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의 고전 에 따라 점을 칠 땐 ‘산가지’라고 부르는 가느다란 나무 작대기를 이용합니다. 산가지 50개를 양손에 나눠 쥐고 번갈아 몇 개씩 뽑는 걸 반복하며 점괘를 얻습니다. 사람의 손이 ‘감히’ 개입을 하는 꼴이라, 점칠 땐 손을 함부로 놀려선 안 됩니다. 아침 일찍 목욕재계하고 사사로운 마음을 비운 뒤 손끝에 온정신을 집중해야 한다고들 합니다.
출제위원장으로서 제겐 이번 퀴즈큰잔치 경품 추천 과정이 그랬습니다. 공평무사한 추첨을 위해, 쌓아놓은 답안지 속에서 눈감고 한 장을 뽑아내 당첨된 분이 있는가 하면, 채점과 추첨을 진행하던 회의실에 몇 장을 펼쳐놓고 바깥을 지나가는 이에게 아무 번호나 하나 대라고 해서 뽑힌 분도 있었습니다. 핵심 경품은 엑셀로 난수를 생성해 편집장과 각 팀장들이 마지막 단추(엔터)를 눌러 선정했습니다.
제가 16년 전에 2장 보내서 당첨됐다고 해서 그런지, 이번에도 복수 응모를 해주신 분이 많았습니다. 가장 많이 해주신 분은 경기도 하남에서 여러 이름을 쓰신 한 독자님으로 (발견된 것만) 13장을 보내주셨습니다. 전남 곡성고등학교 봉투에 담겨온 1학년 학생들의 답안지 17장도 인상적이었습니다. 6명이 함께 응모한 천안중앙고 3학년생들에게 좋은 결과가 있기를 기도합니다. 무슨 문제였는지 한 독자님은 인터넷 검색 포털에서 찾아보니 ‘자동검색’이 되더라는 제보도 해오셨습니다. 그만큼 많은 독자님들이 관심을 보여주셨다는 증거겠지요.
당첨되신 모든 분들께 축하를 전합니다. ‘엉뚱한’ 경품을 받는 분도 있습니다. 1차 추첨에서 떨어진 분들은 신청자 미달 경품에 한해 재추첨을 해서 그렇습니다. “창간 때부터 응모하다 좋은 결과가 없어 7~8년 만에 다시 응모하려고 보니 어느새 노안이 왔다” “시댁에 와서 명절 음식 하고, 제사와 식사까지 끝내고, 구석방에 앉아 문제를 풀고 있었더니 남편이 ‘구차하다’고 구박했다” 등 사연의 주인공, 문제 오류를 가장 먼저 지적해주신 독자와 헤어·스킨케어 세트를 신청하신 재소자께는 약간의 ‘배려’를 했습니다. 이번에 인연이 없으셨다면, 다음 인연을 기약하겠습니다.
창이 없어 후텁지근했던 회의실과 답안지 더미는 이제 안녕입니다. 하늘의 손을 대신했던 제 손도 임무를 마칩니다. 다음에도 더 재미있고 더 유익하고 더 어려운(!) 문제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출제위원장 김외현 기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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