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캄보디아 프놈펜의 한 사무실에서 만난 한국 은행 채무자. 그는 “아이에게 빚 때문에 학교를 잠깐 쉬고 옥수수농장에서 돈을 벌어서 같이 빚을 갚아줄 수 있냐고 했다”며 “이웃 중에는 더는 빚을 감당할 수 없어 독촉하러 오는 은행과 개인 대출업자를 피해 오토바이 트레일러에 아이들을 태우고 도망치려 한 사람이 있었는데, 자동차와 부딪혀 2명의 아이가 목숨을 잃었다”고 말했다. 손고운 기자
한국과 캄보디아의 인권단체가 캄보디아 소액금융기관 및 모기업들이 약탈적 대출 관행으로 현지 주민들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유엔인권이사회 특별절차 ‘유엔 기업과 인권 실무그룹' 등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캄보디아에선 소액금융기관들이 연 20% 내외의 고리로 금융 문해력이 낮은 주민들에게 쉽게 돈을 빌려준 뒤 갚을 것을 압박하는데, 이 과정에서 현지인들이 사채를 쓰거나, 자녀에 교육을 그만두게 하거나, 유일한 생계수단인 농지를 파는 등 문제가 발생한다는 폭로가 있었다. 이에 유엔 인권이사회 산하 전문가그룹이 피해 실태를 조사하고 공론화하도록 이번 진정을 제기했다.
캄보디아 인권단체 리카도와 한국 인권단체 기업과인권네트워크는 2024년 12월9일 한국의 케이비(KB)금융그룹, 네덜란드의 국영개발은행(FMO), 스리랑카의 엘오엘시(LOLC) 그룹 및 기타 정부 및 민간 투자자들을 피진정인으로 한 공동진정서를 제출했다. 리카도 홍보담당관 날리 필로지는 “사람들이 약탈적 소액대출기관으로 인해 토지, 생계, 심지어 목숨까지 잃고 있어 구제책이 절실하다”고 진정 이유를 밝혔다. 캄보디아 현지 대출 관행 조사를 다녀온 강미솔 기업과인권네트워크 변호사도 “약탈적 대출 관행으로 채무자와 그 가족을 더 깊은 빈곤으로 이끌고 있다”며 “UNGPs(유엔 기업과 인권 이행원칙)에 따라 모기업, 투자자, 정부 등 가치 사슬의 모든 주체는 이러한 부정적 인권 영향을 해결하고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한 조치를 즉시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때 ‘마이크로파이낸스'라 불리며 신용이랄 게 없는 최빈개도국 사람들에게 고리로 돈을 빌려주고 자력갱생을 돕는다던 소액 금융업은 현재 그 본연의 취지가 퇴색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캄보디아 소액대출 시장규모는 현재 160억 달러(약 22조 9664억원)가 넘는다. 평균 대출 규모도 5천 달러(약 717만원)가 넘어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수준이며, 이는 캄보디아 연평균 중위 가구 소득의 3배에 달한다. 프랑크 블리스 독일 함부르크대학 개발인류학 교수 등 학계에서도 이 문제를 조사한 뒤 개선을 권고한 바 있다.
▶참고 기사(한겨레21 1533호 표지이야기) : 마이크로파이낸스인가 약탈적 금융인가
손고운 기자 songon1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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