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경(30) 청년유니온 대표와의 인터뷰는 어렵게 이뤄졌다. 3월18일 오전 10시 서울 성신여대에서 보기로 했으나, 그날 김 대표가 심한 복통으로 병원에 가는 바람에 인터뷰를 하지 못했다. 같은 날 밤 11시에야 전화 통화가 성사돼 인터뷰를 했다.
청년유니온은 ‘88만원 세대 노조’라는 이름을 걸고 3월13일 출범했다. 기존 기업별·산업별 노조에서 소외된 아르바이트생, 인턴, 청년실업자, 취업준비생, 단기취업자, 비정규직 등 15~39살을 가입 대상으로 하는 국내 최초의 청년노조다.
- 청년유니온이라는 세대별 노조를 만든 이유는.= 지금 청년들은 일하고 싶지만 아르바이트나 비정규직과 같은 일자리밖에 찾을 수 없다. 청년이 일할 권리를 스스로 찾기 위해 조직한 것이다. 참고로 ‘2·1연구소’ 우석훈 소장은 최근 출간한 에서 “1만 명이 모이면 20대 당사자 운동에 헌신할 20대 시민운동가 100명을 뒷받침할 수 있다. 편의점 노조, 주유소 노조부터 만들어 권리를 요구하자”고 당사자 운동을 강조했다. 일본에는 수도권청년유니온이라는 노조가 있다. 2008년 실직된 파견노동자들이 모여 6일 동안 시위를 한 ‘히비야 파견촌 투쟁’을 주도한 단체다. 결국 후생노동성 장관이 나와 사과했다. 그런 모델을 우리도 만들어나가야 한다.
- 청년유니온은 앞으로 어떤 사업을 펼치나.= 두 가지를 이슈 파이팅하고 싶다. 일단 청년실업이 심각하다 보니, 대학을 나와도 대부분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아르바이트를 한다. 하지만 시간당 최저임금인 4110원을 받지 못하는 사람이 대다수다. 한 달 월급이 4인 기준 최저생계비인 136만원에도 못 미친다. 내년 최저임금을 오는 6월 결정하는데, 최저임금을 현실화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또 하나는 젊은이들이 허리가 휘어지도록 높은 등록금을 내고 대학을 나와도 취업이 안 된다. 그래서 등록금을 갚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며 취업 준비를 한다. 그런데 아르바이트에서 잘리더라도 실업급여를 받지 못한다. 장년층은 실직하면 대부분 실업급여를 받는다. 청년이 구직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정부에 요구하겠다.
- 이명박 대통령이 청년실업자를 향해 구직 눈높이를 낮추라고 주문한 적이 있다. 청년이 대기업과 공기업에만 입사하려고 하지 중소기업에 입사하는 데 소극적이라는 비판이다.= 그런 얘기를 들으면 억울하기 짝이 없다. 경제위기의 책임을 청년에게 돌리려고 그런 말을 하는 것 같다. 청년은 졸업한 뒤 등록금도 갚고 미래도 설계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어떤가. 임금 격차부터 근로조건, 안정성 등에서 너무나 차이가 난다. 먼저 정부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격차를 줄여야 하지 않을까. 정부 대책의 우선순위가 바뀌었다고 본다.
- 청년실업이 얼마나 심각한가.= 청년들과 상담을 해보면, 일자리를 찾지 못해 많은 이들이 부모님에게 죄송스러워하고, 자신감을 잃어버리고 있다. 자신을 루저(loser), 즉 패배자로 인식해버린다. 심각한 경우 우울증에 걸리기도 한다. 청년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을 제시해줘야 한다.
- 요즘 ‘아버지 세대’와 ‘아들 세대’ 간에 일자리를 놓고 갈등이 있는데.= 기성세대가 청년세대를 보는 인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 ‘너희는 노력하지 않고 요구만 하느냐, 배부른 소리만 하고 있다’는 시각이 많다. 그리고 요즘 공기업 등에서 추진하는 임금피크제는 반대한다. 임금피크제를 통해 정년을 연장하는 방식은 제대로 된 해법이 아니다. 고용 없는 성장을 해결하면서 괜찮은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게 정답이다. 임금피크제는 장년층의 일자리를 보장해주는 편법이다.
- 청년실업을 해결하기 위해 국가와 사회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현 정부는 말도 안 되는 청년인턴제로 3개월·6개월짜리 비정규직을 만들어 청년층을 우롱해왔다. 청년실업을 해결하겠다는 구호는 난무하는데, 보여주는 건 전혀 없다. 진보 진영도 청년을 이용하려고만 하지 실질적인 대안을 내놓지 못한다. 청년실업에 대해 청년들의 입장에서 말하고는 있지만 정말 청년을 위해서인지 청년의 표를 얻으려는 건지 확신이 안 선다. 진정성을 보여주길 바란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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