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darkblue"> 버마승려동맹 지도부 단독 인터뷰, 감바라 스님 “300여 명 살해당해… 불법(佛法)을 포기하지 않겠다”</font>
<font color="#00847C"> 버마 민주화 시위가 군부의 유혈진압 이후 긴 침묵 속에 빠졌다. 겉으론 평온을 되찾은 듯 보이는 랑군의 거리는 무작위 체포와 구금의 공포에 짓눌려 있다. 반면 타이-버마 국경지대에선 ‘반격’을 준비하는 조심스런 움직임이 감지된다. 폭압의 세월을 딛고 19년 만에 터져나온 버마 민중의 분노는 어디로 향할 것인가? 정문태 아시아네트워크 팀장이 버마 현지와 국경지역 상황을 생생하게 전하는 주요 인사들을 연쇄 인터뷰했다. 편집자</font>
▣ 타이-버마 국경지대=정문태 아시아네트워크 팀장
anetwork@loxinfo.co.th
국경은 떨리고 있다. 1988년 8월 그날, 군인들의 유혈진압을 뼛속 깊이 묻어왔던 버마(현 미얀마) 국경 혁명전선은 ‘충격’과 ‘흥분’으로 뒤덮여 있다. 꼭 19년 만이다. 국경은 현재 정신없이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비록 아직 국경이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디론가 가야 한다는 의지만은 또렷이 보이는 분위기다. 희망과 불안을 함께 안고서.
현재 국경은 버마 내부 뉴스에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중이다. 혁명단체들뿐만 아니라, 기자들도 마찬가지다. 버마 내부로 들어간 기자들이 현장 소식을 제대로 전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나마 국경 혁명단체들이 중계하는 내부 소식들이 훨씬 더 정밀하고 신속하다 보니 오랜만에 국경은 활기를 띠고 있는 모양이다. 이런 판에 ‘헛소문’이 빠질 리 없다. 10월3일 밤엔 한 잔 걸치던 기자들을 벌떡 일으켜 세우는 소문이 떴다. “시위에 참여했던 승려 3명, 배우 1명, 소녀 3명이 타이 국경을 넘어 매솟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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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군 기지 공격하듯 사찰·불기 깨뜨려
확인 요청 전화를 받은 피난민구호센터는 “당신이 102번째 전화”라며 웃어넘겼다. 그 뒤로도 “BBC 라디오가 이미 인터뷰를 내보냈다”는 식으로 제법 모양새를 갖춘 소문들이 돌다 보니 무시하기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군인들이 승려가 주도하는 시위대에 발포하기 시작했던 9월26일부터 통신이 완전 두절된 승려단체들과 접촉하기 위해 국경혁명 지역에서 이틀 동안 가능한 모든 선들을 동원한 끝에 10월4일 오후 4시께(현지시각), 버마승려동맹(All Burma Monks League) 지도부 가운데 한 명으로 이번 시위를 조직했던 감바라(Gambara) 스님과 연결됐다. 그이 목소리도 국경처럼 떨렸다. “어젯밤(10월3일)에도 랑군 남부 옥칼라파와 팅앙윤 사찰이 군인들의 공격을 받았는데, 자세한 건 우리도 알 수 없다”며 말문을 연 스님의 목소리는 시간을 재촉하는 기운이 역력했다. 그이는 “지금 승려들이 말로 표현하기 힘들 만큼 격심한 분노에 휩싸여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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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주요 사찰들이 공격당하고 봉쇄당한 상태에서, 현재까지 감바라 스님이 파악한 승려들 피해 상황만 해도 군사당국이 발표한 11명 사망과 엄청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주요 사찰들 피해만 집계했는데 이미 어림잡아 승려 300여 명이 살해당한 것으로 드러났고, 또 2천여 명이 잡혀갔다.” 스님은 이 숫자는 앞으로 전국에 퍼져 있는 작은 사찰들 피해 상황까지 밝혀진다면 엄청나게 불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스님 말에 따르면, 군인들이 마치 적군 기지를 공격하듯이 사찰과 불기들을 깨트렸고, 마치 적군을 공격하듯이 승려들을 무참하게 타격한 다음에 사찰들을 완전 봉쇄해서 바깥세상과 격리시켰다고 한다. 스님은 “군인들의 이번 대사찰 공격은 시위 차단이 목표가 아니라 이런 만행을 통해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걸 시민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말하자면 엄청난 ‘경고 효과’를 노린 계획적인 군사작전이었다”고 규정하며 깊이 한숨을 내쉬었다. “앞으로 시민들의 저항운동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PBC, PAC… 시위 주도 세력의 실체 [%%IMAGE7%%]
잠시 뜸을 들인 감바라 스님은 “우리 승려들은 불법(佛法)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불법에 따라 저항운동을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실제로 감바라 스님이 이끄는 버마승려동맹을 비롯한 승려단체들은 군인들의 혹독한 공격과 감시 속에서도 여전히 시민들과 함께 저항을 계속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감바라 스님과의 인터뷰를 통해 며칠 전 외신을 통해 보도됐던 ‘암전운동’이 승려를 포함하는 시민거부위원회(PBC)라는 조직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도 처음 확인됐다. 감바라 스님은 다음 단계 투쟁으로 “10월5일부터 7일까지 3일 동안 시민들이 각 사찰을 찾아 예불을 올리도록 해서 자연스럽게 조직을 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예불운동’은 시민행동위원회(PAC)가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도 덧붙였다.
이렇듯 감바라 스님이 전해주는 버마 내부 소식을 종합해볼 때, 이번 시위는 지나가는 바람이 아니라 상당 기간 지속성을 지니면서 기압에 따라 파괴력을 발휘할 만한 태풍급으로 변할 가능성이 충분히 엿보인다. 그건 바깥세상에 알려진 것과 달리, 이번 버마 시위를 주도하는 내부 조직의 실체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탓이다. 승려들만의 투쟁이 아니라는 사실을 눈여겨본다면, 자연발생적인 시위가 아니라는 사실을 눈여겨본다면.
전화를 끊기 전, 감바라 스님은 한마디 덧붙였다. “국제사회가 동참할 수 있는 길을 찾고 있는데, 아직 날짜를 정하진 않았지만 10월7일을 목표로 해서 ‘국제행동의 날’을 선포할 계획이다. 그날 하루만이라도 세상 승려들과 신도들이 버마와 함께하는 방식을 염두에 두고서….”
이렇게 이번 시위는 내부에서 주저앉고 말았던 1988년 8월 ‘랑군의 봄’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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