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구연 한국야구위원회 총재가 2022년 4월 취임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허구연(74)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가 특정 커피 전문점과 빵집 등에서 법인카드로 1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 수천만원을 결제한 뒤 용도를 알 수 없는 곳에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허 총재는 외국 출장 때도 기사가 딸린 최고급 차량을 렌트하면서 1주일도 안 되는 기간에 2천만원을 쓰고, 1박에 최대 140만원이 넘는 호텔에 머무는 등 호화 출장을 반복해온 사실도 드러났다. KBO는 정부로부터 1년에 220억원(2025년도 예산안)에 이르는 국비를 지원받는데, 총재의 이런 행태를 감시하거나 규제할 규정이나 내부 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았다.
한겨레21이 2025년 10월27일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을 통해 입수한 KBO 내부 자료를 보면, 허 총재는 2024년 9월27일부터 12월19일까지 1210만원을, 2025년 2월10일부터 8월29일까지 1100만원을 법인카드로 결제해 스타벅스 선불카드 5만원권을 대량으로 구입했다. 11개월 동안 2310만원을 결제해 스타벅스 선불권 5만원권을 462장이나 구매한 것이다.
허 총재는 또한 2024년 10월4일부터 2025년 6월5일까지 8개월 동안 매달 1~2번씩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있는 KBO 사옥 인근 ㄱ과자점에서 총 548만원어치의 빵과 과자 세트를 법인카드로 구입했다. 결제 금액을 보면, 적게는 22만5600원부터 최대 125만4400원이 한 번에 결제됐다.
문제는 이렇게 결제된 스타벅스 선불카드와 빵이 어디에 쓰였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스타벅스 선불카드와 ㄱ과자점 제품은 허 총재가 취임한 2022년부터 현재까지 공식 행사에 사용된 적이 없다. KBO의 내부 상황을 잘 아는 한 야구계 관계자는 “KBO가 주최한 공식 행사에서 단 한 번도 ㄱ과자점 제품이 배부된 적이 없다”며 “야구장 안팎에서 관련 이야기들이 많이 나오다보니 그때서야 지난 추석 명절을 앞두고 전 직원들에게 뒤늦게 스타벅스 선불카드를 제공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허 총재는 이전 KBO 총재들에 견줘 외국 출장 횟수가 압도적으로 많다. 전임 정운찬 총재(2018년 1월~2020년 12월)와 정지택 총재(2021년 1월~2022년 3월) 모두 임기 내 외국 출장 횟수가 10번이 채 안 됐는데, 허 총재는 2022년부터 2025년 10월까지 모두 21번의 외국 출장을 다녀왔다. KBO는 이에 대해 “허 총재가 일을 정말 많이 해서 실무진들은 오히려 힘이 든다”며 “그만큼 좋은 결과를 많이 만들었고, 국외로 나가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등 (이전 총재가) 안 했던 새로운 분야를 개척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과도한 비용 지출이다. 허 총재는 외국 출장을 갈 때마다 최고급 호텔에서 투숙하고 특정 고급 차량만을 빌리며 수천만원을 펑펑 썼다. 한겨레21이 입수한 KBO 내부 자료를 보면, 허 총재는 2024년 3월1일부터 3월10일까지 수행원 2명과 함께 ‘메이저리그(MLB) 구단 방문’을 목적으로 미국 라스베이거스와 피닉스 등을 방문하는 7박10일 출장을 갔다. 허 총재 일행은 이때 출장비로 5936만원을 지출했다. 또 2025년 6월24일부터 7월5일까지 다녀온 스위스·체코·스페인 12일 출장에는 4323만원을 썼다.
출장 때 허 총재는 1박에 최대 140만원이 넘는 고급 호텔에 머물렀다. 이동 차량 역시 벤츠 브이(V) 클래스, 캐딜락 에스컬레이드 등 고급 차량만 탔는데, 미국 출장 때는 일주일도 안 되는 기간 동안 기사 달린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를 렌트하면서 여기에만 2천만원이나 썼다.

허구연 KBO 총재가 2025년 10월2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KBO리그 한국시리즈 1차전을 관람하고 있다. 한겨레 손현수 기자
허 총재가 이렇게 출장에 큰 비용을 쓸 수 있는 이유는 KBO 내부적으로 이와 관련한 상세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KBO의 ‘임·직원 출장비 지급 기준표’를 보면, KBO는 총재, 사무총장, 사무차장의 출장비(숙박비, 일당, 교통비)에 상한선을 두지 않고 있다. 몇천만원을 사용해도 ‘실비 정산’만이 기준일 뿐 총액 한도가 없다. 반면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보이는 규정에는 ‘임원 수행을 위한 출장시 숙박비 및 교통비 실비’, ‘출발지 공항 이동시 공항버스·철도 비용 지원(대중교통 이용이 불가한 경우에 한해 택시비 지원)’이라는 규정이 있다. KBO는 매년 이사회를 통해 각 구단에 지출 내역을 제출하지만, 구체적인 세부 내역까지 보고하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KBO는 이에 대해 “법인 카드 사용은 내부 규정에 따라 맞춰서 사용했다”고 밝혔다. KBO 관계자는 한겨레21과 한 통화에서 “KBO는 10개 구단으로부터 회비를 받아서 운영되는 곳이다. 그래서 매년 예산을 사용한 내역을 이사회에 보고하고 외부 감사도 받기에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의 적절성과 투명성을 검증받는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허 총재의 스타벅스 선불카드와 ㄱ과자점 결제 내역을 놓고선 “규정 내에서 적법하게 (결제가) 이뤄졌고 사용처는 직원 격려 또는 야구 관계자와 만남, 명절 선물 등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직원인 당신이 ㄱ과자점 상품을 받은 적이 있는가’라고 묻자 이 관계자는 “제가 받은 적은 없다”며 “(허 총재가) 원로 야구인, 국외리그 관계자의 국내 방문 시 격려 및 감사 표현을 위해 각종 빵, 과자 세트를 구입했다”고 답했다. KBO는 ‘구체적인 사용처를 공개할 수 있나’라는 한겨레21의 질문에는 침묵했다. 또한 허 총재의 입장 요구에도 “지금 설명해 드린 것으로 갈음하겠다”고 답했다.
무엇보다 문제는 KBO에 총재를 비롯한 임직원의 법인카드와 출장 비용 등을 규정에 맞게 사용하고 있는지 감시하는 감사실이 없다는 점이다. 게다가 KBO는 국회 국정감사 등에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고 있고 자료 제출 등도 거부하고 있다. KBO에 투입되는 국비지원금이 최근 3년간 570억원(2023년 181억·2024년 169억·2025년 220억원)에 달한다는 점에 비춰볼 때 이런 내·외부 자정 시스템 부재는 부실·부정 운영으로 연결될 수 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KBO는 국비 지원을 받아 △프로스포츠 활성화 사업 △유소년 아마추어 저변확대 사업 △프로스포츠 정책 및 공통 사업 등을 추진해왔다. 김재원 의원은 “국민의 애정으로 일궈낸 프로야구 흥행에 편승한 총재가 무절제한 법인카드 사용과 호화 출장을 반복했다면 이는 책임 있는 공적 자세와 거리가 멀다. 업무추진비 사용에 있어 투명성과 절제가 우선돼야 한다”며 “KBO 역시 국민의 세금과 야구계의 신뢰가 더는 훼손되지 않도록, 철저히 제도 점검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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