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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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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올 때까지 턴다’ 검찰의 압수수색 제동 걸리나

대법원 ‘압수수색 영장 발부 전 심문’ 제도 도입 입법예고
지금까진 신청하면 99% 발부…검찰 ‘수사 기밀 유출 우려’ 반발
등록 2023-02-21 10:46 수정 2023-02-22 09:35
2020년5월 정의기억연대의 회계부정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 직원들이 서울 마포구 정의기억연대의 `피해자 쉼터’에서 압수수색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2020년5월 정의기억연대의 회계부정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 직원들이 서울 마포구 정의기억연대의 `피해자 쉼터’에서 압수수색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1. 2020년 6월6일 손아무개 ‘평화의 우리집’(쉼터) 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보름 전 정의기억연대 부실회계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쉼터를 압수수색한 뒤 그는 “삶이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것 같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2. 2017년 11월6일 국가정보원 댓글공작 사건과 관련해 변아무개 검사가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숨졌다. 열흘 전 아침 7시에 중·고교생 자녀가 보는 앞에서 집을 압수수색 당했던 변 검사는 “가족들에게 미안하고 살기 싫다”고 지인들에게 말했다고 한다.

압수수색 영장 발부, 20년간 10배 늘었다

압수수색은 공포의 대상이다. 검찰이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하면 99% 발부돼 ‘재판 없는 처벌’이라고도 불린다. 이런 영장 발부 관행에 법원이 제동을 걸었다. 2023년 2월3일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압수수색 영장 발부 전 심문’ 제도를 도입하는 등의 내용으로 형사소송규칙(대법원 규칙)을 개정한다고 입법 예고했다. 6월1일부터 달라진 규칙이 시행되면 검찰은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할 때 집행계획도 함께 제출해야 한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사생활 침해 우려가 큰 휴대전화 등 전자정보 압수수색이 최근 급증해 특별히 규율해야 한다는 논의가 오랫동안 있었다. 휴대전화 속 사생활이 공개되기보다 차라리 구속되는 게 낫다는 사람도 있다”며 “판사가 (압수수색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심문을 통해) 설명을 들으면 사건을 잘 파악해 신중하게 판단할 수 있다. 미국에선 이미 정착된 절차”라고 설명했다.

<사법연감>을 보면, 압수수색 영장 발부 건수는 2002년 3만5320건(3만6620건 신청·발부율 97.5%)에서 2022년 35만5811건(36만1630건 신청·발부율 99%)으로, 20년간 10배 많아졌다. 같은 기간 구속영장 발부 건수가 9만9995건에서 1만8384건으로 급감한 것과 대조적이다. 재판에서 압수물 검증을 중시하는 경향이 압수수색 영장 발부가 증가한 요인의 하나로 꼽힌다.

판사가 직접 대면해 검찰과 피의자 의견을 모두 듣는 구속영장 심사와 달리 압수수색 영장은 판사가 수사기록만 검토해 발부 여부를 결정한다. ㄱ부장판사는 “압수수색 영장은 사건 초기에 검사가 자료를 수집한다고 신청하는 것이다. 혐의 소명 정도가 구속영장 심사 때보다 한참 약하다. 검찰이 ‘자료 한번 찾아보겠습니다’라고 신청하는데 ‘검사 의욕을 꼭 짓밟아야 하나’라는 생각이 드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판사 출신 ㄴ변호사는 “압수수색 영장은 기각하려 해도 근거가 없었다. 참고인 진술 하나만 가지고 영장을 써 와도 다른 배경이 있는 건 아닌지 검사를 불러서 물어볼 수도 없었다”고 말했다.

‘압수수색 영장 발부 전 심문’ 제도 도입에 검찰은 반발한다. 대검찰청은 입장문을 내어 “심문 과정에서 수사기밀 유출 및 증거인멸 우려가 있고 엄정한 범죄 대응에 심각한 장애가 초래될 것”이라고 밝혔다. ㄷ부장검사는 “이 규칙은 판사가 수사하겠다는 의도”라며 “판사는 심판만 하고 수사는 검사가 주재하도록 한 형사소송법을 정면으로 위배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까지 나서서 “말도 안 되는 규칙”이라며 검찰 편을 들었다.

“압수수색 때마다 언론 대동해 ‘쇼’를 한다”

그러나 ㄹ부장판사는 “검찰이 전부 극단적인 사례로 침소봉대한다”며 “피의자한테 수사정보를 알려주는 바보가 어디 있나. 누구를 심문하고 뭘 물어볼지는 판사가 종합적으로 판단하면 될 문제”라고 지적했다. ㄱ부장판사도 “피의사실을 흘려서 지금까지 문제 된 건 검찰이었다”며 “구속영장실질심사가 도입될 때도 검찰의 집단반발이 심했지만 이제 누구나 받아들인다. 압수수색 심문도 그렇게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지미 변호사(민변)는 “압수수색은 그 자체로 공포스럽게 다가온다. 그런데도 검찰은 언론을 대동한다거나 특별히 나오는 게 없는데도 내밀한 장소인 주거지를 (압수수색 대상에) 꼭 포함한다. 도로를 막거나 문짝을 뜯어내는 등 떠들썩하게 들이닥치고, 나올 때는 압수물이 많은 것처럼 큰 상자를 들고나오는 ‘쇼’를 한다. 이번 규칙으로 압수수색 남발 문제가 어느 정도 제어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유진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간사는 “형사소송법과 헌법 등은 피해자, 피압수자의 인권을 보호하고자 영장으로 압수수색하도록 통제하는 취지인데, 검사들은 마치 이런 각종 법률이 자기 수사를 잘되게 하려 존재한다고 보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ㅁ검찰수사관은 “검사 입장에서 압수수색 영장으로 판사가 (심문하겠다고) 불러들이면, 경찰이 검사를 대할 때처럼 자신도 느끼게 되리라 걱정하는 것 같다. 규칙이 시행돼 판사가 불러도 검사가 거부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검사장 출신 ㅂ변호사는 “검찰 주장은 특정 나무만 보면 맞을 수 있지만 숲을 보면 틀린 주장이다. 우리나라에선 매년 대대적인 수사가 벌어진다. 최근에도 ‘수사가 과잉인데 곽상도 (전 의원) 수사는 이상하네. 조국 (전 법무장관) 식으로 압수수색했다면 곽상도가 무사했을까’라며 수사 의도를 의심하게 되고 법원이 압수수색을 다시 보게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디지털 압수수색’ 관행이 사실상 대상과 장소를 특정하지 않고 포괄적으로 수색할 수 있도록 한 ‘일반영장’(General Warrant)에 해당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관희 전 경찰대 교수는 “휴대전화 같은 전자정보를 압수수색하면 일단 이미징을 해서 수사기관이 하나하나 보면서 범죄에 해당하는지 수색한다. 전자정보 특성상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사생활이 침해된다. 국민이 수사기관에 가족과 찍은 사진을 볼 수 있는 권리를 줬을까”라며 “검색하다가 별건 범죄 단서가 나오면 영장을 받아서 압수한다. 사람을 타깃으로 터는 듯 반복적인 강압수사가 벌어진다. 그게 바로 법이 금지한 포괄적인 일반영장”이라고 말했다.

일단 영장을 받고 뭐라도 나올 때까지

검찰 내부에서도 일부 자정의 목소리가 있다. “검찰은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하면서 죄가 된다는 증거만 나열할 뿐 다른 목소리는 전부 빼버린다. 판사가 영장을 안 내줄 수 없다. 그렇게 받은 영장으로 이것저것 뒤지다가 다른 범죄 단서가 나오면 영장을 받고 또 받고 하면서 압수한다. 그렇게 별건 수사를 하고, 뭐라도 나올 때까지 파고 또 파는 수사가 된다.”(ㅅ검사장)

앞서 1997년 1월 서류 검토를 대면심사로 바꾸는 구속영장실질심사가 의무화할 때 검사들은 피의자 호송·유치까지 거부하며 집단 반발했다. 지금 보면 얼토당토않은 주장이지만 당시 검찰은 “고도의 법률 지식을 갖춘 검사가 직접 청구한 구속영장은 심사 대상에서 제외해달라”고 요청했다.(<경향신문> 1997년 3월7일치·8월18일치 참고)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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