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 서울 우촌초등학교 비리를 공익제보했다가 해임된 뒤 7년 만에 복직하게 된 최은석 전 교장을 2026년 10월25일 성북구 돈암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최 전 교장은 “공익제보자 보호를 위한 법률이 더 강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무려 7년. 자신이 몸담았던 사립학교의 비리를 공익제보했던 최은석(58) 전 서울 우촌초등학교 교장이 복직 결정을 받아내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2026년 10월, 학교법인 일광학원 임시이사회는 최 전 교장에게 11월2일자로 복직하라고 통보했다. 앞서 대한민국의 수많은 공익제보자가 그랬듯 최 전 교장 역시 지난 7년 동안 직위해제, 해임, 퇴직 통보, 각종 조사와 소송에 시달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옳지 않다는 순수한 생각에 시작했던 일”이 최 전 교장의 삶을 통째로 바꿔놓았다. 그러나 복직을 코앞에 둔 10월25일 서울 성북구 돈암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다시 그때로 돌아가도 같은 선택을 할 것 같다. 7년여의 세월이 힘겨웠고 가족에겐 많이 미안했지만, 한 번도 내 선택을 후회한 적은 없다”고 망설임 없이 말했다.
7년간의 모진 고난 속에 무너질 법도 하건만, 최 전 교장의 한마디, 한마디는 ‘확신’에 차 있었다. “개인 최은석 이전에 교육자 최은석이기 때문에 약해지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까닭”이다.

2019년 서울 우촌초등학교 비리를 공익제보했다가 해임된 뒤 7년 만에 복직하게 된 최은석 전 교장을 2026년 10월25일 성북구 돈암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최 전 교장은 “공익제보자 보호를 위한 법률이 더 강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건의 시작은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은석 전 교장이 몸담았던 우촌초등학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학비가 비싼 사립초등학교 중 한 곳이다. 이 학교는 일광그룹 산하의 학교법인 일광학원이 운영한다. 당시 일광그룹 이규태 회장은 2015년 방위사업청 관련 정보를 알아내기 위해 국군기무사령부 소속 군무원 2명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뇌물공여·업무상 횡령·조세포탈·범죄수익은닉) 등으로 징역 3년10개월에 벌금 14억원의 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출소한 지 몇 개월 되지 않았다. 재단에 아무런 직함이나 권한이 없는 이 회장이 갑자기 학교 돈 24억원을 들여 ‘스마트스쿨 사업’ 도입을 강행했다.
“너무 이상했어요. 그 무렵 이태원초가 먼저 교실 한 곳을 스마트 교실로 꾸미는 시범사업을 했는데, 예산이 2억원 들었다고 했어요. 우촌초는 2017년 학교 전체를 리모델링 해서 인터넷 등 기반시설(하드웨어)이 다 설치돼 있어 그렇게 많은 돈이 들 수가 없거든요.” 이 회장이 수감돼 있을 때부터 돈을 빼돌리기 위해 ‘옥중 지시’를 내려 영어교재 제작 등을 핑계로 사업 예산을 부풀리고 특정 업체가 입찰되도록 ‘작전’을 짰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됐다.
“아마 벌금 14억원을 마련하기 위해서 그랬던 것 같아요. 행정실장과 제가 말을 듣지 않으니까 2019년 3월께 저를 따로 불러서 해임 운운하며 스마트스쿨 사업을 진행하라고 압박하더라고요. 근데 24억원짜리 계획서가 너무 엉망진창이었어요. 우선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예산 편성은 하겠지만 집행을 막아보겠다’는 식으로 학부모들에게 양해를 구했죠.” 최 전 교장뿐 아니라 행정실장도 반발했다. “1차로 계약금 2억원이 집행된 데 이어 중도금 7억원 이상을 업체에 지급해야 하는데, 계획이 너무 부실해서 도저히 안 되겠다는 거죠. 행정실장은 심지어 이 회장의 처조카였어요. 양심상 도저히 그냥 진행할 수 없었던 거죠.” 최 전 교장은 중도금 지급 전에 사업을 막기 위해 2019년 5월 행정실장, 교감, 교무부장, 회계직원, 시설팀장 등 6명의 뜻을 모아 서울시교육청에 공익제보를 하게 됐다.
“저는 전남에서 10여 년 공립교사 생활을 하다 2002년 우촌초로 왔어요. 일광그룹이 2001년 재단을 인수한 직후였죠. 사립학교는 시설도 빵빵할 줄 알았는데 너무 낙후돼 있더라고요. 재단에 문제가 너무 많아서 교장이 수시로 바뀌는 통에 제가 교장 직무대행을 세 번이나 했어요. 그러다 2017년 ‘40대 젊은 교장’이 됐어요. 학교 전체 리모델링을 할 땐 주말에도 출근할 만큼 정말 좋았어요. 학교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죠.”
사립학교에서 교장이 재단의 심기를 거스르는 경우는 거의 없다. 도대체 교장인 그는 왜 재단에 맞서는 선택을 했을까? “우촌초에 근무하면서 말도 안 되는 일을 많이 겪었어요. 일광그룹이 엔터테인먼트 사업도 하는데, 거기서 제작한 뮤지컬을 전교생이 단체 관람하라고 지시가 내려와 학교 돈으로 1인당 20만원씩 예산을 책정하고, 삼청각 옆에 있는 이 회장 땅에 자연학습장을 만든다며 학교 돈을 빼가려 하기도 했어요. 제가 반대도 많이 했죠. 결정적으로 스마트스쿨 사업은 예산이 무려 24억원이었어요. 2017년 학교 전체 리모델링 비용(28억원)과 맞먹는 돈이잖아요. 아이들에게 소중하게 써야 할 학교 예산을 빼돌리는데 두고 볼 수 없었습니다.”

2024년 1월17일 오전 서울경찰청 민원실 앞에서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일광학원을 부패방지권익위법 위반으로 고발하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옳은 일을 했으니 사건이 빠르게 마무리될 거라 기대했다. 서울시교육청에서 감사에 나섰고, 스마트스쿨 사업 계약은 취소됐다. 특별감사를 통해 2020년 9월엔 학교법인 일광학원 임원 전원에 대한 ‘승인 취소’ 결정도 내려졌다. 그리고 검찰은 2021년 12월 이 회장과 스마트스쿨 사업 추진에 가담한 학교 관계자 등 12명을 업무상 횡령, 입찰방해,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최 전 교장 등은 2022년 ‘올해의 공익제보자상’을 받았다.
하지만 영화나 드라마처럼 ‘정의가 승리하는 통쾌한 날’은 그리 쉽게 다가오지 않았다. 그사이 일광학원의 탄압은 끝을 모르고 이어졌다. “공익제보를 한 직후인 2019년 6월 말, 제가 6학년을 인솔해 싱가포르로 수학여행을 가 있는데, 거기서 직위해제 통보를 받았어요. 같은 해 9월 징계위에서 해임됐습니다. 고장이 잦은 지문인식기를 근거로 근태가 불량하다, 재단에 보고 없이 원어민 강사 채용을 맘대로 했다 등 온갖 꼬투리를 잡더군요.”
최 전 교장은 재단으로부터 10여 가지 죄목으로 고발당했다. 이 회장은 공공연하게 ‘3년10개월간 감옥에 있으면서 내가 변호사가 다 됐다’며 무차별적 소송을 걸었다. 2019년 11월 서울시교육청의 ‘보복성 징계 시정 요구’로 해임이 취소됐지만, 임금과 사학수당을 지급하지 않던 재단은 2020년 4월엔 임기 만료를 이유로 최 전 교장을 ‘퇴직’ 처리해버렸다. 국민권익위원회가 퇴직 취소 및 임금·사학수당 지급을 결정했지만, 재단은 행정소송으로 맞섰다. 다른 공익제보자들도 잇따라 해임과 소송을 당했다.
“가장 황당했던 건 재단이 제가 교장 직무대행일 때부터 교장으로 일했던 기간 중 5년치 회계를 전문 회계법인에 맡겨 탈탈 털어 횡령으로 고발한 거였어요. 선생님들과 회식한 비용, 아이들 간식비, 원어민 선생님 수업에 필요한 준비물 등 1만원, 1천원까지 다 털어서 20여억원을 횡령했다는 죄를 뒤집어씌웠습니다. 2023년부터 경찰 조사를 받고 재판까지 간 끝에 2026년 2월 무죄 판결을 받았어요.”
혼자였으면 버티기 어려웠을 시간이었다. 함께 ‘공익제보’에 나섰던 동료 5명, 등록금 납입 거부까지 하며 최 전 교장 등의 해임 처분에 항의했던 학부모들, 학교 행정실 직원이라 누구보다 자신을 잘 이해해줬던 아내가 있었기에 견딜 수 있었다. “저 때문에 동료 5명까지 이 일에 연루돼 고생하니까 포기할 수 없었어요. 특히 행정실장이 고생을 많이 했어요. 같이 조사받고, 재판받고, 증인으로 출석하고. 함께한 동료가 있었기에 우리가 옳은 일을 했다는 믿음을 잃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2019년 서울 성북구 우촌초등학교 비리를 공익제보했다가 해임된 뒤 7년 만에 복직하게 된 최은석 전 교장. 그는 2026년 11월2일 복직을 앞두고 한겨레21과 만나 그간의 소회를 밝혔다.
함께 고생한 동료들은 그보다 앞서 복직했다. 하지만 학교 정상화를 위해 구성된 임시이사회조차 2025년 2월 최 전 교장을 임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후 교원소청심사위원회가 임용 거부 처분을 취소했지만 바로 복직할 순 없었다. 임시이사회는 임기 만료를 불과 나흘 앞둔 2026년 10월2일에야 비로소 최 전 교장의 복직을 결정했다. “임시이사회도 엉터리였어요. 문제가 된 재단 이사들을 해임해놓고, 해임된 이사 중 한 사람의 부인이자 이규태 회장의 측근을 임시이사장에 앉히는 게 말이 되나요? 그러니 복직 결정이 빨리 이뤄질 리가 없죠.”
꿈에도 그리던 복직을 앞둔 상황이지만, 최 전 교장의 마음은 그리 가볍지 않다. 먼저 복직한 동료 중 재단의 계속된 탄압에 사표를 낸 사람도 있고, 이규태 회장 등에 대한 재판도 아직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교감 선생님은 3년 가까운 소송전 끝에 복직했지만, 차별과 따돌림을 당하고 병까지 얻었어요. 병가를 마치고 돌아가서도 학교로부터 징계를 당했고요. 결국 사표를 내셨어요. 너무나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뿐입니다. 복직 이후 제 교직 생활도 순탄치는 않을 듯싶어 걱정이네요.”
혹시라도 우촌초 교직원을 길에서 마주쳤다가 인사라도 나누면 그 사람이 불이익을 받을까봐 학교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교장 선생님이 수학을 제일 잘 가르치신다’며 정을 주던 당시 학생들이 대학에 다닐 만큼 긴 시간이 흘렀다. “어색할 것 같아요. 교직원도 많이 바뀌었고, 결국 재단 편에 섰던 교사들이 저를 불편해할 것도 같고요.”
최 전 교장은 무엇보다 공익신고자보호법이 더 강화돼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 역시 공익제보자로 인정받은 뒤 권익위로부터 구조금을 받긴 했지만, 기간은 최대 3년밖에 되지 않았다. 각종 소송에 따른 변호사비도 지원받았지만, 형사소송 변호사비를 충당하기엔 부족했다. “학교에서 해임당한 뒤 2023년 4월까지 구조금을 받았지만, 그 후엔 생계가 막막했죠. 달력 인쇄 공장에서 일하기도 했고, 가족과 떨어져 전남까지 가서 기간제 교사도 했어요. 다행히 인천의 한 학교에 자리가 나서 체육 전담 기간제 교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부디 법이 개정돼 공익제보자 지원이 더 늘었으면 좋겠어요.”

2019년 10월2일 서울 우촌초등학교 학부모들이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일광학원 비리척결 궐기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 전 교장은 쿠팡 블랙리스트 제보자가 기소의견(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으로 송치되고, 계엄군의 불법 작전을 제보한 전문가가 수사(군사기밀보호법 위반 혐의)받는 등 공익제보자가 계속해서 어려움을 겪는다는 최근 뉴스를 보면서도 마음이 착잡했다. “공익제보를 위해 불가피하게 법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경우엔 면책해줘야죠. 대한민국에서 공익제보자로 산다는 건 모든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일일까요? 그럼 누가 공익제보자로 나설까요?”
그리도 긴 싸움을 했건만 최 전 교장의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복직만 하면 그는 현재진행형인 ‘우촌초 재단 비리’를 뿌리 뽑기 위해 싸울 것이라고 다짐했다. “지난 7년 동안 운동을 진짜 열심히 했어요. 싸우려면 체력이 강해야 하거든요. 이제 교직 생활이 4년 남았어요. 명예퇴직해서 편히 살라고 충고하는 지인도 많지만, 감시자 역할을 계속해야죠. 제 목표는 ‘정상화된 우촌초에서 퇴직하는 것’입니다.”
글·사진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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