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교 밖 청소년의 전국연합학력평가 응시 자격을 거부한 시·도교육청 판단에 대해 학교 밖 청소년 윤수영씨와 변호인들이 2025년 6월5일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왼쪽부터 신혜원 변호사(법무법인 지평), 윤수영씨, 홍혜인 변호사(공익법단체 두루), 안지영 변호사(지평). 두루 제공
윤수영(19)씨는 졸업을 1년3개월 앞두고 학교를 떠났다. 탈학교를 마음먹은 결정적 계기는 2024년 5월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에서 진행하는 반차별 포스터 ‘미워해도 소용없어’를 학교에 붙이고 난 직후였다. 포스터를 붙인 사람이 윤씨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쟤 게이(남성 동성애자를 일컫는 말)야?’ 같은 원치 않은 질문이 쏟아지거나 소문으로 떠돌았다. 그동안 성적 지향을 ‘커밍아웃’한 적 없었고, 게이란 표현 역시 윤씨의 성적 지향과는 달랐다. 평소 교실 내에서 성차별 발언이 바로잡히지 않는 환경에 실망이 쌓인 터였다. “아우팅(타인에 의해 성정체성이 공개되는 것) 후 더는 학교에 다닐 수 없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어쩔 수 없이 학교 밖을 택한 건 정지윤(20)씨도 마찬가지다. 중학교에 입학한 뒤 사귄 친구 무리에서 어느 순간 소외감을 느꼈다. 학내 상담실인 위(Wee) 클래스를 찾았지만 “학기 초니까 다 그래. 네가 문제야”란 상담교사의 말이 정씨를 더 외롭게 했다. 어렵게 전학을 갔지만, 공황 발작 증상이 다시 나타났다. 밤낮이 바뀌고 방 안에만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고등학생이 되면서 용기를 내어 등교했지만 소외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공황 증상에 조퇴하거나 결석하는 날이 잦아졌다. 2019년 또 한 번 학교를 떠났다.
학교 밖 청소년 수는 코로나19 같은 특수 상황을 제외하면 매년 꾸준히 늘고 있다.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에선 학교 밖 청소년을 초·중·고등학교에 다니지 않는 만 9~24살로 규정한다. 교육통계연보에서 집계한 학교 밖 청소년은 2019년 5만2261명에서 코로나19 국내 확진자가 처음 나온 2020년 3만2027명으로 줄었다가 2021년 4만2755명, 2022년 5만2981명으로 다시 늘고 있다. 학령기 청소년(6~17살)으로 보면 2024년 기준 학교 밖 청소년은 17만3800명으로 추산된다.
윤씨와 정씨는 학교를 떠났지만 학업을 포기하진 않았다. 윤씨는 탈학교 뒤 녹색당 부대표로 활동하며 꿈이 생겼고 대입 준비를 시작했다. 정씨는 지역 4년제 대학에 입학해 학업을 이어가고 있다. 두 사람 모두 검정고시를 치렀다. 2023년 성평등가족부가 발표한 학교 밖 청소년 실태조사를 보면 학교 밖 청소년 2890명 가운데 약 70%는 학교를 그만둘 당시 ‘검정고시 준비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대학 진학 준비’ 비율도 30%에 달했다. 2021년 같은 조사와 견줘 각각 11.2%포인트, 6.9%포인트 늘었다.

2026년 4월6일 서울 마포구 녹색당사에서 학교 밖 청소년이자 ‘학력평가 응시신청 거부 취소’ 소송 원고인 윤수영씨가 한겨레21과 인터뷰하고 있다. 녹색당 제공.
2025년 7월 두 사람이 관할 지역의 시·도교육감을 상대로 ‘전국연합학력평가시험(학력평가) 응시신청 거부 취소’ 소송을 낸 배경도 이런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 이들은 2025년 3월 시도교육감에게 학력평가 응시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돌아온 답은 ‘거부’였다. “학력평가는 고등학교 재학생 중 희망 학교·학생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이유였다.
2026년 3월26일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재판장 이정원)는 해당 시·도교육감의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학력평가 응시 제한 조처가 “학교 밖 청소년들을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해 교육 기회를 제한하는 것으로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이라고 판결했다. 학력평가 종료 뒤 문제지와 정답지를 제공하면 본인의 성적이 어디쯤인지 통계표를 보고 확인할 수 있다는 교육감들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재학생보다 시험 경험이 훨씬 제한적인 학교 밖 청소년에게 학력평가 응시 기회가 더욱 절실하게 요구된다고 봤다.
학력평가는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수능 형식으로 번갈아 출제한다. 고등학교 1~3학년 학생이 1년에 네 번 학교에서만 볼 수 있다. 학년별 학습 범위 안에서 문제를 내 학습 수준을 확인하고 수능 실전 감각을 익힐 기회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이 출제하는 모의평가는 학원 같은 학교 외 공간에서 1년에 두번(6월·9월) 볼 수 있고 고3과 N(엔)수생을 대상으로 하지만, 학력평가는 그렇지 못했다.
두 사람은 같은 해 6월 ‘학력평가 응시신청 거부’에 대한 헌법소원도 제기했다. 관련 소송은 공익법단체 두루, 법무법인 지평 소속 변호사 등 10여 명이 지원했다. 소송에 참여한 박아름 변호사(지평)는 “학교 밖 청소년이 당사자로 학습권을 위해 낸 첫 소송이란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학교 밖 청소년들도 동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사법부가 확인해준 만큼 이들의 교육권이 확대되는 선례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학교 밖 청소년이 대학에 진학할 때 수시 전형은 걸림돌이 된다. 수시는 대학 입시의 약 80%를 차지하는데, 특히 동아리 활동과 수상 경력 등이 담긴 학교생활기록부가 중요한 학생부종합전형은 학교 밖 청소년에게 높은 벽이다.
이에 성평등부는 2021년부터 ‘청소년생활기록부'를 학교생활기록부 대체 서류로 인정했지만,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청소년생활기록부를 받아주는 대학은 전국 18개에 불과하다. 서울 소재 대학은 고려대, 서울과학기술대, 서울대, 성공회대, 성균관대 등 5개에 그친다. 청소년생활기록부는 성평등부 산하에 있는 학교 밖 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에서의 활동만 기록하게 돼 있는데, 센터가 대학에서 인정할 만한 ‘학업 활동’을 제공하기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수 끝에 대학에 입학한 정씨는 “검정고시 성적을 높게 받아도 대학에 따라 내신 3~4등급 수준으로 환산되는 경우가 있어 논술전형 외엔 수시로 지원할 대학이 없다”며 “센터 활동이 대부분 원데이 클래스나 바리스타 자격증반 등 취미 위주라 대입에 쓸 수 있는 내용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조규필 세종사이버대 교수(사회복지학)는 “2028학년도 대입부터 내신 체계가 9등급에서 5등급으로 개편되면, 수시에서 학교생활기록부 같은 정성 평가가 더 중요해지고 학교 밖 청소년의 기회가 더 제한될 것”이라며 “검정고시를 통과했더라도 대입 전 중간 단계의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학교 밖 학습이 학력취득 인정과 호환될 수 있는 학력인증 체계가 정교하게 마련돼야 한다는 제언도 있다. 강예은 청소년평생학습진흥원 이사장은 “한 꿈드림 센터는 700~800명을 담당할 정도로 과밀 상태이고 센터의 설립 목적이 입시 지원에 맞춰져 있지 않다”며 “학내 청소년이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에 학습 이력이 기록되듯 학교 밖 청소년이 대안교육기관 학습 이력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해 이들이 원하는 교육을 선택할 수 있도록 폭넓게 지원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재명 대통령도 검정고시 출신이잖아요. 정책은 바라지도 않으니 정부와 정치권에서 학교 밖 청소년에게 관심이라도 가져줬으면 좋겠어요.” 정씨가 덤덤하게 말했다.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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