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조선일보 고문의 특별기고’에 드러낸 점잖고 적나라한 희망사항
▣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 사진·정수산 기자 jss49@hani.co.kr
은 657호(5월1일치) 표지이야기 ‘신문, 그 이상의 신문’에서, 정권 창출에 뛰어든 대선 보도의 폐해를 지적하면서 그럴 바에는 차라리 누굴 지지하는지 밝히는 게 낫다고 제안한 바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과 공동으로 올 1월부터 3개월 동안의 주요 일간지 대선 보도를 심층 분석했더니, 말로는 ‘중립’을 표방하면서도 특정 정당, 특정 후보를 밀어주고 띄워주는 일부 언론들의 불공정한 보도 행태가 심각했기 때문이다.
“가정도 학교도 성적도 중간 이상이길”
당시 정치권의 언론에 대한 불만은 한나라당 ‘빅3’(박근혜·손학규·이명박, 손 전 경기지사는 3월19일 탈당했다)의 동정 중심 보도에 집중됐는데, 한나라당 내부, 특히 박근혜 전 대표의 캠프에서도 “ 가 노골적으로 이명박을 편들고 있다”(유승민 의원)고 불만을 토로했다. ‘안티 조선일보 운동’을 왜 하는지 이해할 수 있겠다면서.
조선일보사가 발행하는 5월14일치에 실린 ‘김대중 조선일보 고문의 특별기고’를 보면 박근혜 캠프의 이런 불만이 나름대로 근거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김 고문은 ‘이런 대통령을…’이라는 제목의 칼럼성 기고문에서 ‘개인적인’ 희망사항을 피력한다.
“바라건대 CEO형의 대통령이 나왔으면 좋겠다. 가족적으로도 우리나라의 평균이거나 그것을 웃도는, 굳이 다른 말로 하면 ‘개천에서 나온 용’이 아닌 평범하고 화목한 가정에서 나왔거나 그런 가정을 가진 사람이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 학교도 중간 이상은 되고, 성적도 중간 이상은 되고, 학교에서 리더 역할도 해본 그런 사람이면 좋겠다”고.
조선일보사의 김 고문이 장삼이사 중의 한 명이거나 수만 명의 언론인 가운데 한 명이었다면 별 문제가 없는, 정말 ‘개인적인 희망사항’으로 읽혔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는 한때 ‘영향력 있는 언론인’ 조사에서 줄곧 1위였고 현재도 열 손가락 안에 꼽힌다. 평소 ‘좌파 종식’과 ‘정권 교체’를 부르짖어온 김 고문의 독특한 철학에 비춰보면 ‘이런 대통령’ 후보군에 열린우리당이나 민주노동당 등 ‘좌파’ 대선 주자들이 끼어들 틈은 없을 테니, 그가 바라는 ‘이런 대통령’의 후보는 한나라당의 박근혜·이명박 두 대선 주자일 거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이름만 적시하지 않았을 뿐
그런데 △CEO형 대통령 △평범하고 화목한 가정에서 나왔거나 그런 가정을 가진 사람 △학교에서 리더 역할을 해본 사람이라는 김 고문의 기준은, 두 주자 중 어느 누구에게 해당하거나 어느 누구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CEO형 대통령은 5월10일 대선 출마 선언을 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대표상품’이다. 이 전 시장은 1992년 정치권에 입문하기 전까지 현대건설 등 현대 계열사의 전문경영인을 지냈다. 이 전 시장의 가정이 평범하고 화목한지는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박 전 대표가 그런 기준을 충족하지 않고 있음은 분명하다. 또 이 전 시장은 고려대 상대 학생회장 출신이다. 너무 분명해지지 않는가. 김 고문은 이름을 적시하지 않았을 뿐이지, 개인적인 희망사항이라는 형식을 빌려 4·25 국회의원 재보선 이후 경선 규칙을 둘러싸고 사생결단을 벌이고 있는 한나라당의 두 주자 가운데 한 후보의 손을 번쩍 들어주고 있는 셈이다.
공교롭게도 박근혜 캠프의 총괄본부장은 안병훈 전 조선일보사 부사장이다. 조선일보사는 올 초 안 전 부사장의 박근혜 캠프행이 확정된 이후 국회 기자실에 해명 자료를 배포했다. 거기에는 “는 에 몸담았던 어떤 인사가 를 떠나 어떤 활동을 하든 그에 전혀 영향받음 없이 의 독자적인 판단과 방침에 따라 신문 제작을 해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임을 밝힌다”고 쓰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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