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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시의회·국토부 모두 반대하는데… 골프장 인가 강행하는 고양시

시의회 “원점부터 잘못” 국토부 “사업자만 이익”… 뇌물·주민피해 논란까지 겹쳤지만 멈추지 않는 이동환 시장
등록 2025-09-23 00:24 수정 2025-09-23 09:30
2025년 9월20일 경기 고양시 화정역 문화광장에서 제3차 산황산을 살리기 위한 연합예배가 열렸다. 범대위 제공

2025년 9월20일 경기 고양시 화정역 문화광장에서 제3차 산황산을 살리기 위한 연합예배가 열렸다. 범대위 제공


“고양·파주시민 150만 명이 마시는 물이 나오는 고양정수장과 불과 200여m 거리에 전국에서 가장 농약을 많이 쳤던 골프장(2020년 기준)이 들어선다는데, 정말 아무 문제 없을까요.”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에 사는 이주현(40)씨가 말했다. 이씨가 말한 골프장은 고양시 일산동산 산황산에 위치한 ‘스프링힐스 골프장’(산황산 골프장)이다. 고양시는 2025년 6월17일 산황산 골프장이 9홀 규모에서 18홀 규모로 증설하겠다며 신청한 실시계획을 인가했다. 2014년 사업제안서가 접수된 지 11년 만이다. 그동안 야간 조명과 소음, 농약 냄새 등 주민 피해는 물론 부도와 법정관리(2016년)에 따른 자금조달 능력 논란, 관련 공무원의 뇌물 수수 사건(2019년 유죄 확정) 등 논란이 끊이지 않았음에도 인가가 나온 것이다. 이에 ‘산황산골프장백지화범시민대책위’(범대위)와 산황동 주민 356명은 “이동환 고양시장은 고양시의회와 중앙정부, 시민들의 반대에도 재량권을 남용해 실시계획을 승인했다”며 6월18일 의정부지방법원에 ‘행정처분 무효 확인 가치분신청’을 냈다.

 

“골프장으로 녹지 조성”한다고?

 

앞서 2025년 2월20일 고양시의회는 여·야 의원 34명이 만장일치로 ‘산황산 골프장 증설 취소(도시계획시설 해제)’를 권고했다. 시의회는 해제 권고에서 고양시가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로 보호받던 산황산에 “골프장을 조성해 녹지를 늘리겠다” “부족한 골프장을 늘릴 필요가 있다”(2024년 사업자가 낸 ‘환경영향평가서 중’)고 밝힌 황당한 주장을 근거로 골프장 승인 절차를 진행한 것 자체가 잘못이라고 밝혔다.

고양시의회의 해제 권고를 보면, 시의회는 골프장 쪽이 제출한 환경영향평가 서류를 보더라도 골프장을 증설하면 산황산 녹지등급이 6~7등급에서 4등급으로 떨어지는데다 일부 주택이 골프장 경계와 10m 이내에 위치하게 되고, 고양정수장까지 거리 역시 294m로 줄어들어 시민 건강권과 녹지를 심각하게 훼손할 위험이 크다고 보고 있다.

개발제한구역 지정·관리법, 경기도 가이드라인 등 관련 법규는 ‘이미 훼손된 부분이 50% 이상인 그린벨트’ 등에 한정해 공공골프장(비회원제 골프장) 등을 설치하도록 하고 있는데, 골프장 쪽은 ‘산황산은 무연고묘 약 300기, 유연고묘 약 400기로 공동묘지화돼 가고 있다’며 이것이 ‘이미 훼손된 그린벨트’인 핵심 증거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범대위가 홍석환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 등에게 연구·조사를 의뢰한 결과 산황산 숲의 경우 “계곡부 등에 분포한 갈참나무·상수리나무 군락은 자연성이 매우 높은 30~50년 된 식생이다. 훼손된 부분은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고 대부분 지역은 좋은 토양을 기반으로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우수한 도시 숲”이라는 평가를 받았다.(제1511호 참고)

특히 국토교통부 산하 중앙토지수용위원회(중토위) 역시 “산황산 골프장의 공공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고양시가 산황산 골프장 사업자의 ‘미취득 토지 강제수용 여부’ 심의를 요구하자 중토위는 “해당 사업은 공공성·대중성이 낮은 골프장 사업으로 민간사업자의 수익창출이 주목적으로, 소유권은 모두 민간사업자에게 귀속돼 공공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사업을 시급하게 시행해야 할 사정 또한 달리 보이지 않아 부동의한다”(2025년 2월27일)고 회신했다. 게다가 고양시가 골프장 건설을 위해 도시계획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골프장 대표와 고양시 과장 사이에 뒷돈(1750만원)이 오간 사실까지 드러난 바 있다.

고양시 막무가내 행정에 종교계마저 반발

 

이런 상황에서도 사업자는 “증설 반대는 극히 일부 의견”(2014년 국민권익위 고충 민원 조사 과정에 낸 의견서)이라는 입장이지만, 2025년 7월 고양환경운동연합이 골프장 예정부지 500m 이내 180가구를 방문 인터뷰 방식으로 조사한 결과, 주민 96%가 ‘고양시장 골프장 개발을 취소해야 한다’, ‘골프장 개발로 주변 생활 환경에 영향을 미친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양시의 인가 결정으로 시민사회의 반발은 종교계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고양시 11개 교회는 9월20일 화정역 문화광장에서 ‘제3차 산황산을 살리기 위한 연합예배’를 개최되는 등 ‘연합 예배’와 ‘걷기 기도회’ 등을 이어가고 있다. 일산동구에 있는 6개 성당도 모금활동·탄원서 제출 등 범대위 활동에 동참하고 있다. 조정 범대위 대표(고양환경운동연합 의장)는 “수년째 산황산에서 걷기나 문화활동을 벌이고 있는데, 참가 시민들이 ‘보기에는 자그마한데(해발고도 56m) 막상 들어와 보니까 굉장히 깊고 좋은 숲’이라고 한결같이 이야기하면서 산황산을 새롭게 인식하게 되는 것 같다. 산황산은 일산동구와 덕양구 사이에서 공기정화 가능을 하고 생태적 가치도 높게 인정받고 있다”며 “도심에 부족한 건 골프장이 아니라 숲”이라고 강조했다.

고양시의회의 해제 권고에 대한 고양시 대처도 논란이다. ‘국토계획이용법’ 시행령(제42조 5항)은 지방의회로부터 해제권고를 받은 지방자치단체장은 ‘교통, 환경 및 주민 의사 등을 고려해 해제할 수 없는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1년 이내 해제 결정을 해야 하고, 특별한 사유가 있다면 지방의회에 소명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고양시는 그간 고양시의회가 제기한 정수장 오염 우려 등을 어떻게 해결할지 등에 대해 ‘소명’하는 대신 ‘실시계획에 상당하는 절차를 진행했다’는 모호한 내용의 공문(‘의회 해제 권고에 대한 소명’)만 보냈을 뿐이다. 이에 고양시의회는 “해제 권고에도 충분한 소명 없이 사업자 중심의 독단적인 시정을 운영한다”(6월22일 채택된 ‘고양시장 규탄 결의안’)고 반발했다.

고양시 “법과 절차에 따라 투명하게 추진”

 

논란이 계속되자 고양시는 9월17일 보도자료를 내고 “산황산 골프장 증설 인가는 법과 절차에 따라 투명하게 추진되고 있다”며 “(반대 단체들이) 동일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시민 불안만 키우는 행위”라고 했다. 고양시 담당자는 한겨레21과 한 통화에서 “중토위 ‘부동의’ 결정이나 범대위 등 일부 주민들의 찬성이나 반대는 인가 조건이 아니다”라며 “2023년 7월 미승인 당시 사유였던 자금조달 계획 등 조건이 충족됐다. 조건이 충족되면 인가하는 것이 법을 따르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조정 대표는 “고양시가 확인했다고 하는 자금조달 계획은 ○○증권으로부터 받은 ‘실시계획을 인가받는다면 대출을 해줄 수 있다’는 내용의 조건부 확약서가 전부”라며 “결국 시에서 자금조달 문제를 해결해 준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11년간 산황산 골프장을 둘러싼 거짓말·거짓서류가 넘쳐났던 것은 고양시가 사업자와 중앙정부 혹은 시민들 사이에서 사업자 편만 들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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