인의 실천적 모습은 신뢰하는데, 정 전 장관과 함께하는 분들은 과거에 진보정치를 하지 않은 사람이 많다. 이분들도 우리와 함께할 수 있는지는 질문 상태로 남아 있다.

재편 위한 구체적 논의는 4월 이후
4월 재보선 대응과 관련해 (통합을 논의하는 주체들끼리) 논의가 진행된 것이 있나.

재보선 공동대응에 대한 공감이 있지만 구체적으로 선거연대나 후보단일화 수준까지 논의가 진척된 것은 아니다. 4개의 주체가 4월 재보선과 민생 문제 공동실천 계획을 만들기 위해 실무 담당자들이 연락 체계를 형성하고 논의를 시작했다. 재편을 위한 구체적 논의는 4월 재보선 이후가 될 것이다. 아마도 가을쯤에 1차 결론이 나와야 한다. 국민모임이 창당준비위원회를 곧 만든다는데, 창준위를 만들면 6개월 이내에 창당해야 한다. (국민모임 창당 이전에 통합 진보정당을 만드는) 카운트다운이 시작된 것이다.

공고한 양당제(새누리당·새정치민주연합) 중심의 한국 정치에서 제3세력인 진보정당의 활로는.

우리나라가 제대로 되려면 크게 보수정당과 진보정당이 구축돼야 한다. 제3당에 머무는 게 목표가 아니다. 새정치연합을 대체 또는 교체하는 것이 목표다. 지금 우리가 정의당을 발전시키고 진보 재편을 논의하는 것도 그런 과정이다.

진행 강현욱 정의당 청년학생위원회 부위원장·정리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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