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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독박, 정의로운 해법 찾아라

올해부터 수도권 직매립 금지… 배출 줄이고 부담 나누는 자원순환 체계 숙의해야
등록 2026-02-27 10:31 수정 2026-03-03 11:24
‘마포소각장 추가 백지화 투쟁본부’ 회원들이 2025년 1월20일 서울 마포구에서 소각장 설치 반대 손팻말을 들고 있다. 1심 승소 직후였다. 한겨레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마포소각장 추가 백지화 투쟁본부’ 회원들이 2025년 1월20일 서울 마포구에서 소각장 설치 반대 손팻말을 들고 있다. 1심 승소 직후였다. 한겨레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소송은 이겨 기쁘죠. 이제라도 서울 쓰레기 문제에 대해 모든 구가 함께 의논하고, 역할을 분담해야 할 때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런 건 없고, 서울시나 언론은 ‘쓰레기 대란이 걱정이다’ ‘빨리 해치워야 한다’는 얘기만 해요. 어쩌면 (2022년 8월 서울시의 후보지 발표 이후) 지난 3년6개월 동안 겪었던 숱한 일을 반복해야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서울 상암동 주민 김자경씨가 말했다.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서울시가 기존 마포 쓰레기소각장(하루 750t 설계 규모) 옆에 1천t 규모의 소각장을 추가로 세우려던 계획에 제동을 건 직후 나온 반응이다.

백지화 앞두고도 안도 못하는 주민들

2026년 2월12일 서울고등법원 행정9-3부(부장판사 김형배·김무신·김동완)는 서울시가 2022년 8월31일 마포구에 추가로 소각장을 건립하는 계획을 세우며 예정지 주변 주민이 참여하지 않은 입지선정위원회를 구성하고 타당성조사 기관을 임의로 선정한 점 등이 절차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2025년 1월 나온 1심 판결과 비슷한 취지다. 항소심 법원은 “적법한 입지선정위원회를 새롭게 구성해 선정 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하는 것 외에는 위법성을 해소할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대형 로펌과 법원장 출신 전관 변호사를 동원한 서울시는 항소심에서 “2026년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 조처에 따라 쓰레기 대란이 우려된다”며 사정판결을 강하게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행정소송에서 위법 사항이 있어 원고의 청구가 이유가 있더라도 공공복리 차원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하는 사정판결은 그간 핵발전소 건설, 4대강 사업 등 대규모 공공사업 소송 과정에서 시민단체 등이 어렵게 찾아낸 위법 사항을 공익 논리로 무력화해온 수단이었다.

이렇게 되면서 ‘마포 추가 소각장 백지화’가 눈앞에 왔지만 주민들이 안도하지 못하는 이유는 그간 확인해온 서울시의 ‘무원칙한 쓰레기 대응’ 때문이다. 서울시는 환경정책기본법 제7조에 담긴 쓰레기 발생지 처리 원칙이나 대규모(30만㎡ 이상) 택지 개발시 폐기물처리시설을 직접 설치해야 하는 폐기물처리시설 설치 촉진법(폐촉법) 제6조 등을 무시하고 일을 강행해왔다. 2023년 기준 마포 소각장은 마포는 물론 종로·중구·용산·서대문에서 발생한 생활폐기물을 하루 514.4t 처리했다. 이는 서울 전체 소각량(2423t)의 21.2%에 해당한다. 이런 상황에서 마포에 1천t 규모의 초대형 소각장을 추가로 지으려는 계획은 ‘발생지 처리 원칙’과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 전역 쓰레기가 마포로 집중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2023년 1월26일 경기도 포천에 있는 전처리시설에서 선별된 폐비닐. 재활용이 가능하다. 김진수 선임기자 jsk@hani.co.kr

2023년 1월26일 경기도 포천에 있는 전처리시설에서 선별된 폐비닐. 재활용이 가능하다. 김진수 선임기자 jsk@hani.co.kr


집 짓는데 화장실은 남의 집에?

서울시는 2007년부터 강남·노원·마포·양천 4개 권역 소각장을 중심으로 쓰레기를 처리하는 체계를 유지해왔다. 마포 권역은 소각장 처리 용량을 넘는 잔여 생활폐기물(소각장 미처리분)이 하루 82.9t으로 비교적 적은 편이다. 반면 강남 권역(성동·광진·동작·관악·서초·강남·송파·강동)은 잔여 생활폐기물이 314.9t에 이른다. 그러니 만약 추가 소각장을 지으려면 강남 권역에 짓는 게 맞다. 게다가 마곡 도시개발사업, 고덕강일 공공주택지구 개발 등 대규모 택지개발이 이뤄져 인구와 함께 쓰레기 발생이 크게 늘어난 지역에 폐촉법과 달리 폐기물처리시설이 만들어지지 않은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법이 바뀌면 모를까, 폐촉법 해당 조항은 폐기물처리시설 설치 ‘또는’ 비용 부담을 할 수 있다고 돼 있어 시설 설치를 강제할 수 없다”며 “소각장 부지가 마포로 선정된 건 행정적·실무적으로 고려한 결과다. 상고 여부는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법제처는 해당 조항에 대해 “폐기물 원인자 부담 원칙에 따라 폐기물처리시설을 개발사업자가 스스로 설치하게 하려는 취지”라고 해석(2010년 1월15일)했다. 성은경 ‘마포소각장 추가 백지화 투쟁본부’ 공동대표는 “집을 짓고 싶은데 화장실은 더러우니 남의 집에 지어도 된다는 것”이라며 “시가 법을 적극적으로 안 지키겠다는 말밖에 안 된다”고 꼬집었다.

이 와중에 2026년 2월12일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소각장을 더 빠르게 짓기 위해 증설 사업의 경우 ‘입지선정위원회’ 구성 없이 ‘주민지원협의체’ 의결만으로 입지 선정이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제도 변경안을 발표했다. 구도희 서울환경연합 활동가는 “입지가 선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환경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기능을 하는 입지선정위원회와 달리 주민지원협의체는 선정된 입지의 주민들에게 어떤 지원을 할지 의논하는 것이 주된 기능”이라며 “주민 의견 수렴과 규제를 간소화하는 방향으로 흐를 수 있어 위험한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되레 절차 간소화 추진

결국 ‘쓰레기를 어떻게 줄일지’ ‘어떻게 나눌지’에 대한 논의는 공론화되지 못한 채, 추가 소각장 건설 등으로 한꺼번에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속도전만 강행되는 셈이다. 유럽연합은 폐기물 관리에서 감량·재사용·재활용을 우선하고, 대기오염·탄소배출·잔재물오염 등의 문제를 유발하는 소각과 매립은 최하위 단계에 두는 원칙을 유지해왔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1천t짜리 소각장’에만 의존하는 발상 자체가 쓰레기를 한꺼번에 집어넣는 중앙집중식 해결책에 머문 탓에 정작 쓰레기를 만드는 주체들은 무엇을 할 것이냐는 ‘책임’ 문제는 사라졌다”며 “예컨대 매립·소각 전 종량제봉투 속 자원을 한 번 더 걸러내는 전처리시설만 갖춰도 재활용 가능 자원을 걸러내 폐기물 발생량이 줄어들고, 불연성 쓰레기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24년 강원도 고성군 공공 전처리시설 시범운영 결과, 재활용 가능 자원 회수율이 35% 이상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구도희 활동가는 “직매립 금지로 촉발된 쓰레기 처리 문제가 서울시 대 마포구라는 협소한 구도로 읽혀왔다”며 “쓰레기를 줄이고 부담을 나누기 위한 서울 단위, 수도권 단위 자원순환 체계에 대한 논의는 보이지 않았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발생지 처리 원칙에 맞게 실제 자치구들이 어떤 부담을 질지까지 포함한 실천 가능한 논의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는 2026년 1월28일 강남 지역에서 주민설명회를 여는 등 마포 추가 소각장 건설 무산의 대안으로 기존 소각장 증설(현대화)을 검토하고 있다. 증설이 거론되는 강남·양천 등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또다시 해당 지역 주민들만 외롭게 싸우고, 다른 지역에선 강 건너 불구경하는 일이 반복될까. “한 번 희생됐던 지역은 점차적으로 부담을 줄여가는 게 20년 넘게 소각장 부지를 제공해 희생해온 주민들에 대한 도리 아닌가요? 이렇게 원래 소각장이 있던 곳에만 계속 시설을 키우고 늘리는 정책은 해당지역 주민들에게 과대한 희생을 강요하는 결과가 되어 주민들의 강한 반발이 불보듯 뻔하지 않겠습니까.” 성은경 공동대표의 말이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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