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살부터 고령자인가?’ 한국고용정보원이 전국 19~74살 남녀 2천 명에게 물었다. 19~29살은 68.6살이라고 답했지만 58~64살은 70.8살, 65~74살은 71.8살이라고 했다. 나이를 먹을수록 고령자로 인식하는 연령이 이처럼 높아진다. 고령자 가 건강하고 기대수명이 높다는 얘기다. 하지만 법률은 다르 다. ‘고령자 고용 촉진에 관한 법률’을 보면 55살 이상을 고령자 로, 50~55살을 준고령자로 규정한다. 우리나라 통계청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55살 이상을 고령자로 분류한다. 법률상 고령자란 퇴직자와 은퇴자를 아우르는 개념이기 때문 이다. 특히 5년 이내에 고령자로 분류될 베이비부머(1955~63 년생)까지 포함하면 서울시 고령인구는 340만 명이나 된다. 서 울시민 3명 중 1명꼴이다. 2040년에는 서울시민의 절반이 50 살 이상이다.
<font size="3">맞춤형 노년 설계 돕는 복합 공간</font>전체 인구의 14.6%를 차지하는 베이비부머(714만 명)는 이 전 고령자와 다른 특성을 지닌다. 2010년 ‘서울서베이 사회상 조사’를 보면, 첫째 학력수준이 높다. 10명 중 5명(46%)이 고 등학교를 졸업했고 그중 3명(28%)은 대학에 다녔다. 둘째, 경 기(22.4%)·서울(20.5%) 등 수도권 지역에 밀집해 있다. 셋째, 자녀를 위해 헌신한 첫 세대이자 부모를 부양한 마지막 세대 다. ‘끼인 세대’이다보니 노후 준비가 충실하지 못하다. 서울대 가 베이비부머 4668명에게 설문조사를 했더니 58.9%가 ‘은퇴 뒤 빠듯하게 살거나 최저 생활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래 서 ‘희망 은퇴 시점’과 ‘실제 퇴직 시점’의 차이가 매우 크다. 희 망하는 은퇴 시기는 65.5살인 데 비해, 직장에서 퇴직하는 연 령은 54살이다. 자신의 희망과 상 관없이 2010년부터 전국적으로 적게는 66만 명, 많게는 86만 명 씩 해마다 베이비부머가 퇴직하고 있다. 신(新)고령층을 위한 새로운 인생설계, 제2의 일자리가 절실한 상황이다.
<table border="0px" cellpadding="0px" cellspacing="0px" width="100%"><tr><td height="22px"></td></tr><tr><td bgcolor="#DFE5CE" style="padding: 4px;"><table border="0px" cellpadding="0px" cellspacing="0px" width="100%" bgcolor="#EBF1D9"><tr><td class="news_text03" style="padding:10px">베이비부머의 퇴직 뒤 삶을 지원하기 위해 서울시가 지난 2월 문을 연 ‘서울인생 이모작지원센터’는 은평구 녹번동의 옛 국립보건원 건물에 있다. 강의실, 정보검색 공간, 커뮤니티방, 자원봉사실, 북카페 등을 갖췄다. </td></tr></table></td></tr><tr><td height="23px"></td></tr></table>베이비부머의 퇴직 뒤 삶을 지 원하기 위해 서울시가 ‘서울인생이 모작지원센터’를 지난 2월에 열었다. 서울 은평구 녹번동의 옛 국립보건원 건물로 1300m²(390평) 규모다. 강의실, 정보검색 공간, 커뮤니티방, 자원봉사실, 북카페 등을 갖췄다. 커뮤니티방에는 각 단체에서 기부한 4천여 권의 책이 빼곡하다. 지난 7월31일 센터를 방문했을 때 원창수 사무국장은 “신고령층의 인생설계와 사회 참여, 새로운 시니어 문화 창달을 위한 중간 지원조직”이라고 소개했다. 경제활동을 원하면 재취업과 창업을 지원하고, 사회공헌을 원하면 재능기부 기회를 제공하는 등 연령·소득·지식수준별로 맞춤형 노년 설계를 돕는 복합 공간이라고 했다.
<font size="3">교육비 무료지만 출석률 높아야 자격증 획득</font>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바리스타, 경로당코디네이터, 통합사례관리코디네이터 등 다양한 직업교육을 한다. 교육은 사흘 내에 끝나는 단기 교육부터 한 달 넘게 진행되는 장기 교육, 실습, 현장 방문, 워크숍 등까지 다채롭다. 교육비는 무료지만 출석률이 90%를 넘어야 수료증을 받는다. 그래도 인기가 높다. 바리스타 교육은 10명 정원에 지원자가 81명이나 몰렸다. 일자리에도 관심이 많다. 500명을 선발하는 교통서포터즈 모집에 1063명이나 지원했다. 2013년 상반기에 622명이 구직 접수를 했는데 564명의 취업을 센터가 도왔다. 하반기에는 조경 분야 재취업 교육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그린프로젝트, 협동조합 형식의 구두수선실 등을 꾸려나갈 계획이다. 또한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손잡고 재취업 정보 공유와 교육을 함께하는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를 운영하려 한다.
박경란(62)씨는 지난 6월 인생이모작지원센터 1층 북카페 ‘도레미’에 취업했다. 백화점에서 일하다가 자녀를 키우느라 그만둔 그는, 2∼3년 전 방송에서 바리스타의 모습을 보고 첫눈에 반했다. 나이가 많아 할 수 있을까 망설여져 선뜻 나서지 못했다. 자녀의 응원에 힘입어 지난해 8월부터 20~30대와 어울려 바리스타 교육을 받았다. 처음에는 낯선 용어를 발음하기도, 제한시간 내에 커피를 만들기도 힘들었다. 필기와 실기에서 한두 차례 떨어졌지만 포기하지 않았고 결국 바리스타 2급 자격증을 땄다. ‘대단하다’는 주변의 칭찬에 저절로 어깨가 으쓱해졌다. 강북구에서 은평구까지 하루 2시간의 출퇴근길을 박씨는 “행복한 시간”이라고 했다. “여러 사람과 만나 얘기하는 게 즐겁고 용돈도 벌 수 있으니까. 경험을 더 많이 쌓으면 내 카페를 열어 지인들과의 ‘아지트’로 삼고 싶다.”
<table border="0px" cellpadding="0px" cellspacing="0px" width="100%"><tr><td height="22px"></td></tr><tr><td bgcolor="#DFE5CE" style="padding: 4px;"><table border="0px" cellpadding="0px" cellspacing="0px" width="100%" bgcolor="#EBF1D9"><tr><td class="news_text03" style="padding:10px">바리스타 교육은 10명 정원애 지원자가 81명이나 몰렸다. 일자리에도 관심이 많다. 500명을 선발하는 교통서포터즈 모집에 1063명이나 지원했다. 2013년 상반기에 622명이 구직 접수를 했는데 564명의 취업을 센터가 도왔다.</td></tr></table></td></tr><tr><td height="23px"></td></tr></table>1·3세대 공감프로그램 ‘도담도담교실’이 열리면 인생이모작지원센터가 시끌벅적해진다. 매주 화요일, 목요일 3~7살 아이들이 찾아와 할머니, 할아버지와 어우러진다. 지난 7월18일을 예로 들어보자. 마술 실력으로 홍효순씨가 먼저 연신아트어린이집 아이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는 손자에게 알려주려고 마술을 배웠다가 교육마술지도자 3급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홍씨가 모자와 망토를 두른 채 빈 상자에서 꽃을 꺼내자 순간 탄성이 터져나왔다. 이어서 이순자(60)씨가 ‘빨간 부채 파란 부채 이야기’라는 동화를 읽어준다. 수십 년간 주부로 살던 이씨도 홍씨처럼 손자에게 동화를 재밌게 얘기해주려고 ‘동화구연가’가 됐다. 2년6개월 동안 교육을 받았더니 어느새 동화구연대회에서 금상을 받는 실력을 얻었다. 요즘도 창작동화 구연 수업을 듣고 혼자 길 을 걸으며 중얼중얼 동화 줄거리를 외운다. 이야깃거리가 떨어지 지 않도록 ‘자기계발’에 힘쓰는 거다. 마지막 순서로 홍경호씨의 컬러 점토로 부채 만들기. 점토공예 분야에서 20년 이상 경력을 쌓은 홍씨의 지도를 받은 아이들이 다채로운 컬러 점토를 창조 해냈다.
특히 동화구연가의 매력은 그 역할을 얼마든지 넓힐 수 있다 는 점이다. 20년간 어린이집 원장으로 일하다 동화작가, 동화구 연 교육가로 변신한 이규원(68)씨가 산증인이다. 이씨가 참여하 는 ‘시니어동화사랑회’는 소아병동이나 공공도서관뿐 아니라 요 양보호소를 찾아간다. 어르신들에게 동화를 들려주기 위해서 다. “무심하고 무료하던 눈빛이 이야기를 들으면 반짝반짝 빛난 다. 누구에게나 동심이 있고 늙으면 더 어려지니까. 어릴 적 들은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이야기를 시작하면 다들 얼마나 즐거 워하는지 모른다.” 동화로 교감하는 또 다른 상대는 다문화가정 이다. 매달 집으로 찾아가 아이들에게 동화를 읽어주며 우리말 을 가르친다. 어머니들도 함께 한국어를 배운다.
<font size="3">“퇴직 후 인생설계는 사회공헌에 중심 둬야” </font>한석규(66) 서울인생이모작지원센터장은 “퇴직 후의 인생설계 는 사회공헌에 중심을 둬야 한다”고 말한다. “고령자는 움직이는 백과사전이다. 재취업은 경제적 측면에서도 중요하지만 의미가 없으면 금방 한계에 부딪힌다. 인생 전반부에 쌓은 경험을 사회 와 나눠야 활기차고 건강한 인생 하반기를 맞이할 수 있다.” 조흥 은행 상무로 2003년에 은퇴한 한 센터장이 저소득층의 자활·자 립을 지원하는 비영리단체 ‘희망도레미’를 설립하고 대안은행, 마 이크로크레디트 사업을 시작한 이유도 마찬가지였다.
엄의식 서울시 어르신복지과장의 설명이다. “고령인구는 사회 적 자원을 지원받는 세대에서 사회적 자원을 창조하는 세대로 바뀌고 있다. 베이비부머가 축적한 사회적 경험을 지역사회로 되 돌리는 공헌 활동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인생이모작지원센터 는 오는 10월 ‘시니어 페스티벌’을 열고 시니어포털, 시니어기자단 등을 운영해 새로운 고령층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넓힐 계획이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table border="0px" cellpadding="0px" cellspacing="0px" width="100%"><tr><td height="22px"></td></tr><tr><td bgcolor="#DFE5CE" style="padding: 4px;"><table border="0px" cellpadding="0px" cellspacing="0px" width="100%" bgcolor="#EBF1D9"><tr><td class="news_text03" style="padding:10px"><font color="#008ABD">‘퇴직’과 ‘은퇴’는 어떻게 다른가 </font>
<font size="3">정년퇴직자도 65살 지나야 은퇴자 </font>
‘퇴직’과 ‘은퇴’는 언뜻 보면 한 끗 차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전혀 다른 의미를 갖는다. 퇴직자와 은퇴자를 위한 법과 정책이 명확히 구분돼 있을 정도다.
퇴직은 개인이 정년퇴직, 희망퇴직, 명예퇴직 같은 이유로 현재의 주된 일자 리를 그만두는 것을 뜻한다. 반면 은퇴는 소득을 목적으로 한 경제활동을 완 전히 멈춘 상태를 의미한다. 퇴직자가 노동시장에 아직 남아 있는 노동자라 면 은퇴자는 노동시장에서 퇴장한 비경제활동인구인 것이다.
선진국에서도 예전에는 단순히 직장을 그만두는 상태를 뜻하는 퇴직의 개념 만 존재했다. 그러다 사회보장제도의 발달로 ‘정년제’가 등장하면서 정년 이 후 노동시장을 완전히 떠나는 의미의 은퇴 개념이 생겨났다. 예를 들어 미국 에서는 ‘Retirement’(퇴직)란 단어가 1928년 처음 등장할 때만 해도 ‘현재 일 의 철회 상태’(a state of being withdrawn)를 의미했다. 그러나 1935년 사회 보장법 시행으로 퇴직한 뒤 사회보장연금이나 사적연금을 받는 노동자가 생 겨나면서 1945년 ‘Retiree’(은퇴자)라는 단어가 문서에 처음 등장하기 시작했 다. 그리고 산업화가 빠르게 진행돼 공장의 임금노동자가 늘어나면서 이 개 념은 점점 널리 쓰이게 된다. 박지숭 삼성생명은퇴연구소 수석연구원의 설명 이다. “우리나라도 외국처럼 예전에는 은퇴의 개념이 없었다. 대부분 농사를 지으면서 체력이 닿는 한 일했다. 그런데 산업화가 진전돼 육체적 노동력과 숙련 기술을 요구하는 업무가 늘어남에 따라 기존의 나이 든 노동자가 젊은 노동자에게 자리를 내줘야 하는 상황이 되면서 은퇴라는 개념이 확산됐다.”
퇴직자와 은퇴자의 개념이 다르다보니, 이들을 챙기는 정부 부처도 분리돼 있다. 고용시장에 아직 머무르는 퇴직자를 지원하는 사업은 고용노동부가 맡 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정한 생산가능인구(만 15~64살) 범위 에 있는 만 50~64살 준고령자ㆍ고령자가 대상이다.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은 노동부가 재취업을 지원하는 만 55살 이상 은 고령자, 만 50~54은 준고령자로 규정하고 있다. 이들이 노동시장에 오래 머물 수 있도록 고용 기간을 연장한 기업에 인건비를 지원해주거나, 고령자 에게 취업상담ㆍ현장연구ㆍ취업알선 서비스를 제공해 재취업을 돕는 게 노동 부의 대표적인 고령자 취업지원 프로그램이다.
은퇴한 만 65살 이상 노인을 위한 일자리 지원은 보건복지부의 담당이다. 복 지부는 ‘노인복지법’에 따라 국민연금ㆍ기초노령연금 외에도 소득이 필요하거 나 사회 참여를 원하는 노인이 시간제 일거리를 찾을 수 있게 돕고 있다. 복지 부 관계자는 “만 65살 이상 은퇴자는 이미 주된 경제활동을 끝냈기 때문에 소득 보충적인 성격의 소일거리를 소개한다. 재취업 지원이 아니라 노인 복지 차원이다. 소일거리가 있으면 노인은 우울감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고, 정부도 의료비 등을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td></tr></table></td></tr><tr><td height="23px"></td></tr></ta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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