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뿌리 경제의 온도를 진단하는 도구로 학계와 언론에서 자주 인용하는 것은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경제학자 아서 오쿤이 만든 고통지수(Misery Index)다. 이 지수는 물가상승률과 실업률을 더해서 구한다. 한국은행과 통계청이 발표한 고통지수는 지난해 7월 9.0을 기록해 2002년 이후 최고치를 나타낸 뒤, 물가가 안정세를 찾으면서 8월과 10월엔 각각 8.1과 7.8로 내려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고통지수 감소가 서민 살림살이가 나아졌다는 신호가 아니라, 단순한 착시현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지난 1월 물가상승률이 3.7%로 지난연말에 견줘 다소 떨어진 것은 전세계적인 디플레이션(경기침체로 인한 물가·자산가치 하락) 징조에 기인한 것인데다, 국내 물가상승률은 미국·유럽 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여기에 더해 서민들의 구매력마저 엉망이다. 지난해 4분기 상용근로자 실질임금은 5.9% 떨어져 1998년 이후 최대폭의 하락을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물가 상승으로 고통받았던 서민들은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포장마차를 찾은 서민들에게 소주 맛은 여전히 씁쓰레하다. 사진/ <한겨레21> 윤운식 기자
서민들이 ‘체감’하는 경제 상황을 좀더 정확히 반영하기 위해 LG경제연구원이 개발한 ‘생활경제고통지수’를 보면, 지난해 국민들이 체감한 삶의 질은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수준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지수는 154개 생필품으로 구성된 생활물가 상승률과 주 17시간 이하 단시간 취업자를 실업자에 포함시키는 체감실업률을 더해 산정한다. 2004년 11.6이던 지수는 11.0(2005년)→9.8(2006년)→9.6(2007년) 등으로 하락세를 유지하다 지난해 11.8로 치솟았다. 생활경제고통지수 상승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은 물가불안이었다. 체감실업률은 2007년 6.5%였다가 지난해 6.3%로 소폭 감소했으나, 생활물가 상승률은 3.1%에서 5.8%로 크게 높아졌다.
엎친 데 덮친 격이랄까. 올 초부터는 고용불안도 본격화되고 있다.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지난해 말 금융 부문이 강한 충격을 받았지만 고용조정이 본격적으로 일어나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최근 실업률이 올라가고 근로시간 감소 등 체감실업률도 급상승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미 지난 1월 국내 일자리는 10만 개 이상 감소했으며, 실업급여 신청자 수도 12만7천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3만3천 명 증가했다.
이에 따라 고용안정 비상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김병권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연구센터장은 지난 2월18일 동국대에서 열린 ‘이명박 정부 1년 평가와 전망’ 토론회에서 “현재 36% 안팎인 고용보험 적용 대상을 전 국민으로 확대하자”는 제안을 내놓았다. 김 센터장은 “현재의 고용보험은 경제활동인구 2600만 명 중 940만 명 정도만 적용 대상자이고, 자영업자와 청년실업자, 비정규직은 수급 대상에서 빠져 있다”면서 “고용 관련 사회 안전망이 전무한 상태에서 재정을 투입하든 공적자금을 투입하든 고용보험 재원을 확충하는 게 시급하다”고 밝혔다.
임주환 기자 eyeli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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