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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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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과 함께 죄도 물려줬다

경영권 승계하는 국면에서 백혈병 등 산업재해 보상 약속한 삼성…

1조원 환원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굳건한 무노조 전략도 변함없어, 대물림된 왕국의 황태자는 응답해야
등록 2014-05-20 14:27 수정 2020-05-03 04:27
지난 5월13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리움미술관’ 앞에서 삼성전자 제품 애프터서비스(AS) 기사들이 집회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와 근로계약을 맺고 있지만, 실제 고용주는 삼성전자서비스라고 주장하며 지난해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를 결성했다. 이들은 이날 리움미술관 근처에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자택 앞에서도 기습시위를 벌였다.

지난 5월13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리움미술관’ 앞에서 삼성전자 제품 애프터서비스(AS) 기사들이 집회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와 근로계약을 맺고 있지만, 실제 고용주는 삼성전자서비스라고 주장하며 지난해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를 결성했다. 이들은 이날 리움미술관 근처에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자택 앞에서도 기습시위를 벌였다.

“삼성전자서비스 교섭에 이재용은 응답하라.” 지난 5월13일 오후 2시 서울 용산구 한남동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자택 앞에 모여 기습시위를 벌인 500여 명은 이렇게 외쳤다. 삼성전자 제품의 애프터서비스(AS)를 담당하는 수리기사들이었다. 이들은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와 계약을 맺고 있지만, 원청업체인 삼성전자서비스가 사실상의 고용주라며 ‘불법파견’ 의혹을 제기한다. 지난해 결성된 전국금속노동조합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조합원은 1500여 명에 이른다.

“삼성전자 사업장에서 일하던 직원들이 백혈병 등 난치병에 걸려 투병하고 있고, 그분들 중 일부는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이분들과 가족의 아픔과 어려움에 그동안 소홀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지난 5월14일 오전 10시, 삼성전자 대표이사인 권오현 부회장이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삼성전자에서 일하다가 백혈병 등을 얻어 투병 중이거나 숨진 희생자들이 문제제기를 시작한 지 7년 만에야 이뤄진 공식 사과였다.

삼성, 정확히는 이재용 부회장을 둘러싼 여러 사회적인 요구들이 분출하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이 부회장을 상대로 문제제기하는 것은, 그가 삼성전자 최고고객책임자(CCO)를 맡았던 터라 수리기사 문제에 대한 책임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건희 회장보다는 앞으로 경영권을 승계할 이 부회장이 풀어야 할 숙제임을 분명히 하려는 게 노조의 속내이기도 하다. 반면 백혈병 사과 장면에서 이 부회장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주연’이었다.

절묘한 시기의 기자회견

“삼성이 이건희 회장에서 이재용 부회장으로 경영권을 승계하는 국면에서 사회적으로 내놓을 카드가 많지 않다. 백혈병 피해 인정이나 노동조합 문제가 그 답이 될 걸로 보인다.” 지난 4월 국회에서 열린 ‘국제표준 ISO 26000으로 본 삼성의 종합 성적표’ 토론회에서 조돈문 ‘삼성노동인권지킴이’ 공동대표(가톨릭대 교수)가 말했던 예상은 적중했다. 삼성은 ‘빛과 그늘’이 공존하는 기업이다. 연간 매출 330조원에 이르는 국내 최대 대기업 집단인 삼성은 세계 무대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하지만 백혈병을 비롯한 산업재해, 지난해 불산 유출 사고에서 나타난 작업장 안전관리 문제, 무노조 경영 전략, 협력업체 쥐어짜기와 일감 몰아주기 등 경제민주화 역행, 보험업법 개정 등 각종 법·제도 특혜 논란 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점차 커져왔다. 삼성은 사회적 요구 가운데 백혈병 문제를 첫 번째 ‘응답지’로 들고나왔다.

시기는 절묘했다. 권오현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병원으로 옮겨진 뒤 정확하게 사흘하고도 11시간 만에 기자회견을 열었다. 삼성전자 백혈병 문제는 2007년 피해자를 대변하는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이하 반올림)이 결성된 뒤 끊임없이 논란이 돼온 터였다. 특히 올 초 영화 이 개봉하고 5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불러모으면서 삼성 백혈병 문제가 새삼 재조명받았다. 한 번의 시위보다, 한 줄의 기사보다 영화라는 매체가 주는 울림은 컸다. 지난 3월 반올림이 집계한 백혈병과 뇌종양 등에 걸린 피해자 수는 삼성전자만 146명(사망자 57명 포함), 삼성그룹 전체 계열사로 확대하면 193명(사망자 73명 포함)에 이르렀다. 여론의 풍향계는 삼성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삼성 안팎에서도 이건희 회장 ‘이후’에 앞서 일찌감치 털고 가야 할 숙제라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번 사과를 두고, 이재용 부회장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각본이라거나 결단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삼성 쪽은 이건희 회장의 건강 상태와 연관짓는 해석에는 분명하게 선을 긋는다. 지난 4월9일 반올림과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기자회견을 열어 삼성에 사과를 요구한 데 대한 응답이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4월14일 김준식 삼성전자 부사장이 기자실에 내려와 “반올림의 제안에 대해 경영진이 조만간 공식 입장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런데 세월호 사고 등이 터지면서 발표 시기가 오히려 늦춰졌다는 설명이다.

발표 다음날 이종란·황상기씨 1인시위

배경이야 어찌됐든, 삼성전자의 5월14일 발표는 일부 전향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삼성전자가 백혈병 등 산업재해의 존재 사실을 처음으로 인정한데다, 합당한 보상뿐 아니라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삼성의 공식적인 사과도 처음이었다. 삼성전자는 피해 당사자와 근로복지공단 사이에 진행 중인 산업재해 인정 소송에도 더 이상 보조참가인으로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했다. 지금까지 삼성이 보여온 태도와는 사뭇 달랐다. 반올림 쪽도 5월14일 오후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반올림과 유가족의 불신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삼성전자의 발표 바로 다음날인 5월15일, 반올림의 이종란 노무사와 2007년 처음 백혈병 발병 사실을 공개했던 고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씨는 서울 광화문 사거리에서 삼성을 비판하는 1인시위를 벌였다. 광화문에서 만난 황상기씨는 “아직까지 삼성이 진정으로 사과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보여주기식 사과라고 본다”고 잘라 말했다. 삼성과 반올림은 지난해 5차례의 실무교섭을 벌이며 피해 보상 등에 대해 논의해왔다. 하지만 8개월여의 물밑 접촉 끝에 지난해 12월 처음 열린 본교섭은 결렬됐다. 반올림이 유가족을 대표하는 교섭 당사자가 될 수 있는지를 삼성 쪽이 문제 삼은 탓이다. 황상기씨는 “삼성이 사과하려고 했다면 애초에 반올림, 유가족과 성실히 대화했어야 한다. 그런데 1년 넘게 그러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삼성과 반올림 사이에 깊게 파인 감정의 골을 메우는 과정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 양쪽은 일단 5월28일 또는 29일에 서로 만나는 자리를 마련하기로 했지만, 보상 기준과 대상 등을 정하는 ‘제3의 중재기구’가 어떻게 꾸려질지 등이 불투명하다. 또 삼성전자 이외에 반올림에 신고된 삼성전기, 삼성SDI 등 다른 피해자 보상에 대해 삼성 쪽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삼성전자의 고위 관계자는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이번 발표가) 백혈병과의 인과관계를 인정한 건 아니다”라고 덧붙여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종란 노무사는 “만시지탄이다. 하지만 삼성이 이번 백혈병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다른 직업병이나 화학물질 관리 등 또 다른 문제가 불거질 거라는 점은 명확하다”고 말했다. 실제 위험의 징후는 곳곳에서 나타난다. 삼성전자에서는 지난해 1월 경기도 화성 반도체 공장의 불산 누출, 지난 3월 수원 사업장의 소화용 이산화탄소 누출로 인해 협력업체 직원 등 6명이 숨지거나 다쳤다. 지난해 3월 화성 공장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에서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항이 1934건이나 적발되기도 했다.

‘노사전략’의 적나라한 민낯

‘안전보건에 대한 노동자의 실질적인 참여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노동조합의 설립과 활동을 방해하지 말라.’ 삼성에 대한 반올림의 요구사항 10가지 가운데 하나다. 이종란 노무사는 “삼성에선 노조 등의 규제 장치가 전혀 없어서 직업병이나 안전사고가 발생하는 빈도가 더 높다”고 말했다.

노동조합 인정은 삼성한테는 백혈병보다 더 어려운 고차방정식이다. 창업주인 이병철 회장은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 노조는 안 된다”고 항상 강조했다. 그 유지를 받들어 삼성은 ‘무노조 경영전략’을 76년째 고집해왔다. 지난해 공개된 ‘S그룹 노사전략 문건’에는 그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노조 설립 상황이 발생되면 조기에 와해시켜주시기 바랍니다. 조기 와해가 안 될 경우, 장기 전략을 통해 고사화시켜나가야 합니다’ ‘노조 설립시 즉시 징계할 수 있도록 비위 사실 채증 지속’ ‘문제인력 개개인에 대한 을 제작해 개인 취향, 사내 지인, 자산, 주량 등을 꼼꼼히 파일링하여 활용 중’ ‘외부 환경이 어떻게 바뀌더라도 임직원들이 전혀 흔들림 없이 비노조 경영 철학을 견지할 수 있도록 정신교육을 강화’. 삼성의 노조 무력화 전략은 집요하고도 치밀했다.

그런데 복수노조 설립이 허용되면서 ‘무노조 삼성’에도 균열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삼성그룹을 지배하는 정점에 있는 삼성에버랜드에서 가장 먼저 노조 깃발이 올랐다. 2011년 금속노조 에버랜드지회가 설립됐다. 이어서 삼성SDI, 삼성중공업, 삼성코닝 등에서도 노조가 결성됐거나 결성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됐다. 특히 삼성에 직접 고용된 노동자들은 아니지만, 지난해 7월 설립된 삼성전자서비스지회의 조합원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건당 수수료로 임금이 정해지는 탓에, 비수기엔 월급 130만원을 받기 위해 주말도 없이 근무해야 했던 삼성 수리기사들의 불만이 폭발한 것이다. 노조는 삼성의 ‘불법파견’을 주장하며, 서울중앙지법에 삼성전자서비스를 상대로 ‘근로자 지위 확인소송’을 낸 상태다. 이들은 협력업체들이 한국경영자총협회에 위임한 교섭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자, 지난 5월12~14일 전국 각지에서 상경해 서울 서초동 삼성 본사 앞에서 2박3일간 노숙농성을 벌였다.

“삼성의 무노조 전략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는 없다. 하지만 노조 설립 초기에 비해 최근엔 직원들이 먼저 노조에 대한 관심을 표해온다. 반면 ‘S그룹 문건’이 공개된 다음부터는 노사 업무를 맡은 신문화팀이 수면 아래 가라앉는 등 회사 쪽은 조용해졌다.” 박원우 금속노조 에버랜드지회장의 말이다. 에버랜드지회와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삼성 쪽이 노조 설립을 방해하는 등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른 것에 대해 지난해 서울중앙지검에 이건희 회장 등 경영진을 고소·고발한 바 있다. 서울행정법원은 삼성에버랜드에서 해고당한 조장희 에버랜드지회 부지회장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해고 무효 소송에서 “S그룹 문건은 삼성그룹에 의해 작성된 것으로 미루어 짐작되고, 조씨에 대한 해고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지난 1월 판결했다.

‘삼성 죽이기’가 아니라 ‘삼성 살리기’

삼성의 노동권 무시 혹은 외면 전략은 해외에서도 여러 차례 도마 위에 올랐다. 삼성전자는 브라질 공장에서 부당노동행위를 저질렀다는 혐의로 검찰에 피소됐고, 중국에서는 협력업체에서 아동노동 의혹이 제기돼 네덜란드 공무원연금을 운용하는 APG자산운용을 비롯한 기관투자가들로부터 해명을 요구받기도 했다. APG자산운용 등 기관투자가들은 2010년에도 삼성전자에 백혈병 논란과 관련한 대책을 묻는 질의서를 보낸 바 있다.

노동·인권·환경 등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은 기업의 생존과도 직결된다. 최근 글로벌 사회에서는 기업이 사회적인 관계에서 신뢰를 얼마나 확보했는지, 지속 가능 경영이 이뤄지는지 등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삼성에 대한 비판을 ‘삼성 죽이기’가 아니라 ‘삼성 살리기’라고 일컫는 이유다. 삼성전자·삼성SDI 등 삼성그룹 계열사들도 해마다 글로벌 비영리기관인 ‘글로벌리포팅이니셔티브’(GRI)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지속 가능 보고서’를 작성해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백혈병 문제나 무노조 전략, 노동자 감시 등 이미 공개적으로 알려진 사안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 해외 사업장에서의 인권침해 논란에 대한 보고 내용도 찾아볼 수 없다. 신태중 ‘좋은기업센터’ 팀장은 “삼성의 지속 가능 보고서는 형식적으로는 규범적 가치를 존중하고 따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부정적인 사안은 누락하거나 은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삼성도 사회적인 기부·자선사업 등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펴고 있다. 다만 삼성과 총수 일가가 저지른 각종 불법행위, 사회적으로 지탄받을 행위들이 이런 ‘미담’을 덮어버릴 정도로 엄청나다는 게 문제다. 지난 10여 년만 돌이켜봐도, X파일 사건,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발행, 삼성중공업 충남 태안 기름 유출 사고 등으로 인해 무소불위 권력 삼성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관련 자료 은닉 간부, 전략실 팀장으로

삼성은 “달라지겠다”고 했다.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로 시작된 2008년 삼성 특검 수사 이후 ‘이건희 회장은 경영에서 물러나고, 이재용 사장은 해외로 나가고, 전략기획실은 해체하겠다. 이건희 회장의 사재 1조원 정도를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내용의 사과문도 발표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이건희 회장은 “글로벌 일류기업들이 무너지고 있는 지금이 진짜 위기”라며 경영에 복귀했다. 조세 포탈과 배임 혐의 등으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지 불과 3년여 만이었다. 해체하겠다던 전략기획실 대신 미래전략실이 슬그머니 부활했다. 이건희 회장이 내놓겠다고 약속한 1조원의 행방은 묘연하다. 2008년 당시 이 회장은 차명 재산 가운데 실명 전환한 계열사 주식 2조여원, 이 중에서 벌금과 세금을 빼고 남는 1조원가량을 사재 출연하겠다는 뜻을 밝혔었다. 지난 5월15일 삼성그룹 관계자는 “어디에 쓸지 좀더 의미 있는 일을 찾기 위해서, 사재 출연 시기와 방법을 계속 검토 중인 걸로 안다”고 말했다. ‘마하경영’을 강조한 이건희 회장이지만 사재 출연에서만은 6년째 속력을 전혀 내지 못한 셈이다.

“자기 이해에 부합하는 국가정책과 법 제정을 위해 국가기구 전반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법을 어겨도 처벌받지 않는, 통제할 수 없는 권력”(김정주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삼성 예외주의’)인 삼성은 여전히 건재하다. 지난 4월8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의료기기 품목 및 품목별 등급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심박수를 잴 수 있는 센서가 들어 있는 갤럭시S5가 ‘불법 의료기기’가 될 판이었는데, 갤럭시S5 출시 사흘 전에 극적으로 법이 바뀐 것이다. 앞서 삼성전자 법무팀이 식약처 관계자를 만나 설득한 결과였다. 삼성의 영향력을 증명하는 단면이다. “삼성그룹은 한국 사회가 아니라 오로지 총수 일가에 대해서만 호응하는 조직”(2008년, 조돈문, )이라는 비판 역시 여전히 유효하다.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의 주요 임원들은 이재용 부회장 보필을 위해 최근 삼성전자로 일제히 자리를 옮겼고, 2011년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전자 수원 사업장에 조사를 나왔을 때 출입을 막고 관련 자료를 은닉했던 회사 간부는 최근 미래전략실 팀장으로 발탁됐다.

삼성은 지금 ‘새로운 시대’로 가는 터널 안에 들어섰다. ‘삼성공화국’을 넘어, 3대에 걸쳐 세습되는 ‘삼성왕국’으로 향하는 길이다. 대물림된 왕국의 황태자로서만 만족할 것인가, 아니면 사회와의 소통에 힘쓰며 달라진 삼성을 이끄는 새로운 리더십을 보여줄 것인가. 한국 사회는 이재용 부회장의 ‘응답’을 기다리고 있다.

글·사진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참고 문헌

‘국제표준 ISO 26000으로 본 삼성의 종합 성적표’ 토론회 자료집(2014년 4월)

‘다시, 삼성을 묻는다’ 1~6차 토론회 자료집(2013년 12월~2014년 2월)

(조돈문, 후마니타스,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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