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1일 경찰의 표적수사에 반발해 분신한 건설노조 강원지부 간부 양회동씨에 대해 ‘유서 대필 의혹’을 제기한 <월간조선>이 ‘사실이 아니었다’는 기사를 뒤늦게 내보냈다.
<월간조선>은 30일 자사 누리집에 ‘분신 사망 민노총 건설노조 간부 양회동 유서 위조 및 대필 의혹 기사 사과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월간조선>은 해당 기사를 재검토한 결과 “중대한 결함이 있었음을 확인했다”며 “취재 기자가 필적 감정 같은 기초적인 사실 확인 절차를 생략한 채 기사를 썼고 이를 걸러내야 할 편집장과 데스크들은 게이트 키퍼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5월18일 <월간조선>은 양씨가 쓴 유서 세 통 중 한 통의 글씨체가 다른 두 통의 글씨체와 다르다며 누군가 유서를 대필했을 가능성을 제기([단독] ‘분신 사망’ 민노총 건설노조 간부 양회동 유서 위조 및 대필 의혹’ 기사)했다. 해당 기사에서 김광주 <월간조선 > 기자는 “ 굳이 필적 감정을 하지 않고도 알아 볼 수 있을 만큼 (글씨체에) 확연한 차이가 났다”고 썼다. 필적 감정 없이 육안으로 본 차이만으로 유서 위조·대필 의혹 제기를 한 것이다.
그러나 건설노조와 <문화방송> 등이 의뢰한 필적감정업체는 ‘같은 사람의 필적’이라고 결론 내렸다. 이후 <월간조선>도 “기사가 나간 후 필적 감정 업체 두 곳에 필적 감정을 의뢰, 유서들의 필체가 동일인의 것이라는 회신을 받았다. 월간조선이 제기한 의혹이 사실이 아님을 확인했다”고 해명 기사에서 다시 밝혔다.
<월간조선>은 “잘못된 기사로 고통 받은 고 양회동씨의 유족과 건설노조 관계자들께, 독자 여러분께도 사과드린다”며 “내부적으로 이번 사태의 책임소재를 가리는 한편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취재·송고 시스템 정비를 포함한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임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월간조선은> 그러면서도 민주노총의 ‘무응답’을 재차 거론했다. <월간조선>은 해명 기사에서 “취재 기자가 민노총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결국 반론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취재 검증을 빈약하게 한 책임을 취재 상대방에게 떠넘길 수는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앞서 5월 19일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성명을 내어 “조선일보 집단은 기사 작성자의 의심 외에 아무런 객관적 근거나 물증 없이 혐오를 조장했다. 1991년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 왜곡 보도를 주도하고도 또다시 같은 방식으로 인권을 유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관련기사 ☞팩트보다 정치…‘조선일보’가 가면 정부가 온다).
<월간조선>의 유서 대필 의혹 보도는 단순히 ‘오보 해프닝’으로만 보기엔 그 여파가 작지 않다. 이미 극우 유튜버와 블로그,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충격! 유서 대필 의혹’ 등의 제목을 달고 해당 기사가 퍼져나갔고 일부 경제지는 해당 기사를 인용해 기정사실처럼 보도하기도 했다. <월간조선>이 오보임을 인정하는 기사를 내보낸 뒤에도 SNS 게시물과 인용 기사는 정정되지 않은 채 그대로 있다.
앞서 유서 대필 누명으로 평생을 고통 받은 강기훈씨는 조선 계열사들의 잇단 건설노조 자살 방조 및 유서 대필 의혹 보도와 관련해 최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근거없는 의혹을 키우는) 유형이 지금과 (그때가) 똑같다. 살인보다 더한 낙인”이라 고 했다 . 그는 1991년 김기설 전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 사회부장의 유서 를 대신 작성한 혐의(자살방조 등)로 기소돼 징역 3년을 살았으나 2015년 대법원의 무죄 선고로 24년 만에 누명을 벗었다.
<조선일보>와 <조선닷컴>은 앞서 5월 16일 양회동씨 동료이자 건설노조 강원지부 간부인 홍성헌씨가 양씨의 자살을 방조했다는 취지로 ‘건설노조원 분신 순간, 함께 있던 간부는 막지도 불 끄지도 않았다’는 기사도 내보냈다. 이에 홍씨는 <한겨레21>과의 인터뷰를 통해 공개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관련기사☞분신방조? 말문이 막힌다…“ ‘손에 라이터 버려라’ 말렸죠”).
신다은 기자 dow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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