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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도 소송 걸 거니?


자사 직원에 유례없는 소송 기록 세운 김재철의 MBC… <한겨레> 기자도 명예훼손 소송 걸어 ‘손발묶기’ 노려
등록 2013-01-19 17:24 수정 2020-05-03 04:27
2012년 3월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에 출석한 MBC 김재철 사장. 회사가 노조에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노조는 김 사장을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직후다. 탁기형 기자

2012년 3월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에 출석한 MBC 김재철 사장. 회사가 노조에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노조는 김 사장을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직후다. 탁기형 기자

“선친이 사법서사였는데 선친 말씀이… 소송하게 되면 여기저기 왔다갔다 골치 아프니 송사에 휘말리지 말라고 했다.”(동영상 ‘김재철 사장의 실체’, MBC 노조 제작) 2010년 4월4일 MBC 김재철 사장은 확대간부회의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김우룡 전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이사장이 와 인터뷰에서 “김재철 사장, ‘큰집’에 불려가 조인트 맞고 깨진 뒤 좌파 정리했다”고 말한 기사를 두고 민형사상 소송 방침을 밝힌 지 20일이 지나도록 고소하지 않은 상황에서 나온 이야기다. 그러나 그 직후 2년 동안 MBC와 김재철 사장은 자사의 기자와 PD, 타사의 기자 등을 상대로 소송을 거듭해오고 있다. 현재 MBC가 고소인으로 서울 남부지법과 서부지법, 서울 중앙지법 등에 송치돼 새로 재판을 앞둔 사건만 6건이다. 경찰 수사 중인 사건은 그보다 훨씬 많다. 노조에 따르면 MBC 고소·고발건을 주로 수사해온 영등포경찰서는 대선 직후 “조합 간부는 빨리 출석하라”며 수사 속도를 높이고 있다고 한다.

 

노조 상대로 340억원의 손배소

MBC 노조의 소송을 대리해온 민주노총 법률원이 꼽아보니 MBC회사와 노조가 진행 중인 소송은 현재 32건이다. 여기에 16명을 상대로 낸 재산 가압류를 합치면 모두 48건의 각종 소송이 진행 중이다. 민주노총 법률원 신인수 변호사는 “회사 직원들을 상대로 이렇게 많은 고소를 진행했다는 것은 기록적이며, 특히 노동조합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액수는 역대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유례없이 많은 소송이 오간 것은 지난해 파업 동안 회사와 노조의 공방이 그만큼 치열했음을 뜻한다. MBC가 정영하 노조위원장 등 노조 집행부 15명을 파업 관련 업무방해 혐의로 형사고소한 사건은 차라리 ‘통과의례’에 가깝다. 집행부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본격적인 소송 행렬이 시작됐다. 김재철 사장의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공개한 것에 대해 정영하 위원장과 이용마 홍보국장을 정보통신망법위반(비밀누설) 혐의로 추가 고소했고, 파업 중인 노조가 만든 1회 ‘김재철을 찾아라’, 3·4회 ‘숙박왕 김재철 스페셜 1·2탄’에 대해 명예훼손 혐의로 줄줄이 고소했다. 최근 고소 이유 중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것은 단연 ‘명예훼손’이다. 지난해 7월 노조가 “김재철 사장이 방문진 이사는 이미 (나를 지지할 사람들로) 내정돼 있다고 발언했다”고 폭로하자 다시 노조위원장과 간부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으며, 김 사장과 ‘무용가 J씨’의 통화 내역을 공개한 것에 대해서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고소했다. 고소가 회사 이름으로만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이진숙 기획홍보본부장은 자신의 집 앞에서 1인시위를 하던 시민을 고소했고, ‘무용가 J씨’는 노조의 보도에 대해 3건의 고소를 접수해 그중 2건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용가 J씨’의 동생도 노조 집행간부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MBC는 지난해 3월 노조를 상대로 33억86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가, 청구액을 195억원으로 상향 조정하더니 하반기에 다시 340억원으로 증액 청구했다. 이에 대한 노조 쪽 신인수 변호사의 말이다. “애초 195억원도 파업 기간 중 미지급된 임금액 약 161억원, 절감된 제작비 90억원을 고려하지 않은 터무니없는 금액이었다. 그런데 단순히 파업 기간이 길어졌다고 해서 340억원을 청구하면서도 손해 내역을 밝히지 않았다. 사장의 배임 행위나 방송사 공정성 추락의 책임까지 묻는다면 손해배상 청구 자체가 성립될지도 의문이다.”

 

“논란 키우느니 기자 입막음 택해”<u>승소를 장담할 수 없다면 숱한 소송을 제기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용마 MBC 노조 홍보국장은 “사 쪽은 일반인의 상식 수준에서 이해되지 않는 김재철 사장의 행적과 발언에 대한 논란을 키우느니 기자 입막음을 택한 것이다. 노조 활동을 못하게 할 수단으로 소송과 징계를 즐겨 써먹었다”고 말했다.</u>

승소를 장담할 수 없다면 숱한 소송을 제기한 이유는 무엇일까? 10건이 넘는 소송의 피고소·고발인으로 20여 차례 조사를 받아왔다는 이용마 홍보국장은 “사 쪽은 일반인의 상식 수준에서 이해되지 않는 김재철 사장의 행적과 발언에 대한 논란을 키우느니 기자 입막음을 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조 활동을 못하게 할 수단으로 소송과 징계를 즐겨 써먹었다”는 주장이지만 MBC는 타사 언론인에 대해서도 쉽게 소송이라는 수단을 택했다.

2011년 맛집 소개 방송의 이면을 폭로하는 영화 상영을 앞두고서 MBC는 상영금지가처분 신청을 냈다. 당시 사건을 담당한 성지용 판사는 심문에 앞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일에 맞서야 할) 방송사가 영화 상영을 막아달라는 소송을 낸 것이 자사에도 판례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고려했느냐”고 MBC 법률대리인들에게 물었다. 상영금지가처분 신청이 기각되자 MBC는 “관련 외주사가 의 김재환 감독을 상대로 명예훼손으로 고소장을 접수했다”고 직접 밝혔다. 당시 영화는 방송 3사의 맛집 프로그램을 고루 다루었으나 이 과정에서 소송을 제기한 방송사는 MBC뿐이었다.

지난해 10월16일 MBC는 최성진 기자의 정수장학회 관련 보도와 관련해 최 기자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언론중재위원회에 낸 정정보도 청구가 기각되자 12월17일에는 서울서부지방법원에 명예훼손으로 1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당시 기사는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이진숙 기획홍보본부장의 대화 내용에 근거한 것이었고 정수장학회가 보유한 MBC 지분에 대한 이야기였던 점을 고려한다면, 정수장학회도 아닌 MBC가 굳이 고소인으로 나선 것은 의아하다.

명예훼손으로 소송을 당한 김재환 감독이나 최성진 기자가 말하는 ‘소송의 효과’는 대체로 비슷하다. “소송 제기나 고발을 당하면 의견서와 답변서 작성 등 소송 준비에만 많은 시간을 빼앗긴다. 기자로서는 손발이 묶인다는 생각이 든다. 몇 년 동안 소송을 끌어간다면 예전처럼 일을 해나갈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고소인들이 노리는게 있다면 승소나 패소가 아니라 그것이 아닐까.” 최성진 기자의 말이다.

 

언론중재위 “정정보도 사안 아냐”

한편 최성진 기자의 후속 보도 ‘최필립 잠적, 박근혜 실세 참모인 최외출도 잠적’ 기사에 대해서는 최외출 영남대 교수가 “전화를 안받았을 뿐”이라며 정정보도를 청구했다. 그러나 언론중재위에서 ‘정정보도 사안이 아니다’라고 판단하자, 최 교수 쪽은 다시 “불복한다.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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