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darkblue"> 질세라 방문하고, 정책 지지하는 대선 후보들… 정치인 점수 매기는 이스라엘 신문 연재물도</font>
▣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font color="#017918"> [미국 ‘슈퍼 화요일’ 이후] </font>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미국이 이스라엘의 국방을 위해 필요한 어떤 장비와 기술도 제공해줘야 한다고 믿는다. 지난달 평점 7.12, 현 평점 7.75. …마이크 허커비 전 아칸소 주지사는 이스라엘을 아홉 차례나 방문했으며, 야드 바솀홀로코스트 박물관도 견학했다. 지난달 평점 6, 현 평점 6.25.”
미 원조 예산의 5분의 1을 쏟아붓는 나라
이스라엘 정부가 만든 비밀보고서 내용이 아니다. 워싱턴 주재 이스라엘 대사관이 작성한 내부 문건도 아니다. 이스라엘 영자지 가 지난해부터 인터넷판에서 연재하고 있는 ‘이스라엘 요인’이란 연재물의 일부다. 이 연재물은 가 매달 8명의 미국 정치 전문가들에게 미 대선에 출마한 각 당 후보가 이스라엘에 얼마나 호의적인지를 따져 평점을 매기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신문이 매긴 민주당 후보의 2월8일 현재 ‘성적’은 이렇다.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은 이스라엘 주재 미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기는 것을 지지한다. 지난달 평점 7.62, 현 평점 7.5.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은 지난 2006년 1월 이스라엘을 처음 방문해 북부(레바논 국경) 지역과 장벽을 둘러봤다. 지난달 평점 5, 현 평점 5.12.”
세계 각국의 언론이 미 대선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인다. 이스라엘 언론도 예외가 아니다. 하지만 민주·공화 양당 후보는 물론 출마를 선언하지도 않은 정치인(는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에게 ‘7.5점’을 줬다)에게까지 드러내놓고 ‘성적’을 매기는 건 이례적이다. 왜 이런 짓을 하냐고? 는 이렇게 설명한다.
“이유는 분명하다. 미국은 세계 유일의 초강국이다. 미 대통령이 휘두르는 영향력은 국경을 초월한다. 미국의 주요 원조 수혜국이자, 미국의 정치적 지원을 받고 있는 처지에서 이스라엘은 미 대통령의 의견과 정책이 대단히 중요한 나라다.”
실제로 미 의 집계를 보면, 미국은 한 해 평균 약 30억달러 규모의 유·무형 원조를 이스라엘에 제공한다. 이스라엘 국민 1인당 약 600달러씩 미국민의 세금을 안겨주는 꼴이다. 이스라엘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지금껏 미국의 최대 해외 원조 수혜국으로 꼽혀왔다. 미국은 해외 원조 예산의 5분의 1가량을 이스라엘에 쏟아붓고 있다. 미국 내 3대 압력단체로 꼽히는 ‘미국-이스라엘 홍보위원회’(AIPAC)를 비롯한 이스라엘 로비단체의 막강한 영향력이 이런 현실을 지탱시키는 힘의 원천으로 꼽힌다.
는 ‘성적 평가’에 참여한 전문가들에겐 4개의 시의성 있는 질문과 1개의 공통 질문을 던진다. “이 후보가 당선된다면 이스라엘에 얼마나 큰 보탬이 될까?”란 내용이란다. 하지만 따져볼 일이다. 민주당이 집권하든 공화당이 집권하든 미국의 이스라엘 정책은 지난 반세기 이상 근본적으로 바뀐 적이 없다. 의 ‘기이한 연재물’이 이스라엘 독자들만을 겨냥한 게 아니라고 읽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 정계에서 이스라엘 로비단체가 휘두르는 영향력을 감안한다면 ‘혐의’는 더욱 짙어진다. 에서 ‘최저 학점’을 받은 오바마 후보의 ‘경험담’은 그래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최저 학점’자의 ‘학습 효과’
이스라엘의 전력·연료 공급 차단으로 150만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암흑 속에 빠져든 지난 1월22일, 오바마 후보는 잘메이 칼릴자드 유엔 주재 미 대사에게 편지 한 통을 보냈다. 진보적 격월간 시사지 가 2월1일치 인터넷판에서 전한 편지의 내용은 대략 이랬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국경 봉쇄가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에 대해 우리 모두 우려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린 이스라엘이 왜 이런 일을 할 수밖에 없는지를 이해해야 합니다. 가자지구는 하마스가 장악하고 있습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파괴를 맹세한 테러조직입니다. 그리고 이스라엘 민간인들은 매일이다시피 그들의 폭격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안보리는 분명하고 단호하게 이스라엘을 겨냥한 로켓공격을 비난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아무런 발언도 하지 않아야겠습니다.”
오바마 후보는 또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봉쇄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을 이해한다”고도 했다. 그는 가자지구 봉쇄를 두고 ‘강요된 것’이란 표현도 사용했다. 이를 두고 미 인터넷 매체 은 가자지구의 상황을 전한 1월29일치 기사에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봉쇄를 ‘강요된 것’이라고 주장하는 건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강요된 것’이라고 주장하는 거나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의 지적을 좀더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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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후보가 안보리의 ‘일방적’ 결의안에 반대한다고 말한 것은 어느 정도 근거가 있을 수 있다. 팔레스타인의 로켓공격으로 지난 4년여 동안 18명의 이스라엘인이 목숨을 잃었다. 분명 도덕적으로 정당화할 수 없는 행태다. 하지만 지난 2006년 1월 이후 이스라엘군의 공세로 가자지구에서 목숨을 잃은 팔레스타인인은 민간인 379명을 포함해 모두 816명에 이른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봉쇄한 것은 가자지구 주민 전체에게 ‘단체기합’을 가함으로써 하마스 정권을 붕괴시키려는 의도에서다.”
하지만 오바마 후보가 처음부터 ‘이스라엘 편향성’을 보인 건 아니다. 지난해 3월 아이오와주에서 열린 소규모 토론회에서 오바마 후보는 “전세계 누구도 팔레스타인 민중만큼 고통을 받고 있지 않다”는 발언을 했다가 곤욕을 치른 바 있다. 결국 그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고통을 받는 근본 이유는 하마스 정부가 테러를 포기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해명성 논평을 내놓은 뒤에야 유대인 유권자들의 반발을 잠재울 수 있었다. 그의 ‘변심’은 ‘학습효과’에 따른 것인 셈이다.
다른 유력 후보들의 거침없는 ‘친이스라엘 행보’는 말할 필요가 없다. 평가단한테서 ‘높은’ 성적을 받은 민주당 클린턴 후보는 “이스라엘은 민주주의가 뭔지를, 그리고 어때야 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거나, “이스라엘의 안전과 자유는 미국의 중동 정책에서 결정적으로 가장 중요한 고려사항이 돼야 할 것”이란 주장을 서슴없이 내놓는다. 국제사법재판소가 ‘불법’으로 규정한 분리장벽에 대해서도 그는 “어떤 정부든 가장 일차적인 의무는 자국민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라며 “바로 그런 이유로 나는 이스라엘이 테러범 출입을 차단하기 위해 보안장벽을 설치하는 것을 강력 지지한다”고 공언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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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후보인지, 이스라엘 후보인지…
유대인 지지자가 극소수인 공화당에서도 이스라엘을 향한 애정공세의 수위는 민주당과 엇비슷하다. 경선 선두를 달리고 있는 존 매케인 후보는 “아랍 쪽에서 이스라엘을 공식 인정하고, 폭력 사용을 부인하며, 자체 정치조직을 정비해 앞서 체결한 각종 합의서를 존중할 때까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평화는 있을 수 없다”고 말한다. 이스라엘 쪽이 해야 할 일에 대한 지적은 한마디도 없다. 분리장벽에 대해서도 그는 “땅과 평화를 맞바꾸기로 한 오슬로 평화협정이 실패한 이유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다고 가정했기 때문”이라며 “분리장벽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평화롭게 따로 살 수 있는지를 시험하고자 하는 것”이란 주장을 내놨다.
공개된 발언만 놓고 보면, 이들이 미국 선거에 출마했는지 이스라엘 대선에 출마했는지 헛갈릴 지경이다. 민주당과 공화당 사이에 아무런 차이도 없다. 미국에서 불고 있는 ‘변화’의 열기가 문득 낯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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