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단순히 1년 365일의 두 배가 아니다. 군대 간 아들, 애인의 무사 귀환을 바라는 기다림의 시간이다. 고등학교 입학이 엊그제 같은 딸이 고3을 목전에 둔 심기일전의 시간이기도 하다. 또 누군가에게는 정규직이라는 희망을 품게 하는 기간이다. 그 심연을 건널 수 없다면 2년의 꼬리표를 달고 짐을 꾸려야 하는 때이기도 하다.
집회를 두돌 파티로 만든 발칙함
“딱 2년 만에 합법 노조가 됐어요.”
청년유니온 2기 위원장 한지혜(28)씨의 얼굴은 밝았다. 청년노동자와 취업준비생 등 청년의 권익을 대변하겠다고 나선 노동조합이 서울에서 처음으로 ‘합법’으로 인정된 것이다. 지난 3월14일 서울시는 “서울 지역 청년유니온 회원 58명이 제출한 노동조합설립신고서를 검토한 결과, 절차나 자격에 하자가 없어 노조설립신고필증을 교부했다”고 밝혔다. 바로 그 다음날, 한 위원장을 봄맞이 청소가 한창인 서울 영등포 사무실에서 만났다.
청년유니온의 시작은 2010년 3월13일이었다. “우리는 정규직, 비정규직, 취업준비생, 그리고 불안정한 취업 상태 또는 실업 상태에 있는 청년노동자들의 조직화와 권리 확보를 위해 앞장선다” “우리는 불평등한 사회구조와 법제도, 관행과 관념들이 없어지는 평등사회 실현을 위해 앞장서며 사회적 약자들과 연대한다” 등 자신들의 해소하지 못하는 욕망에서 출발해 약자와의 연대를 잊지 않는 건강함이 그들의 권리장전에 녹아 있다. 선언처럼 진지하기만 하다면 청년유니온이 아니다. 노조설립신고필증 교부 하루 전인 3월13일, 그들은 창립 2돌 기념식을 거리에서 치렀다. 파티 대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제주도 강정 구럼비 살리기 집회’에 참가한 그들은 ‘청년유니온 두 살이 되었어요!’라고 적힌 떡을 돌렸다. 생일떡을 오물거리는 대열 앞에 한 위원장은 발언자로 나서 ‘FTA, 강정 구럼비’라는 슬픈 현실을 토로하는 대신 노래를 불렀다. 사회자는 “발언자로 나서서 녹음된 노래 반주를 직접 준비해 내미는 사람은 처음”이라고 웃었다. 꽃샘추위 속에서 거리에 웃음이 번질 수 있었던 것은 보란 듯이 “집회에서 2주년 파티를 즐기자”는 청년유니온의 발칙한 이념 덕분이다.
합법화되기까지 2년 동안 청년유니온의 활약은 꾸준했다. ‘피자 30분 배달제 폐지’와 ‘커피전문점 주휴수당 지급’ 등은 청년유니온이 있어 가능했던 일이다.
“피자 30분 배달제 폐지는 에서 제기해 우리가 적극적으로 이슈로 부각시켰죠.”
당시 청년유니온의 조합원은 바로 배달제의 당사자이자 피해자였다. 그들이 전한 생생한 현장에 여론은 주목했다. 결국 업체 스스로 30분 배달 보장을 폐지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주휴수당 지급 이슈 때는 한 대형 커피전문 체인에서 먼저 연락이 와 함께 문제를 해결하기도 했다. 당시 업체에서 밀린 주휴수당으로 뒤늦게 지급한 돈이 6억원을 넘어선다.
조합원 확대가 가장 큰 고민
“지금까지 주로 아르바이트생의 근로여건 개선에 앞장서왔다면, 이제는 청년 정규직의 문제입니다.”
정규직의 고민까지 아울러 품을 넓히는 과정에서 최근 고민하는 주제는 ‘포괄임금 산정’이다.
“우리는 사장님이 끊은 ‘자유이용권’이라고 불러요. 연봉을 한번 산정해놓으면 근무시간 외에도 일을 시키는 일이 비일비재하거든요. 초과근무수당은 지급되지도 않고요.”
젊은 인력이 많은 정보기술(IT) 계열 회원들과 함께 이 문제를 풀어볼 계획이다. 청년유니온이 관여하고 있는 일은 노동문제만이 아니다. 청년주거권 문제부터 긴급자금을 대출하는 청년협동조합까지 기존 노조의 활동 범위를 넘어선다. 영화 보기, 등산 등 조합원을 끌어모으기 위한 취미모임 만들기에도 적극적이다. 500여 명의 직장인·취업준비생·아르바이트생 등 만 19~39살 청년들이 참여하고 있다.
위원장은 어떤 사람일까. 수도권 대학을 나와 2천만원이 넘는 학자금 대출을 갚느라 업종을 바꿔가며 대학 때의 아르바이트를 계속하고 있는 고민 많은 28살 청년이다. “안 해본 것 빼고 다 해봤다”는 말처럼 학원 사무보조, 프랜차이즈 빵집 판매원, 행정인턴, 물류센터 박스 정리 등 나열하는 아르바이트만 십수 개에 이른다. 매달 60만원씩 원금과 이자를 갚아야 했기에 잠시도 돈을 벌지 않은 때가 없었다. 그래서 정작 중요한 구직활동을 하지 못해 비정규직 업무를 전전해야 했다. 그리고 고민 끝에 청년유니온 창립 때 뛰어들었다.
서울은 시작이다. 대전과 인천 창립총회를 마쳤고 서울에 이어 합법 노조로 인정받기 직전이다. 또 광주, 강원도 원주, 대구, 충북 청주 등에서 올해 안에 지역노조를 만들기 위한 총회를 열 계획이다. 전국노조로 인정받으려는 노력도 계속하고 있다. 지난 3월15일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고용노동부에 구직자를 포함한 청년노조를 정식으로 인정하라고 촉구했다. 고용노동부는 청년유니온의 설립신고를 4차례 반려했다. 서울시가 이번에 노조설립신고필증을 주면서도 항소한 데에는 고용노동부와 법무부의 영향력이 작용했으리라고 청년유니온은 보고 있다.
다시 출발선상에 선 청년유니온의 가장 큰 고민은 역시 조합원 확장이다. 현재의 500명으로는 생계형 아르바이트생 200만 명, 취업준비생 50만 명을 대표하기에 조금은 버거워 보인다.
인터넷 카페에서 가입 가능
“고민 말고 가입해주세요.”
한 위원장이 말하는 청년유니온에 가입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인터넷 카페 ‘청년유니온’(cafe.daum.net/alabor/)을 찾아 가입 신청을 하면 일단 ‘회원’이 된다. 이어 지원서를 쓰고 조합비를 내면 당당히 조합원이 될 수 있다. 물론 서울 영등포에 있는 사무실을 직접 찾아도 된다. 위원장이 거리에서 불렀다는 노래는 이다. 청년유니온에 가입하면 그 노래를 질리도록 들을 수 있다. “조합원들은 벌써부터 지겨워하고 있어요. 하하하.” 목소리가 밝다.
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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