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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만세(長壽萬歲) 최시중 vs 이윤재

VS 인물열전
등록 2011-12-30 15:11 수정 2020-05-03 04:26
일러스트 김대중

일러스트 김대중

나이 일흔에 이르면 마음이 하고자 하는 대로 해도 법도를 넘어서거나 어긋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공자가 말한 ‘종심’(從心)입니다. 하지만 77살의 이윤재 전 피죤 회장과 74살의 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을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지들 마음대로 행동한 굳은 믿음

이윤재 전 회장이 마음을 따라 한 행동은 법을 넘어 상식까지 파괴했습니다. 을 통해 세상에 알려진 내용은 충격적이었습니다. 직원을 편지봉투 뜯는 칼로 찌르고, 한 팀장을 슬리퍼로 때렸습니다. 모두 ‘손자 같은 직원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합니다. 또 지난 2월에 취임한 이은욱(55) 사장을 4개월 만에 해임하는 등 임원들은 평균 5개월 미만 동안 일하다 잘렸습니다. 심지어 이 회장은 직원들을 ‘내가 먹여 살려주는 노비’라고 표현한 것으로도 알려졌습니다.

급기야 청부폭력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언론에 이윤재 전 회장의 비자금 조성 의혹 등을 제기한 이은욱 전 사장의 입을 막으려고 광주 무등산파 소속 조직폭력배까지 고용했습니다. 이 전 회장은 조직폭력배에게 3억원을 주고 이 전 사장을 폭행하고 도주하도록 지시했습니다. 이로 인해 이 전 회장은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및 범인도피 혐의로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았습니다. 마음대로 했다가 겨울을 철창 안에서 보내고 있습니다.

최시중 위원장의 행보도 굳은 믿음에서 비롯됐습니다. 2만4천 개의 일자리 창출, 양질의 다양한 방송 콘텐츠 제공 등이 가능하다고 믿고 ‘종합편성채널’(종편)을 4개나 한꺼번에 허락했습니다. 이를 위해 종편 개국 전에는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 대표들에게 좋은 채널을 줄 것을 압박했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이동통신사 임원 등을 비롯해 기업 임원들과 만나 종편에 광고할 것을 ‘압박’했습니다.

그 결과 ‘조·중·동·매’라는 유령만 배회합니다. ‘황금채널’ ‘중간광고’ 등 특혜를 업고 태어났지만 보는 사람(평균 시청률 1% 미만)은 없습니다. 대신 종편들은 ‘형광등 100개의 아우라’ ‘섹스 동영상 모자이크 노출’ 등의 ‘오버’ 행보로 비난만 자초하고 있습니다. 유령이 안 보여서 위력을 더해서인지 종편은 보는 사람 없어도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기업은 고액으로 효과 없는 광고를 집행하도록 압력을 받고 있고, 교육방송(EBS)은 종편에 자리를 내주고 사라지고 있습니다. 그 유령을 낳은 이는 최 위원장입니다.

도움 안 되는 왕성한 활동력

최 위원장이 경제에 도움되는 일은 별로 한 것이 없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인 가계 통신비 20% 인하는 이뤄지지 않았고, 오히려 지상파와 케이블TV 사업자 간 갈등을 봉합하지 못해 시청자의 불편만 초래하고 있습니다. 또 KT의 2세대 이동통신 서비스 종료를 승인했다가 법원에서 보류하라는 판결을 받는 등 망신을 샀습니다. 그 결과 최 위원장의 방통위는 정부 부처 업무평가에서 ‘꼴찌’(미흡) 판정을 받았습니다.

최 위원장은 올 초 연임에 성공해 현 정부 각료 중 최고령이면서 최장 임기를 자랑합니다. 이윤재 전 회장은 청부폭력 사실이 불거지자 회장직에서 물러났지만, 12일 만에 다시 이사로 취임했습니다. 두 분 모두 마음대로 행해서인지 왕성한 활동력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장수만세’입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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