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일본 ‘대마 젤리’ 사건, 한국서 발생하면 알 길이 없다

한국에선 마약류관리법 대상 3개 성분만 따져… 함량 파악은커녕 위험성도 인지 못해
등록 2023-12-09 11:38 수정 2023-12-14 13:10
일본에서 판매 중단된 HHCH 젤리 제품 모습. 엑스(옛 트위터) 갈무리

일본에서 판매 중단된 HHCH 젤리 제품 모습. 엑스(옛 트위터) 갈무리

2023년 11월 일본에서는 대마 유사 성분이 포함된 젤리를 먹은 사람이 병원에 실려가는 일이 잇따라 발생했다. 젤리엔 헥사히드로칸나비헥솔(HHCH)이라는 성분이 들어 있었다. 대마에서 환각을 유발하는 테트라히드로칸나비놀(THC)과 비슷하지만,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합성화합물이기 때문에 단속 대상에서 빠졌다. 일본 정부는 뒤늦게 해당 젤리 공장을 찾아 현장조사 뒤 판매정지 명령을 내렸다.

사회적 분위기와 수사기관의 태도

만약 같은 합성화합물이 들어간 음식 사고가 한국에서 발생했다고 가정해보자. 국내에 이 물질을 파악해 규제하고 분석할 기술이 있을까. 경북바이오산업연구원에서 초빙연구원으로 헴프 성분 분석법을 연구하는 김남수 박사는 냉정하게 “표준물질조차 준비되어 있지 않아서 어렵다”고 말한다. “HHCH로 불리는 성분은 대마에는 포함되지 않거나 함량이 낮지만, 이후 가공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합성체예요. 현재 미국 콜로라도주에서는 이를 제조하고 유통할 때 허가받도록 했고, 일본에서도 조만간 금지할 거예요. 문제는 한국은 분석하는 기술도 없고 위험성을 인식하지도 못한다는 거죠.”

국내 대마 성분 분석 기술의 현주소는 밝지 않다. 마약류관리법에 규정된 세 물질(CBD, THC, CBN)을 구분해내는 정도다. 그나마 CBD는 얼마나 함유됐는지 분석이 가능하지만, THC와 CBN은 국내에서 개발해 인증받은 신뢰성 있는 기술이 없다. 국외 분석기기로 분석해야 하지만 그마저도 대마와 합성대마류를 제대로 다룰 수 있는 사람이나 기관이 거의 없다. 분석 기술이 발전하지 못한 이유 중엔 대마를 마약으로만 대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세 가지 성분만 잡아내면 된다는 수사기관의 태도가 있다.

“사실 수사기관은 (분석할 때) 함량을 따질 필요가 없어요. 특정 성분이 존재하는지 여부가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리고 THC와 CBD, CBN도 어느 정도의 함량인지 정확히 분석하기 어려워요. 계속 주변 환경에 따라 변하거든요. 국외에서도 처음엔 분석장비를 의심하다가 성분 중 일부분이 햋빛, 온도, 자외선, 압력, 접촉면 산화성 등에 따라 스스로 변한다는 것을 인지한 게 10년도 채 되지 않았어요. 이제 막 연구하는 상황인데, 우리나라는 아직 기초영역에 머물러 있어요.”

김 박사는 CBD와 THC, CBN 외에 대마의 천연 추출물에 존재하는 16종의 서로 다른 칸나비노이드를 검출하기 위한 포괄적이고 일관된 분석기법인 ‘PK-16'을 개발한 인물이다. 현재는 타이에서 HHCH 등을 추가로 분석하는 ‘PK-18’을 개발해 해외분석인증을 적용하는 과정에 있다.

대마 400여 개 성분, 미국 기업 60여 개 성분 구별

단순히 이번에 드러난 HHCH만 문제가 아니다. 김 박사는 “대마에는 지금까지 밝혀진 것만 최소 400여 개의 성분이 있다”고 말한다. 미국에서 제일 많은 성분을 분석한 기업이 고작 60여 개 성분을 구별한다. 아직 구별해내지 못한 성분이 어떤 성질을 가졌는지, 이 성분이 인체의 어떤 조건에서 어떻게 변하는지 등은 아직 미지의 세계다. 국외의 경우 ‘빅식스’(Big-Six)라는 분류체계로 대마에 많이 포함되어 있는 6가지 천연물질을 관리하고 있다. HHCH는 천연물 상태에선 극소량이기 때문에 이 6가지엔 포함되어 있지 않다.

김 박사는 특히 CBD를 합성하는 연구의 경우 전문가를 통해 조심스럽게 진행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어마어마한 문제가 될 수 있어요. 필로폰도 처음에 마황에 있는 에페드린 성분을 화학처리해서 만든거잖아요. 미리 대비해야 하는데 한국은 합성물 연구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 같아요. 분석 가능한 기술과 좀더 엄격한 환각물질 관리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류석우 기자 raintin@hani.co.kr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