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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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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의 징역 23년형, ‘내란 우두머리’를 가리켰다

415일 만의 계엄 관련 첫 판결, 윤석열 ‘내란’ 인정
재판부 “‘위로부터의 내란’은 ‘친위 쿠데타’”
등록 2026-01-22 23:03 수정 2026-01-24 09:12
전 국무총리 한덕수(가운데)가 2026년 1월21일 자신의 내란 우두머리 방조 등 사건 1심 선고공판이 열리는 서울중앙지법에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전 국무총리 한덕수(가운데)가 2026년 1월21일 자신의 내란 우두머리 방조 등 사건 1심 선고공판이 열리는 서울중앙지법에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415일. 2024년 12월3일을 기점으로 시민들이 기다린 판결이 사법부에서 나오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지금도 12·3 비상계엄을 ‘대국민 메시지 계엄’이라고 말하는 윤석열, ‘경고성 계엄’이라고 맞장구치는 전 국방부 장관 김용현, 그리고 그 둘을 추종하는 사람들의 주장이 궤변이라는 사실을 2026년 1월21일 법원이 낱낱이 드러냈다. 윤석열이 일으킨 12·3 내란사태에서 중요한 임무에 종사한 혐의 등이 인정돼 징역 23년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전 국무총리 한덕수의 선고공판에서다.

재판부 “이하에선 ‘12·3 내란’이라 말하겠다”

1월21일 서울중앙지법 제417호 법정. 한덕수 사건을 심리한 형사33부 재판장인 이진관 부장판사는 윤석열이 2024년 12월3일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이에 따라 군인과 경찰이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에 투입된 일련의 행위를 ‘내란’으로 인정했다. 이진관 부장판사는 손에 든 서면에 기재된 판결 내용을 낭독하며 ‘그날’의 상황을 조목조목 짚었다.

“윤석열은 (비상계엄을 선포한) 2024년 12월3일 22시27분경부터 그다음 날 (오전) 4시26분경(계엄 해제 발표)까지 김용현, 박안수(전 계엄사령관), 여인형(전 국군방첩사령관), 곽종근(전 육군특수전사령관), 이진우(전 수도방위사령관), 문상호(전 정보사령관), 조지호(전 경찰청장), 김봉식(전 서울경찰청장) 등(아래 표 참조)을 통해 성명 불상의 군인과 경찰공무원에게 순차 지시하여 국군방첩사령부, 육군특수전사령부, 수도방위사령부, 정보사령부 등에 소속한 무장 군인 1605명과 경찰청, 서울경찰청, 경기남부경찰청 등에 소속된 약 3790명 등을 동원하여 국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을 점거·출입 통제하거나 압수수색하였습니다.”(아래에 계속)

“윤석열과 김용현 등은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이에 근거하여 포고령을 발령하였는데, 그 포고령은 헌법과 법률에서 정한 절차에 의하지 않고, 헌법에 의하여 보장되는 의회·정당제도, 영장주의를 소멸시키고, 헌법에 의하여 금지되는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검열을 시행함으로써 헌법과 법률의 기능을 소멸시키려는 목적, 즉 ‘국헌을 문란하게 할 목적’으로 발령한 것이고, 또한 다수의 군병력과 경찰공무원을 동원하여 국회, 중앙선관위 등을 점거·출입 통제하는 등 다수인이 결합하여 유형력을 행사하고 해악을 고지함으로써 한 지역의 평온을 해할 정도의 위력이 있는 ‘폭동’을 일으켰다고 인정됩니다.”

한덕수에게 적용된 내란 우두머리 방조 또는 내란 중요임무 종사가 유죄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그것의 바탕이 되는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가 내란 범죄인지를 먼저 판단해야 했다. 재판부의 결론은 명확했다.

“이하에서는 ‘12·3 내란’이라고 말하겠습니다.”

디자인주 이다은 팀장

디자인주 이다은 팀장


앞서 조은석 특별검사(특검)는 2025년 8월29일 한덕수를 재판에 넘길 때 허위공문서 작성, 위증 혐의 등과 함께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를 적용했다. 이후 재판부의 요구로 변경된 한덕수 공소장에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가 추가됐다. 이로써 재판부는 한덕수를 윤석열의 내란 범행을 용이하게 한 조력자(방조범)로 봐야 할지, 아니면 국헌 문란 목적의 폭동에서 자신의 의사에 따라 자신이 해야 할 역할을 주도적으로 수행한 내란의 주체(중요임무 종사자)로 볼지를 결정해야 했다.

재판부의 판단은 후자였다. 여러 사람 사이에서 범죄 실행을 위한 협력과 그에 상응하는 의사가 존재해야 하는 집합범인 내란죄에서는 가담자들을 각자 수행한 역할에 따라 우두머리, 모의 참여자, 지휘자, 중요임무 종사자 등으로 처벌할 뿐이다. 그 때문에 남의 범행을 도와서 성립하는 범죄인 종범(방조범)이 성립할 여지가 없으므로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는 인정되지 않는다고 재판부는 밝혔다.

“피고인은 내란 행위 방지할 수 있었다”

한덕수의 내란 중요임무 종사 죄를 구성하는 범죄사실 중 유죄로 인정된 네 가지 행위는 크게 두 갈래다. 하나는 ①윤석열이 계엄법에서 정한 계엄 선포 요건인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비상계엄을 선포할 수 있도록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하는 등 국무회의 심의라는 절차적 요건을 갖추도록 한 일이다. 다른 하나는 ②윤석열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당시 행정안전부 장관 이상민과 국회 등 주요 기관 봉쇄 계획, 특정 언론사에 대한 단전·단수 조치 이행 방안 등을 논의하고, 이상민이 윤석열의 그런 지시사항을 이행하도록 한 일이다.

①에 대해 살펴보면, 한덕수와 변호인은 ‘국무위원들의 뜻을 모아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를 만류하기 위해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했고, 비상계엄 선포에 반대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피고인이 국무위원들의 뜻을 모아 비상계엄 선포를 만류하고자 했다면 세종시 등지에 있는 국무위원들까지 모두 참석할 수 있도록 (대통령실에 있는) 국무회의장에서 원격 영상 회의 방식으로 국무회의를 개의할 것을 제안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그러나 피고인이 원격 영상 회의 방식의 국무회의를 제안했다고 볼 만한 아무런 자료가 없습니다. (…) 피고인은 윤석열에게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을 뿐 명확히 비상계엄 선포에 반대한다고 말하지 않았고, 추가로 소집한 국무위원들이 대통령실에 도착하였음에도 그들에게 ‘비상계엄 선포에 관한 의견을 말해보라’거나, 자신은 ‘비상계엄 선포에 반대한다’거나, ‘윤석열에 반대 의사를 표시하라’는 취지로 말하지 않았습니다. (…) 최상목(전 경제부총리)이 대통령 집무실에 들어가서 설득해보겠다고 말할 때도 (대통령 집무실과 붙어 있는 대접견실에서) 자신의 휴대전화를 사용할 뿐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당시 피고인이 별다른 반대 의사를 표명하지 않았던 것은 윤석열이 주장하는 이 사건 비상계엄 선포의 필요성, 정당성에 동의하여 그 실행을 지지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한덕수가 작위(마땅히 해야 할 일) 의무를 방기한 사실을 짚었다. 재판부는 국무회의 구성원들이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표명할 수 있도록 회의를 운영해야 하고 모든 국무회의 구성원에게 소집을 통지하는 등, 국무회의 부의장과 국무총리로서 해야 할 일을 한덕수가 다 하지 않은 사실을 언급하며 “피고인이 이런 작위 의무를 이행했다면 윤석열이 이 사건 비상계엄 선포 등 내란 행위라는 결과를 쉽게 방지할 수 있었다고 인정된다”고 말했다.

“‘아래로부터의 내란’과 비교 못할 만큼 위험”

①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이 한덕수가 하지 않아야 할 일(국무회의 소집)을 하거나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점(부작위)을 지적한 것이라면, ②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은 한덕수가 내란 성공을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한 사실을 보여준다.

“특정 언론사를 물리적으로 봉쇄해서 단전·단수 조치를 하면 그 업무 수행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이는 결국 행정권이 주체가 되어 사전에 특정 언론사 발표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으로, 헌법에 의해 절대적으로 금지되는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검열에 해당합니다. 피고인이 이 사건 비상계엄 선포 후 이상민과 특정 언론사 단전·단수 조치 지시의 이행 내용과 근거, 그 이행 방안 등에 관해 논의했고, 피고인은 이상민이 그 지시에 따르지 않도록 제지하거나 만류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비상계엄 선포 당일 대접견실을 촬영한) 대통령실 시시티브이(CCTV) 영상에 따르면 피고인은 그 지시의 이행을 독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윤석열(앞쪽)이 2022년 4월3일 서울 종로구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한덕수를 윤석열 정부 첫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한 뒤 퇴장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단

윤석열(앞쪽)이 2022년 4월3일 서울 종로구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한덕수를 윤석열 정부 첫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한 뒤 퇴장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단


앞서 특검은 2025년 11월26일 결심공판(선고공판 전 마지막 공판)에서 한덕수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그보다 더 엄한 처벌을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봤다.

“12·3 내란은 국민이 선출한 권력자인 윤석열과 그 추종세력에 의한 것으로 성격상 ‘위로부터의 내란’에 해당하는데, 이런 형태의 내란은 이른바 ‘친위 쿠데타’라고도 불립니다. (…) 그 위험성의 정도가 ‘아래로부터의 내란’과 비교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무엇보다도 국민이 선출한 권력자가 헌법과 법률을 경시하고, 이를 위반하는 내란 행위를 함으로써 국민이 가진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에 대한 신념 자체를 뿌리째 흔들기 때문입니다.”

‘친위 쿠데타’를 일으킨 윤석열은 2026년 1월13일 자신의 내란 우두머리 사건 결심공판에서 “국민들과 청년들은 계엄령이 계몽령이 되었음을 알고, 국가 위기 상황에서 불가피한 결단이었다고 외치고 있다”고 말했다. 어쩌면 다음 대목이 한덕수 사건을 심리한 재판부 판결 내용의 핵심일지도 모른다.

“현재 우리 주위에는 민주적 기본 질서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있거나 이를 파괴하려는 시도가 있고, 이미 유효한 구제 수단이 남아 있지 않은 그런 극단적인 상황에서나 논의되는 ‘저항권’을 평상시에 아무렇지도 않게 주장하는 사람들, 헌법과 법률에 정한 바 없어 위헌·위법한 주장에 불과한 ‘계몽적 계엄’ ‘잠정적 계엄’ ‘경고성 계엄’을 당연하다는 듯 주장하는 사람들, 지난 2025년 1월19일 발생한 서울서부지방법원 폭동 사건과 같이 자신의 정치적인 입장을 위해서는 헌법과 법률을 쉽사리 위반할 수 있고 그 과정에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상황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민주주의의 근본이 되는 선거제도를 정당한 근거 없이 부정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12·3 내란은 이와 같이 잘못된 주장이나 생각을 양산하거나 그 상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런 점에서 아래로부터의 내란에 해당하는 기존 내란 사건에 관한 대법원 판결들은 위로부터의 내란에 가담한 피고인에 대한 형을 정함에 있어 기준으로 삼을 수 없습니다.”

2월19일 ‘내란 수괴’ 선고로 향하는 눈길

재판부는 12·3 내란이 민주주의 근간을 흔든 중범죄라며 특검이 제시한 구형량을 상회하는 중형을 한덕수에게 선고했다. 이제 시민들의 시선은 2026년 2월19일 열리는내란 수괴윤석열의 선고공판을 향하고 있다. 그 전엔 또 다른 ‘내란 중요임무 종사자’ 이상민의 선고공판이 열린다.(위의 표 참조)

오세진 기자 5sj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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