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nt color="darkblue"> 2008 회계연도 예산안 통해 조세 감면 지속할 뜻을 밝힌 부시 대통령…천문학적 예산 적자에 노인과 빈민 지원은 줄이고 국방예산은 인상해</font>
▣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미국 하원 예산위원회(위원장 존 스프랫·민주당)의 인터넷 홈페이지(budget.house.gov)에 들어가면 미국의 국가채무 현황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2월9일 현재 이 수치는 ‘8조7007억5459만1210달러31센트’(약 8131조7252억원)를 기록하고 있다. 미 통계청의 ‘인구시계’를 보면 이날 오후 현재 미국 인구는 3억113만2490명을 넘어서고 있다. 이 수치를 기준으로 할 때 미국인 1인당 부담해야 할 국가채무액은 2만8893달러44센트(약 2700만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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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의회에 제출하는 예산안은 향후 5년 동안 세금을 올리지 않고도 균형예산을 이룰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올바른 정책 집행과 자신에 찬 기업가 정신으로 지금 미국 경제는 활황을 맞고 있다. 세금을 낮춤으로써 오히려 재정수입이 늘어나고 있다. 정부의 우선 과제는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며, 또 우리 병사들이 맡은 바 임무를 완수하는 데 필요한 것들을 충족시켜주는 것이다. 이 밖에 국립공원 보호사업과 교육, 의료 보장 역시 정부의 정책 우선 과제이며….”
“새 예산안은 기만적이고 비현실적”
조지 부시 대통령은 지난 2월5일 총 2조9천억달러 규모의 2008 회계연도 예산안을 마련해 의회에 제출했다. 미국의 새 회계연도는 매년 10월에 시작된다. 천문학적 예산 적자에 허덕이는 미국의 재정 상황에 비춰 적자 폭을 줄이는 방안에 관심이 모아졌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2440억달러를 넘어선 연방정부 예산 적자를 “오는 2012년까지 610억달러 흑자로 바꿔놓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구체적으로 들어보자.
부시 대통령은 우선 지난 2001년과 2003년에 취한 조세감면 조처를 지속할 뜻을 밝혔다. 예산 적자를 메우기 위해 증세라는 ‘소극적’ 방법을 택하지는 않겠다는 게다. 이로 인해 앞으로 10년 동안 약 1조6천억달러의 세수 감소가 예상되는 바, 이를 상쇄하기 위해 향후 5년 동안 노인층 의료지원 예산(메디케어)과 빈민층 의료지원 예산(메디케이드)에서 각각 660억달러와 250억달러씩 줄여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교육 분야를 비롯한 141개 국내 정책 분야에서 예산을 아껴 120억달러에 이르는 추가 재원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가능할까?
“의회가 메디케어와 메디케이드 관련 예산의 삭감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임은 부시 대통령도 잘 알고 있을 게다. 그런데도 이를 통해 조세 감면에 따른 세수 부족분을 메워 균형예산을 이루겠다고 공언했다. 솔직하지 못한 태도다.” 찰스 랭글 하원 세입세출위원장은 2월6일 와의 인터뷰에서 부시 대통령의 발언을 비판했다. 켄트 콘라드 상원 예산위원장(민주당)도 방송에 나와 “새 예산안은 기만적이며, 현실과의 괴리감으로 가득 차 있다”고 잘라 말했다. 왜 이런 반응이 나올까? 민주당이 장악한 미 하원 예산위원회가 2월7일 내놓은 반박 보고서에 해답이 들어 있다.
부시 행정부 들어 지난 6년 동안 미 연방정부는 사상 최악의 예산 적자를 쌓아왔다. 하원 예산위는 보고서에서 “부시 행정부 집권 직전인 지난 2001년 상황이 유지됐다면 오는 2011년까지 10년 동안 5조6천억달러의 재정 흑자를 냈을 것”이라며 “하지만 부시 행정부 들어 예산 적자가 누적되면서, 현 상황이 유지된다면 2011년까지 예산 적자는 3조달러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단순 산술로 계산해봐도, 부시 행정부의 정책 실패로 모두 8조6천억달러 규모의 재정 손실을 봤다는 얘기가 된다.
6년 연속 적자 2천억달러 넘어설듯[%%IMAGE5%%]
보고서는 “부시 대통령이 새로 내놓은 예산안에 따르더라도 2007년 예산 적자는 244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며, 2008년에도 세입(2조6620억달러)에 비해 세출(2조9020억달러) 규모가 커 대략 2400억달러의 적자가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이대로 예산이 집행된다면, 부시 행정부 들어 미 연방정부의 예산 적자 폭은 내리 6년째 2천억달러를 넘어서게 된다.
지난 1월31일 뉴욕 월스트리트를 방문한 자리에서 부시 대통령은 미국에 소득 불평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시인했다. 그는 이날 “미국에 수입 불평등이 있다는 점은 사실이며, 지난 25년 동안 상황이 갈수록 나빠져왔다”고 말했다. 그가 2월5일 새 예산안을 내놓으며 ‘균형예산’과 함께 ‘불평등 해소’를 양대 화두로 내건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하지만 예산안의 실제 내용은 부시 대통령의 발언을 손쉽게 배반한다.
‘미국진보센터’(CAP)가 2월6일 내놓은 자료를 보면, 새 예산안에는 △저소득층 노인들을 위한 주거 지원비 25% △저소득층 난방지원비 18% △지역개발 지원비 12.7% △취업교육 지원비 8% 등 사회복지 예산의 삭감 목록이 끝없이 등장한다. 이 밖에도 저소득층 자녀의 양육과 교육 보조금을 삭감하기로 해 약 20만 명의 저소득층 어린이가 보육 기회를 잃게 될 처지란 게 센터 쪽의 설명이다.
반면 부유층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전혀 손대지 않은 듯하다. 센터는 “향후 10년 동안 부유층에게 현행대로 조세 감면을 해주는 데 드는 비용만 1조6천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추정했다. 브루킹스연구소 조세정책센터도 “부시 행정부의 조세 감면 정책이 지속된다면, 연평균 소득 40만달러를 벌어들이는 소득 규모 상위 1%의 미국인들이 오는 2012년 받게 될 평균 조세 감면액은 6만7천달러에 이를 것”이라며 “이를 현재의 달러 가치로 환산해보면, 미국 가구당 평균 소득을 뛰어넘는 금액”이라고 지적했다.
전년 대비 11.4% 인상된 국방예산도 따져보자. 부시 행정부는 추가 예산 편성이란 편법을 동원한 예년과 달리 새 예산안에서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 비용을 처음으로 공식 예산안에 반영했다. 새 예산안에 따른 국방예산 총액은 6228억달러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래 최대 규모라는 게 하원 예산위의 지적이다. 예산위는 보고서에서 “베트남전과 한국전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도, 2007년 달러를 기준으로 환산한 국방예산은 각각 4800억달러와 5670억달러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라크·아프간 전쟁 비용은 7천억달러?
지난 2003년 이라크 침공에 앞서 부시 행정부는 예상되는 전쟁 비용을 500억달러 정도로 추정했다. 당시 백악관 경제보좌관이던 로렌스 린지는 “실제 전쟁 비용은 2천억달러에 이를 것”이란 ‘억측’을 내놨다가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부시 행정부는 2008 회계연도에만 1410억달러의 전쟁 비용을 요청했다. 2007 회계연도에 부시 행정부가 전쟁 비용으로 추가 요청한 예산은 930억달러였다.
새 예산안이 원안대로 통과되면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 비용은 2008 회계연도 안에 7천억달러에 다가서면서, ‘공식적’으로 베트남전 당시 전쟁 비용을 넘어설 전망이다. ‘포린폴리시인포커스’(FPIF) 등 민간 연구단체들은 현재의 달러 가치로 환산한 베트남전 전비는 약 6천억달러로 추정한다. 부시 대통령의 채 2년도 남지 않은 임기조차 길게 느껴지는가? 일부 시민단체들이 지난해 봄에 시작한 부시 대통령 탄핵을 위한 서명운동에 참여한 이들이 2월9일 현재 85만3천여 명에 이른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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