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결’이라는 구도를 인정할 수 없다고 했다. “반성과 성찰, 혁신의 열차가 달리는데, 가장 책임이 큰 당사자라 할 수 있는 경기동부연합이 철로 위에 바위를 굴리고, 철로를 다른 방향으로 돌리려 한다”고 비판했다. 통합진보당 대표 경선에 나선 강기갑 후보는 경쟁자인 강병기 후보가 경기동부연합(당권파)이 뒤틀어놓으려는 철로 위를 따라가려 한다고 보고 있었다. 대결이 아니라 혁신에 대한 저항일 뿐이라는 것이다.
6월21일 국회에서 만난 강기갑 후보는 “(울산, 부산·경남연합 쪽인) 강병기 후보가 유감스럽게도 혁신보다 수습과 화합이 우선이라고 주장하는데, 그런 식으로 한다면 경기동부연합과 울산, 부산·경남연합 자기들끼리는 화합이 되겠지만 당은 국민 앞에 도저히 일어서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출마를 한 이유는 무엇인가.
=당권파가 계속 버티며 반성과 성찰의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 선거 구도를 보면, 이들은 혁신비대위 활동 자체를 부정하고 사태를 봉합하려 한다. 혁신비대위원장으로서 중단 없는 혁신을 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출마 선언에서 강병기 후보의 출마를 ‘미봉’이라고 했는데.=강병기 후보는 두 사람(이석기·김재연 의원)의 거취에 대해 계속 태도를 달리하고 있다. 비례대표 경쟁명부 후보들의 전원 사퇴가 반성과 성찰의 자세고, 정파의 폐해를 정화시키는 게 혁신이다. 그런데 강병기 후보는 수습과 화합이 쇄신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울산, 부산·경남 쪽은 애초 혁신비대위를 지지했는데, 정작 지도부 선거에서 저쪽(당권파) 주장에 기울어져 오히려 더 큰 분열 구도가 생겼다. 정말 큰일이다. 그동안 당을 어렵게 만들어온 정파 연대 구도, 싹 뽑아내야 할 그런 구도로 차기 지도부를 세우려 한다.
-울산연합 등은 왜 그런 선택을 했다고 보나.
=이해가 안 가서 그쪽 사람들과 한참을 얘기했다. 색깔 공세와 탄압이 들어오는데 기존의 수가 많고 힘있는 세력을 중심으로 지도부를 꾸려야 한다는 얘기도 있었고. 그러나 그런 행태 중심으로 당 지도부를 꾸리면 내부엔 대혼란이 오고 대외적으로는 냉대를 받을 거다. 민주노총도 과감한 혁신과 성찰을 하지 않으면 지지를 철회하겠다고 강력하게 경고하지 않았나. 야권 연대도 안 되고 정권 교체도 엄청난 어려움을 겪게 될 거다.
강 후보는 반성·성찰·자기정화라는 단어를 수차례 썼다. “당권파가 권력이 집중되다 보니 우월주의에 빠졌다”고 비판했다. 그는 “개인으로 보면 왜 욕심이 없고 자기 하고 싶은 게 없겠나? 그러나 자기 욕심이나 하고 싶은 것보다 공동의 선과 전체의 행복을 위해 내가 희생하고 헌신하는 게 진보의 가치”라고 말했다.
-강 후보는 민족민주(NL·자주파) 계열로 분류돼왔고, 민중민주(PD·평등파) 계열이 탈당한 2008년 분당 이후 2년 동안 당 대표를 지냈다. 당시에도 패권주의 문제는 심각했는데, 당 대표로서 한 일은 뭔가.
=17대 국회 때 NL이 뭔지 PD가 뭔지 정말 몰랐다. 분당할 때 이거 뭐지, 했다. 인천연합이 NL 계열이라는 것도 이번에 알았다. 당 대표 하며 어느 정파에도 치우치지 않고 공정하게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당의 구조, 정파의 패권주의 문제를 잘 몰랐다는 말인데.=정파적 패권의 심각성을 더 자세히 알았다면 더 과감한 해소책을 썼을 텐데, 그렇게 하지 못한 건 사실이다. 이번에 혁신비대위가 정파의 패권성을 정화시키려고 하니 그 뿌리가 너무 깊고 넓어서 통합진보당이라는 집이 우지직우지직 무너지려 한다. 집이 무너지지 않도록 자를 건 자르고 깔끔하게 하겠다.
-당선 가능성은.
=저쪽이 수적으로 더 유리하다는 이야기도 듣는다. 그러나 당원들을 믿는다. 두 사람의 사퇴 여부 자체도 문제지만, 이번 사태를 해결하려는 과정에서 터져나온 정파의 패권성을 보고 다들 경악하지 않았나.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출당 문제는 아직 결론이 안 났고, 의원총회에서 부결될 가능성이 거론되기도 한다. 강병기 후보는 진상조사특위의 조사 결과에 따라 결정하자는데.
=이들의 출당 문제는 진상조사특위의 2차 조사 결과와 무관하다. 진상조사위 1차 조사에서 서로 확인된 것만으로도 공당으로서 국민 앞에 책임지는 최소한의 조처가 전원 사퇴였기 때문이다. 2차 조사 결과가 좀 다르게 나오더라도 이미 확인된 걸 뒤집을 순 없다. 중앙위가 사퇴를 권고했고, 그걸 거부해 당기위에 넘겼고, 당기위 출당 결정이 최종 확정되면 과연 당 소속 의원들이 그걸 거부할 수 있겠나. 그건 상식이 아니다.
혁신비대위원장인 강 후보는 ‘새로나기특위’의 쇄신안의 취지에 공감을 나타냈다. 다만, 그는 북핵, 북한 인권, 3대 세습에 대한 의견을 밝혀달라는 요청에는 “좀더 파악해보겠다”고만 답했다.
-정파등록제 등의 제도로 패권주의를 극복할 수 있나.
=정파의 패권성은 정파를 당보다 우선하기 때문이다. 진보의 가치, 정체성에 대한 교육, 의식화가 근본적으로 필요하다.
-공직 후보 선출 때 국민참여경선 도입, 비례대표 경쟁명부 폐지 등이 진성당원제를 훼손한다는 당내 비판도 적지 않은데.
=진보정당에 요구되는 건 진보의 대중화다. 진성당원을 있는 그대로 유지하는 게 아니라 늘리라는 거다. 공직 후보를 뽑을 때 국민을 참여시켜 당의 접근성을 높이고, 참여한 사람들이 당에 관심과 애정을 갖게 되면 당원으로 가입하기도 쉬워진다. 비례대표 경쟁명부는 그동안 정파 간 아귀다툼의 소재가 됐다.
-북핵, 북한 인권, 3대 세습에 대해 공당으로서 명확한 의견을 내놓아야 한다는 데 동의하나. =동의한다. 하필이면 빨간 물감을 물대포차에 타서 쏘아대는 상황에 그에 대한 견해를 내놓아야 하느냐고 반발하는데, 그게 아니다. (당권파가) 버티기 작전을 하고 무리하게 하니까 (보수세력이) 이때다 싶어 마구잡이로 쏘는 것이다. 너무 경직되게 해서 불필요한 오해를 일으킬 필요가 없다. 6·15 공동선언, 10·4 정상선언 정신에 입각해 의견을 깔끔하고 단일하게 정리해야 한다.
-노동중심성 강화 방안은 무엇인가.
=지난해 진보 통합할 때 노동자·농어민·도시빈민이 적극 참여하는 대통합을 외쳤다. 내가 당선되면 제2혁신창당위를 만들어 ‘진보 시즌2’뿐 아니라 대통합을 해나가겠다. 현재는 소통합, 정당주체 통합에 머물러 있는 미완의 통합 상태다.
-야권 연대 복원을 강조하는데, 일각에서는 통합진보당이 대선 후보를 내지 않고 백의종군해야 한다고도 한다.
=그런 얘기를 우리도 듣고 있다. 우리야 (후보를) 내고 싶지만 국민이 허락해야 한다.
-만약 선거에서 지면 비당권파가 대규모로 탈당하거나 분당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그런 우려가 없는 건 아니다. 너무나 당연하고 상식적인 요구, 우리 당 내부뿐 아니라 진보·민주 진영과 국민의 요구와 거꾸로 선택이 된다면 2008년 분당 때 이상으로 분열될 우려가 안 드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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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기자 jieu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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