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디엔에이 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DNA법)에 근거해 노동분쟁으로 형사처벌을 받은 이들에게 DNA 시료 채취를 또다시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다. 강종숙 전 전국학습지산업노조 위원장 등 전·현직 학습지 교사 4명은 2014년 말 서울서부지방검찰청으로부터 DNA 시료 채취를 위한 출석 안내를 서류나 문자메시지로 통보받았다. 앞서 같은 해 10월 대법원은 이들에 대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집단 주거침입, 공동상해) 등으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2007년 3월 한솔교육 학습지 교사 김진찬씨가 학습지 노조 대의원 후보로 출마한 지 6일 만에 계약 해지를 통보받은 것이 발단이었다.
“안내서 발송 착오”로 돌리는 검찰
이러한 해고는 부당하다며 회사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수차례 실랑이가 벌어진다. 2012년 이 사건의 항소심을 맡은 서울서부지방법원 형사2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들이 학습지 노조 간부로 활동하면서 회사의 일방적인 단체협약 해지 등을 바로잡을 것을 촉구하고, 용역 직원들의 폭력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각 범행에 이른 점, 피고인들 또한 피해를 본 학습지 교사 권익을 위해 집회 및 시위 참가 외에는 별다른 처벌 전력이 없는 점, 피고인 노력으로 학습지 노조가 노동조합 및 근로자성을 인정받기도 한 점 등을 양형에 감안한다”고 밝혔다. 앞서 파업에 참여했다가 유죄판결을 받은 쌍용자동차 노동자,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 등도 DNA 시료 채취를 요구받으면서 DNA법이 원래 목적과 달리 노동운동 탄압에 악용된다는 비판이 있었다. 신원 확인을 위한 DNA 정보를 확보·관리하는 DNA법은 살인·강간 등 강력 범죄를 막기 위한 ‘특단의 조처’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2010년 7월부터 시행됐다.
검찰은 착오에서 비롯된 일이라는 입장이다. 서울서부지검 관계자는 “노동 사건과 관련해선 DNA 시료 채취를 보류하고 있는데, (폭처법 위반 등) 죄명에 따라 일괄적으로 안내서가 발송되다보니 착오가 있었던 것 같다. 이러한 부분을 당사자들에게 설명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강 전 위원장은 “검찰로부터 그러한 설명을 들은 바가 전혀 없다”며 “다른 동료들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이번 사안에 대해 법률적 조력을 하고 있는 진보네트워크 신훈민 변호사는 “검찰로부터 채취 대상자라고 통보받은 분들이 매우 불안해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이 사건을 외부로 알리는 데 대해 고민이 많았다”며 “검찰 설명에 따르면 DNA 채취 통보를 죄명에 따라 기계적으로 하고 있다는 건데 신중하지 못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안내문에는 채취 거부에 대한 안내 없어
DNA법 제5조엔 살인·강도·강간뿐 아니라 절도 등 11개 대상 범죄를 저질러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사람에 대해 시료를 채취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DNA 채취는 기본적으로 영장에 의해 집행하도록 돼 있다. 채취 대상자가 동의하는 경우엔 영장 없이 수집이 가능한데, 채취를 거부할 수 있음을 고지해야 한다. 그러나 강 전 위원장이 받은 안내문에는 거부에 대한 안내 없이 “지속적인 채취 거부시에는 영장이 발부될 수 있다”고 쓰여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임내현 의원실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2010년 7월26일부터 2014년 8월 말까지 8만1203명에 대한 DNA 시료 채취 가운데 영장에 의한 집행은 304건(0.4%)에 불과했다. DNA법의 기본권 침해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 헌법재판소는 이 법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에서 재판관 5(합헌) 대 4(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위헌 의견을 낸 김이수·이진성·강일원·서기석 재판관은 “특정 범죄를 저질렀다는 이유만으로 획일적으로 DNA 시료를 채취할 수 있게 해 침해최소성 원칙에 어긋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박현정 기자 saram@hani.co.kr한겨레21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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