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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질 위기에 놓인 세월호 특조위

7월 말 세월호 선체 인양 예상되지만 6월 말 특조위 무력화될 가능성 높아… 침몰 원인 규명과 238건의 진상 조사 결과 미궁 속에 빠지나
등록 2016-06-08 16:31 수정 2020-05-03 04:28
5월30일 서울 저동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사무실에서 이석태 위원장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이 위원장은 “세월호 특조위 활동 기간 보장을 위해 20대 국회가 나서달라”고 호소했다. 류우종 기자

5월30일 서울 저동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사무실에서 이석태 위원장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이 위원장은 “세월호 특조위 활동 기간 보장을 위해 20대 국회가 나서달라”고 호소했다. 류우종 기자

세월호 인양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해양수산부(해수부) 인양추진단의 계획대로라면 7월 말 세월호는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낸다. 1만t 무게의 세월호가, 그리고 그보다 무거운 슬픔이 수심 45m 아래 바닷속에서 떠오른다.

세월호 선체는 2014년 4월16일 일어난 참사를 둘러싼 여러 의혹을 풀어줄 열쇠다. 하지만 선체 인양이 예정된 7월 말에는 열쇠를 돌릴 이들이 남아 있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특조위는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의지를 가진 사실상 유일한 정부 기구다.

6월30일, 세월호 특조위 무력화되나

정부는 세월호 특별법 시행일인 2015년 1월1일을 특조위가 구성된 날이라고 본다. 특별법에는 특조위 활동 기간이 구성을 마친 날로부터 1년이며 필요할 경우 6개월 연장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이대로라면 특조위는 6월30일 문을 닫아야 한다. 하지만 특조위 쪽은 국무회의 의결로 예산을 받아 활동이 가능해진 2015년 8월4일을 특조위 구성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보면 특조위 활동 기간은 2017년 2월3일까지다.

결국 이석태 특조위 위원장이 나섰다. 이 위원장은 5월30일 서울 중구 저동 특조위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가 세월호 특별법을 개정해 활동 기간을 보장해달라”고 호소했다. 또 이 위원장은 “특조위가 지속적 운영을 위한 조처를 취하겠다”고 덧붙였다.

정부나 국회가 움직이지 않는 이상 위기에 빠진 특조위를 구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각 정부 부처에서 특조위에 파견된 공무원들은 6월30일 파견 기한이 끝난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하반기 특조위 예산을 배정하고 있지 않다. 인력과 예산이 모두 없는 상태에서 조직을 운영할 수는 없다.

세월호 참사의 원인은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검찰은 세월호 선원들에게 업무상과실 선박매몰 혐의를 물어 재판에 넘겼다. 선박 개조로 인한 복원성 약화, 화물 과적과 함께 선원들이 조타기를 잘못 조작한 것이 세월호 침몰의 중요 원인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광주고법은 2015년 4월28일 세월호 항해사와 조타수에게 적용된 업무상과실 선박매몰 혐의를 무죄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기계 결함 가능성을 언급하며 “세월호를 해저에서 인양해 관련 부품들을 정밀히 조사한다면 사고 원인이나 기계 고장 여부 등이 밝혀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도 2015년 11월12일 이같은 광주고법의 판단을 받아들였다.

권영빈 특조위 진상규명소위원장은 “세월호를 인양만 하면 침몰 원인이 모두 밝혀질 것이라고 단정하긴 어렵다. 하지만 선체 조사도 하지 않고 침몰 원인에 대한 결론을 내리는 것은 아예 불가능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선체 조사해야 침몰 원인 규명 가능

특조위가 사라지면 침몰 원인만 규명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특조위는 세월호와 국가정보원의 관계, 전원 구조 오보가 나온 계기 등 이번 사건을 둘러싼 수많은 의혹을 조사하고 있다. 특조위가 현재 조사하는 사건은 총 238건이다. 하지만 특조위 활동이 6월30일 마무리되면 대부분의 사건은 결론을 내지 못한 채 마무리될 수밖에 없다.

정부 부처의 비협조는 특조위 활동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 특조위는 5월27일 인천 해양경비안전본부(옛 해양경찰청 본청)에서 세월호 참사 당시 해경 통신 장비였던 TRS 등의 교신 내용을 확인하기 위한 실지 조사를 시도했다.

하지만 해양경비안전본부 쪽은 TRS 교신 내역이 담긴 서버에 다수의 비밀이 포함돼 있다며 조사를 거부했다. 한 특조위 관계자는 “특조위의 존속 여부가 불투명해지면서 정부 부처의 비협조도 더 잦아지는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특조위의 활동 기간을 보장해주길 기대하는 것은 무리로 보인다. 결국 국회를 기대할 수밖에 없는데 6월 중에 특별법 개정이 가능할지 모르겠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대 국회가 시작된 5월30일 특조위의 활동 기간을 보장하는 특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특조위 활동 기간을 2017년 2월3일까지로 못박고 최소 6개월의 선체 조사 기간을 보장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하지만 이 법안이 6월 안에 통과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개정안이 해당 상임위원회인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논의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돼야 하기 때문이다. 20대 국회에선 아직 상임위원장은 물론 국회 의장단 선출도 되지 않고 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실적으로 쉽진 않지만 6월 안에 개정안이 통과되도록 모든 노력을 할 계획이다. 동시에 해수부의 특별법 해석을 바꾸도록 노력할 것이다. 실제로 특조위가 활동하기 시작한 것은 10개월밖에 되지 않는데, 특별법이 시행된 날짜를 기준으로 특조위가 구성됐다고 보는 것은 비상식적인 일이다”라고 말했다.

해수부, “7월 말 세월호 인양 목표는 그대로”

세월호 인양을 맡은 해수부 쪽은 7월 말까지 인양을 문제없이 해내겠다고 밝혔다. 선체 인양의 본격적인 첫 단계는 ‘선수 들기’다. 세월호의 선수를 들어올려야 그 밑에 리프팅 프레임 26개를 깔고 선체를 현재 형태 그대로 인양하는 작업을 시작할 수 있다.

하지만 5월28일 선수 들기 작업이 실패했다. 세월호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 선체 외부에 연결한 에어백인 ‘폰툰’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다. 해수부 인양추진단 관계자는 “수중에서 폰툰에 공기를 주입하는 방식을 택하다보니 폰툰 자체에 추진력이 생겨 제대로 부력이 형성되지 않았다. 문제가 생긴 뒤 외부에서 폰툰에 공기를 주입한 뒤 철제빔에 묶어 물에 넣는 방법을 택하기로 했다. 그 뒤 철제빔을 제거해 부력을 형성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진행할 것이다. 다음 소조기(6월 중순)에는 선수 들기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선수 들기가 연기됐지만 7월 말 인양 목표는 그대로다”라고 했다. 추가 인력과 장비를 투입해 작업 속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6월 중순, 선수 들기가 성공하면 선체 인양은 가시권 안에 든다. 하지만 지금대로라면 인양된 선체를 조사할 주체는 사라진다. 2년이 훌쩍 넘게 가라앉아 있던 진실이 빛을 보려는 찰나, 또 다른 어둠이 깔릴 전조가 나타나고 있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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