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서 장미란씨 등 사흘 새 실종신고자 4명 주검으로 발견

경찰이 2026년 8월24일 제주시 한림읍 수원리의 한 야자수농장에서 수개월 전 실종됐던 장미란씨 시신을 발견해 현장 감식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주에서 사흘 새 장미란(37)씨 등 실종됐던 이들 4명이 잇따라 주검으로 발견됐다.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지만, 장씨 등의 실종 신고를 허위 종결한 경찰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2026년 8월24일 제주경찰청의 설명을 종합하면, 이날 오전 10시46분께 제주시 한림음에서 장씨로 보이는 주검이 발견됐다. 주검은 장씨가 장기 투숙했던 펜션에서 직선으로 400m, 걸어서 약 5분 거리에 있는 야자수농장에서 발견됐다. 현장에서는 장씨의 휴대전화, 실종 당시 입은 옷가지 등이 발견됐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범죄 피해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장씨는 앞선 5월12일 밤 10시15분 펜션을 나선 뒤 연락이 두절됐다. 사흘 만인 5월15일 저녁 6시43분 남자친구가 112에 실종 신고를 했지만, 제주서부경찰서 실종수사팀 소속 부아무개 경장이 2시간30여분 만인 밤 9시16분에 “실종자와 연락됐다”는 거짓말을 하고 사건을 종결했다. 이후로도 장씨 휴대전화가 12시간 넘게 켜져 있었기 때문에 제대로 수사했으면 장씨의 휴대전화와 위치 추적을 통해 행방을 확인할 기회가 있었던 것이다.
두 달 넘게 장씨를 기다리던 가족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제보를 받기 시작한 뒤인 8월20일에야 경찰은 뒤늦게 대대적 수색을 시작했고, 나흘 만에 장씨의 주검을 발견했다. 경찰이 사건을 허위 종결한 지 101일 만이다. 이 과정에서 장씨의 행방이나 사망 경위를 알 수 있는 단서는 대부분 사라졌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제주도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장씨가 실종된 지점 인근에 있는 폐회로티브이(CCTV) 118대의 영상이 이미 2026년 6월 중순께 자동 삭제됐다.

장씨 사건뿐만 아니다. 앞서 8월22일에는 60대 남성이 제주시 구좌읍 송당리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 남성의 가족은 7월2일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지만, 역시 담당자인 부 경장이 비슷한 수법으로 사건을 허위 종결 처리했다. 8월21일 가족이 재신고를 하자 경찰은 역시 뒤늦게 수색을 진행했다가 하루 만에 이 남성의 주검을 발견했다.
제주지검은 8월24일 부 경장의 신병을 확보하겠다며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경찰은 부 경장이 2025년 3월부터 실종수사팀에서 근무하며 298건의 실종 사건을 처리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때문에 향후 수사에서 부 경장이 비슷한 수법으로 실종 사건을 허위 종결한 사건이 추가로 드러날 수도 있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경찰의 ‘실종 수사 시스템’이 실패했음을 인정했다. 유 대행은 8월2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실종 시스템상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된다”며 “담당자가 (실종) 사건을 종결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돼 있다”고 말했다. 유 대행은 이어 “신속하게 시스템을 개선하고 시스템이 개선되기 전까지는 수기로 팀장·과장 결재 후에 종결하도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한편, 제주에서는 부 경장이 맡지 않은 또 다른 실종 사건과 관련해 2명의 주검이 추가로 발견됐다. 8월24일 제주해양경찰서의 설명을 보면, 8월23일 오후 3시4분께 제주시 조천읍 신흥리 해상에서 70대로 추정되는 남성이 숨져 있는 것을 낚시객이 발견해 소방당국에 신고했다. 이 남성은 8월22일 제주동부경찰서에 실종 신고가 접수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8월24일 오전 9시35분께에는 제주시 애월읍 한 계곡 인근에서도 경찰에 실종 신고됐던 또 다른 실종자가 숨진 채 발견됐다. 실종자 가족은 최근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실종 사건을 접수해 그동안 수색을 진행해왔다.
이재훈 기자 n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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