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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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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 정부 아래 기댈 곳은 연대와 평화

KNP+로 풀어쓴 감염인의 현실
등록 2014-06-10 15:40 수정 2020-05-02 04:27

감염인 당사자인 필자는 한국 HIV/AIDS 감염인연합회의 영어 약자 ‘KNP+’로 한국의 현실을 말하려 한다.

코리아(Korea)
한국 정부가 보여주는 감염인에 대한 몰상식한 행동은 백번 인정한다 해도 불편한 마음이 가시지 않는다. 듣기에도 민망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가 아니라, 이 사회를 구성하는 한 사람으로서 뒷골 서늘한 간섭을 느끼지 않는다면 누가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자라 하겠는가. 깊이 가라앉아 끝내 솟아오르지 못한 세월호처럼, 사회의 뒤안길에 오랫동안 내쳐진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그 길의 외로움을 방치하는 정부가 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중한 생명임을 안다면 정부는 그가 어떤 사람이건 폄훼하거나 소외시켜서는 안 된다.

네트워크(Network)
같은 일이라도 누구의 손을 거치느냐는 참으로 중요한 문제다. ICAAP(제10차 아시아·태평양 에이즈대회로 2011년 8월 부산에서 개최됐다) 대회가 부산에서 열리면서 그 대회의 의미를 알게 됐다. 대회 기간에 일부 단체의 불미스런 행동이 나왔고, 이에 대한 분노도 있었다. 이것은 한국에는 왜 당사자들이 직접 참여하고 조직하는 단체가 없는가에 대한 아쉬움으로 이어졌다.
다행히 ‘ICAAP 2011’이 끝난 뒤 다른 나라처럼 한국에도 감염인의 독자적인 단체가 필요하다는 공감이 형성됐다. 감염인 스스로가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고 올바른 방향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뭉쳐야 한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개체로 나누어진 어려움을 함께 풀어보고 사회인으로서 음지가 아닌 양지를 향하는 일이다.
서울을 중심으로 움직이지만, 대구·경북 지역의 자생적인 자조모임의 힘을 부산, 광주, 대전으로 연결해 전국의 감염인들이 좀더 유기적으로 도움을 주고받는 단체가 되기를 원한다. 산재된 많은 문제를 생각만 하고 뒷걸음칠 것이 아니라 직접 당사자들이 풀어나가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다.

평화(Peace)
나와 같은 모든 존재가 부디 행복하고 평화롭기를 바란다면, 그 행복과 평화가 우리 곁에 머물기를 열망한다면, 결코 두려워 얼굴을 돌려서는 안 된다. 약하지만 강할 수 있는 사람들이 어려운 난관을 헤쳐나갈 수 있다는 것. 이것만이 우리가 지향하는 방향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리고 ‘+와 -’ ‘감염인과 비감염인’. 우리는 그저 오롯하게 함께 이 길을 갈 것이다. 되돌릴 수 없는 것조차 제대로 돌려가면서 함께 맨얼굴로 갈 것이다.

김미카엘 한국 HIV/AIDS 감염인연합회 KNP+ 공동대표

한겨레 저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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