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 있는 범죄 단지로 추정되는 건물 모습. 연합뉴스
‘박람회에 다녀오겠다’며 캄보디아에 간 20대 대학생이 2025년 8월 고문당해 숨진 채 발견됐다. 이 사건을 계기로 범죄 조직에 연루된 한국인 60여 명이 현지 경찰에 검거돼 구금됐고, 수백 명이 범죄 조직에 납치·감금됐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경찰 발표와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경북 예천에 사는 20대 남성 대학생 ㄱ씨는 7월17일 박람회에 간다며 캄보디아로 떠났다. 일주일 뒤 ㄱ씨의 가족은 “아들이 사고를 저질러 수습해야 하니 5천만원을 달라”는 연락을 받았다. 가족은 경찰과 외교부에 신고했지만 8월8일 ㄱ씨는 끝내 캄포트주 보코르산 인근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현지 경찰은 ㄱ씨 사망증명서에 ‘심장마비(고문으로 인한 극심한 통증)’를 사인으로 적었다.
ㄱ씨는 일자리를 목적으로 캄보디아에 갔다가 현지 범죄 조직에 고문당하고 살해된 것으로 추정된다. 캄보디아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캄포트지방검찰청은 10월11일 ㄱ씨를 살해한 혐의로 30~40대 중국인 3명을 구속 기소했다. 또 한국 경찰은 ㄱ씨를 유인해 캄보디아에 보낸 혐의를 받고 있는 대포통장 모집책 홍아무개씨를 검거해 구속했다. 홍씨는 범죄 조직의 지시를 받아 ‘고수익 아르바이트’를 명목으로 피해자들을 모집해 캄보디아로 보내는 역할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ㄱ씨가 사망하고 두 달이 지난 뒤에야 국내에서 캄보디아 범죄 조직의 납치·감금이 화두로 떠올랐다.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납치 신고 건수는 2022~2023년 해마다 10~20건 수준이었지만, 2024년 220건, 2025년 8월까지만 해도 330건으로 크게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캄보디아에 로맨스 스캠, 보이스피싱, 장기 매매 등을 하는 범죄 조직이 50여 곳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고수익 일자리 등으로 피해자를 캄보디아로 유인해 감금·고문하고 대포통장을 요구하고 일을 시키는 범죄를 저지른다고 한다. 범죄 조직원은 중국인과 베트남인 등 외국인이 다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인 조직원 가담도 수천 명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정부는 먼저 범죄에 가담했다가 캄보디아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들을 모두 송환해 직접 조사하겠다는 방침이다. 외교부, 경찰, 국가정보원, 법무부 등으로 구성된 정부합동대응팀은 10월15일 캄보디아에 입국했다. 경찰청은 납치·감금이 빈발하는 시아누크빌에 코리안데스크를 설치해 한국인 납치·감금 사건을 전담하는 경찰관 2명을 포함해 파견 경찰관을 기존 3명에서 8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외교부는 ㄱ씨가 숨진 캄포트주 보코르산 지역과 범죄가 빈발하는 바베트·포이페트 등 캄보디아 일부 지역에 대해 10월16일 0시를 기해 여행경보 4단계 ‘여행금지'를 발령했다.
채윤태 기자 cha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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