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31일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는 ‘고 임경빈군의 구조 방기’와 관련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세월호 침몰 당일인 2014년 4월16일 오후 해경은 익수자 임경빈군을 구조해 헬기로 빨리 병원으로 이송하라는 의사의 권고를 무시하고 함정을 이용해 4시간40분 만에 병원으로 늑장 이송했다는 게 핵심 내용이었다. 유가족과 많은 국민이 분노했고, 언론도 이 사실을 비중 있게 다뤘다.
검찰은 그해 11월6일 ‘세월호참사 특별수사단’을 구성해 세월호 침몰 사건을 재수사하겠다고 발표하고 단장으로 임관혁 검사를 임명했다. 임 검사는 “이번 수사가 마지막이 될 수 있도록 백서를 쓰는 심정으로 제기되는 모든 의혹을 철저히 수사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수사단이 수사에 착수한 지 435일이 지난 2021년 1월19일, 검찰은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의 수사 외압 의혹 등 대부분을 무혐의로 처분하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1년2개월의 수사 결과라 하기엔 턱없이 부실하고 ‘백서’라 부르기도 낯 뜨거울 정도로 진실성과 객관성이 결여된 결과라고 나는 평가한다. 검찰 권한을 남용해 ‘무혐의’를 남발했을 뿐만 아니라, 사참위와 유가족이 요청한 수사 과제를 노골적으로 무시했다. 2014년 수사 때와 똑같이 피의자 입장만 충분히 이해했다. 진실만 덮을 목적으로 진행한 편파 수사다.
검찰은 왜 이 사건을 굳이 재수사했을까? 사참위 활동이 종료되는 2021년 3월10일까지 유가족과 국민이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분위기의 추가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서였다고 나는 믿는다. 또 한편으로는 세월호 침몰 사건과 관련한 대부분 범죄의 공소시효(7년)가 만료되는 2021년 4월15일에 임박해 수사 결과를 내놓아, 유가족의 법적 투쟁을 원천 봉쇄할 목적이 치밀하게 계산됐을 것이다. 하지만 뜻하지 않게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이 개정돼 일정에 차질이 생기자 서둘러 수사 결과를 내놓은 것으로 추정한다. 그들은 애초에 진실을 밝힐 의지가 없었던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특별수사단의 실체를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침묵했던 측면이 있다. 따라서 과거를 되돌아볼 게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세월호 사건의 진상을 규명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게 시간 낭비를 줄이는 지름길이다. 나는 유일한 방법으로 적폐 청산을 부르짖으며 당선됐던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을 이행하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이 사건은 대한민국 모든 국가기관과 박근혜(전 대통령)부터 해경의 말단 의경까지 관여한 거대한 사건이다. 사참위 홀로 감당할 수 없다. 설사 사참위가 유효한 조사 결과를 내놓는다고 해도, 검찰이 노골적으로 깔아뭉개면 책임자 처벌은 한계에 부딪힌다.
문 대통령은 세월호 유가족과 함께 단식하며 선거 과정에서 공약한 사항으로, 또 취임 초기 유가족을 청와대로 초청한 자리에서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을 약속했다. 하지만 그 뒤 사참위와 특별수사단 뒤에 서서 약속한 것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 이제 특별수사단의 수사 결과 발표로 이런 방법으로는 도저히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할 수 없다는 것이 명백해졌다. 문 대통령이 과거 약속의 엄중함을 인식한다면 지금이 결단해야 할 마지막 기회란 것도 충분히 알 것이다. 현명한 결단이 필요한 때다.
박종대 단원고 2학년 고 박수현군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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