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온전함을 위하여

오는 3월까지 세월호 선체 인양 여부 판가름할 사전조사
3단계로 진행한 뒤 4월 초순 혹은 중순 최종 결정
등록 2015-02-08 13:25 수정 2022-11-08 18:56

“세월호 인양 여부는 기술적 검토와 공론화 과정 등을 거쳐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결정한다.”

세월호 ‘처리’라고 표현한 이유

정부는 2014년 11월11일 세월호 수중 수색을 종료하면서 이렇게 밝혔다. 이에 기술적 검토를 맡은 태스크포스(TF)가 민간 전문가 18명을 포함해 11월27일 해양수산부에 꾸려졌다. 이 조직의 명칭은 ‘세월호 선체 처리 관련 검토 TF’다. 세월호 ‘인양’이 아니라 ‘처리’라고 표현한 것은 미인양 가능성도 열어뒀다는 뜻이다. 최소 1천억원에 달하는 비용과 인양 과정에서 추가로 희생자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서다.

진도군 관매도 인근 세월호 침몰 사고 해역에서 해양과학기술원 연구원들이 세월호 인양 검토 2단계 조사를 하고 있다. 해양수산부 제공

진도군 관매도 인근 세월호 침몰 사고 해역에서 해양과학기술원 연구원들이 세월호 인양 검토 2단계 조사를 하고 있다. 해양수산부 제공

단원고 2학년5반 고 이창현군의 아버지 이남석(50)씨는 “인양을 공식화하지 않고 정부가 사전조사를 한다며 시간을 끄니까 애간장이 녹는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들이 1월26일부터 19박20일간 경기도 안산 정부합동분향소에서 전남 진도 팽목항까지 450km 도보순례에 나선 이유다(30쪽 포토2 참조).

세월호 선체 인양 여부를 판가름할 사전조사는 오는 3월까지 3단계로 진행된다. 1월10일부터 닷새간 진행된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소속 다목적 해양연구선 이어도호(357t급)의 해저 지형 탐사가 1단계였다. 세월호는 좌현이 아래로 향한 채 수심 37m 아래(해저면 기준)에 있고, 선체 일부는 펄에 묻힌 상태다. 탐사팀은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북쪽 3.3km 세월호 사고 지점 주변의 정밀 해저 지형과 해저면의 퇴적물 구성 및 하부 지층 구조 등 해저 환경 정보를 조사했다. 그 결과 해저 지형이 평탄하고 암석이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인양에 큰 무리가 없다는 의미다.

2단계는 선체 상태를 살펴보는 것이다. 1월24일 오전 세월호 침몰 지점에 2천t급 ‘현대보령호’가 다시 투입됐다. 현대보령호는 지난해 11월까지 잠수사가 수중 수색 활동을 펼칠 때 베이스캠프 구실을 했던 바지선(바닥이 평평한 화물선)이다. 이번에는 해양과학기술원 해양방위연구센터의 전문가 10명이 높이 24m, 지름 30cm의 원기둥형 측정기기인 다중빔음향측심기(MBES)를 장착했다. MBES는 바닷속에 있는 세월호의 외부 선체를 촬영해 3차원(3D) 영상으로 만드는 작업을 한다. 탐사대를 이끄는 해양과학기술원 이용국 박사는 “수집된 데이터를 종합하면 세월호에 대한 초정밀 입체 3D 영상을 가로·세로 10cm로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전까지는 잠수사들의 시계가 20cm에 불과해 감촉으로 세월호 상태를 가늠해왔다.

3D 영상을 수집한 지 하루 만에 세월호의 윤곽이 일부 드러났다. 뒤집힌 세월호의 선수 갑판과 조타실 창문, 선체 지붕의 레이더 등의 구조물이 확인됐다. 조사에 참여한 영국 해양조사 전문업체 에이더스(ADUS)의 마크 로렌스 선임연구원은 “시간과 자원 등을 충분히 들인다면 인양이 가능할 것”으로 보았다. 2단계 조사가 끝나기 전인 1월26일부터 탐사팀은 침몰 현장의 유속과 물의 방향을 살피는 3단계 조사에 들어갔다. 인양 과정에서 잠수사의 위험을 예측하기 위한 절차다.

“진상 규명을 위한 증거이므로”

1·2·3단계 조사가 끝나면 이를 종합한 기술 검토 보고서가 3월께 나온다. 박준권 해양수산부 항만국장은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는 공론화 과정을 거쳐 4월 초순이나 중순께 인양 여부를 최종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단원고 2학년3반 고 김도언군의 어머니 이지성씨는 “세월호 피해자도 대한민국 국민이다. 그 국민이 차디찬 바닷속에 수장돼 기다리고 있는데 당연히 인양해 가족 품으로 보내야 한다. 또 배 자체가 (진상 규명을 위한) 증거니까 온전히 (건져)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은주 기자 ejung@hani.co.kr
강예슬 인턴기자 milkleft@naver.com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