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개인정보가 유령처럼 떠돌고 있다.’
일주일에 몇 번씩 당신의 휴대전화에 뜨는 문자메시지. ‘긴급 자금 저리 대출’ ‘최저이율 3000까지 대출’…. 이같은 대출 스팸문자 메시지에는 당신의 개인정보가 녹아 들어가 있다. 당신의 개인정보를 수집해 당신에게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사람, 대부 중개 브로커다.
“실시간 개인정보 담긴 CD가 1만5천원”
일부 대부업체들은 ‘미소금융’ ‘신한금융’ ‘하나금융’ ‘우리금융’ 등 유명 금융회사와 똑같은 ‘짝퉁’ 이름으로 고객을 유혹한다.
대부 중개 브로커는 보험설계사와 비슷한 일을 한다고 보면 이해하기 쉽다. 보험설계사가 보험회사 상품을 일반 고객과 연결해주는 일을 한다면, 대출 브로커들은 대부업체와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을 연결해주는 일을 한다. 하지만 대부 중개 브로커들은 갖가지 불법을 행한다.
대부 중개 브로커들은 보통 3~4단계의 피라미드 방식으로 조직적으로 운영된다. 1차 하부 조직은 개인정보를 모아 윗선으로 올리고, 2~3차 조직은 그들의 정보를 모아 대형 중개업체에 넘긴다. 대형 대부업체는 중개 브로커들이 올린 개인정보를 바탕으로 대출을 실행한다. 1차 브로커들은 인터넷 광고, 생활정보지, 현수막, 전단지(찌라시), 스팸메일, 스팸문자 등을 통해 대출할 사람을 모집한다.
대부 중개 브로커들의 문제는 개인정보를 무차별로 약탈하는 데 있다. 한 대부업체 사장은 “DB(데이터베이스)는 공공연하게 돌아다닌다. 여러 대부업체의 손을 거친 폐DB는 건당 10원 정도다. 하지만 손때를 타지 않은 실시간 DB는 건당 1만5천원에 이른다. 다른 대부업자의 손을 거치지 않은 DB는 대출로 이어질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대부 중개 브로커 가운데 질이 나쁜 경우는, 중국에서 해킹한 개인정보 DB를 사거나 금융권에서 흘러나온 DB를 사기도 한다.
한 대출 브로커는 “DB 가운데 가장 으뜸으로 치는 건, 캐피털이나 저축은행, 대부업체 등에서 흘러나온 개인정보”라고 말했다. 이들 정보는 대출을 끼고 있는 사람들의 것이어서 추가로 대출받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은행권에서 흘러나온 DB는 신용등급이 높기 때문에 대부업체에서 대출을 잘 안 하고, 신용등급이 너무 낮은 경우엔 대출해주는 데 리스크가 크다고 대부 중개 브로커들은 여긴다.
대부 중개 브로커들이 이같이 불법을 저지르는 것은 대출받을 사람을 찾는 데 시간과 돈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한 대부 중개 브로커는 “하다못해 찌라시를 뿌리는 데 한 사람당 2만~5만원의 인건비가 든다. 하지만 효율이 떨어진다. 괜찮은 DB가 있으면 대출로 이어질 확률이 높기 때문에 불법적으로라도 DB를 확보하려 한다”고 말했다.
대부 중개 브로커들은 신용등급보다 많은 금액을 대출받게 해주겠다고 꼬여 대출금의 10~15%가량을 수수료나 성공 보수로 요구한다.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들의 몫이다. 한 서민이 대부업체에서 현행 법정 금리인 연 49%의 고리로 대출받았을 경우 중개인들이 수십%씩 떼어가면 실제로 부담해야 하는 금리는 법정 금리를 훨씬 넘어서게 된다. 대부 중개 브로커가 대출 고객한테서 수수료를 받는 것은 현행법상 금지돼 있으며, 이를 어길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대부 중개 브로커들이 개인의 신용등급을 깎아먹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브로커들은 대출을 더 받아주겠다고 말한 뒤, 여러 저축은행과 대부업체에 대출 신청을 해버린다. 이런 신청을 많이 할수록 개인의 신용등급은 떨어지게 된다.
대부 브로커들은 일정 기간 사업을 한 뒤 단속을 피하기 위해 연락처를 바꾸고 사업장을 옮겨버린다. 그래서 단속이 쉽지 않다. 이 때문에 대부 중개인 제도를 은행·보험·저축은행 등 제도 금융권의 대출 모집인 제도처럼 엄격하게 운영하자는 의견이 나온다. 정찬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단속 인력을 시급히 확보하는 것과 함께 제1금융권의 대출 모집인처럼 대부 중개 브로커들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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