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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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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에 부는 녹색 바람

자연환경 원형 그대로 생태적 자원 개발 계획 마련한 경북도…
수목원부터 ‘테라피단지’까지 자연과 인간의 상생 모색
등록 2011-08-02 17:38 수정 2020-05-03 04:26

‘백두대간 깊은 산속에서 수십 명의 과학자들이 모여 사라져가는 고산식물의 보존 방안을 연구하고, 관광객은 수만 포기의 허브꽃이 핀 꽃밭에서 향기를 맡으며 스트레스를 확 날려보낸 뒤 전기 없는 김천 해인마을을 찾아 옛 정취에 젖어본다.’
경북도가 그리는, 녹색 바람이 바꿔갈 경북 지역의 3∼5년 뒤 모습이다. 낙동강에서 시작된 녹색 바람은 백두대간을 넘고 동해안을 지나 울릉도와 독도에까지 불어닥쳐 자연과 인간이 상생할 수 있는 공간이 곳곳에 들어선다.
김관용 경북지사는 “그냥 바라만 보는 강과 산, 바다에서 주민들이 나서서 자연을 지키고 보호하며 소득이 올라가고 일자리가 생겨나는 자연으로 바꿔나가겠다”고 말했다.

경상북도가 마련한 생태자원 개발 계획 위치도. 경상북도 제공

경상북도가 마련한 생태자원 개발 계획 위치도. 경상북도 제공

생태관광으로 지역민 소득 증대 기대

경북도의 계획대로라면, 앞으로 경북 지역에 들어설 생태 연구기관과 관광촌 등은 10곳이 넘는다. 정부가 추진 중인 연구기관을 경북도가 유치하는 데 성공한 사업이 대부분이다. 경북도는 “자연환경을 원형 그대로 보존하면서 시설물을 세우겠다는 게 가장 중요한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경북도 녹색 바람의 진원지는 상주다. 지난 5월, 상주시 도남동 낙동강변에서 첫 삽을 뜬 ‘낙동강 생물자원관’은 낙동강에 사는 물고기부터 동식물, 미세조류에 이르기까지 모든 생물을 연구하는 곳이다. 경북도 박시환 자연생태계장은 “해열제와 진통제로 쓰이는 아스피린이 냇가에서 자라는 버드나무 껍질에서 나오지 않았느냐”며 생물자원관의 구실을 설명했다.

경북은 백두대간이 지나는 구간이 가장 길다. 백두대간은 한반도를 남북으로 잇는 대동맥으로 백두산 병사봉에서 지리산 천왕봉까지 1400km에 이른다. 백두대간 남한 구간은 강원도 고성 향로봉에서 천왕봉 구간으로 684km이며, 이 가운데 경북을 지나는 구간은 봉화 부소봉∼김천 삼도봉 315km로 남한 구간의 절반을 차지한다. 백두대간 경북 구간이 끝나는 경북 봉화군 옥석산 자락에 5천ha의 고산 수목원이 세워진다. 10월쯤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해 2104년 문을 열 계획이다. 이곳에는 백두대간 생태박물관, 고산식물 연구센터, 지하종자 저장시설과 관광객을 위한 생태탐방로가 생긴다. 산림청 배준규 연구관은 “지리산 정상에서 자라는 구상나무 등 기후변화에 취약한 고산식물을 보존하는 연구시설과 만약에 대비해 백두대간에서 자라는 희귀 자생식물 1300여 종의 종자를 지하 90m 굴 속에 저장하는 시설이 핵심을 이룬다”고 밝혔다.

영주 부석사 인근 봉현면 두산리에 세워질 ‘백두대간 테라피단지’도 눈길을 끈다. 백두대간의 무성한 삼림을 활용해 각종 질병을 치료해보자는 취지다. 2013년이면 산림치유센터, 산림테라피 연구센터 등이 들어선다. 깊은 산속에 허브 같은 향기식물을 대량으로 심어 향기로 질병을 치료한다는 ‘향기치유 정원’은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곳이다.

안동·영주·영양·봉화 등 경북 북부 지역은 산림이 많고 논밭이 적어 주민 소득이 매우 낮다. 연구기관 유치와 함께 관광객을 끌어들이려고 경북도는 전기 없는 마을(김천 부항면), 견훤촌(문경 가은), 택리지촌(상주 화북면), 산타촌(봉화 석포면) 등을 만들 계획도 세워놨다.

동해안엔 생태 연구기관 세울 예정

경북 동해안에도 생태 연구기관이 생긴다. 경북 동해안의 해안선 길이는 경주 감포 앞바다를 출발해 포항∼영덕∼울진까지 428km에 이른다. 넘실거리는 푸른 바다를 보듬어안고 있는 해안선이 빼어나게 아름답다.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다. 특히 울릉도와 독도는 희귀자원이 무진장 보존돼 있는 곳이다. 경북도가 ‘동해안 프로젝트’라고 이름 붙인 울진 해양과학교육관, 독도 해양과학기지, 울릉도·독도 자연환경센터 등은 해양자원을 연구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경북도 김남일 환경해양산림국장은 “현재 경북 지역에서 건설 중이거나 추진 중인 연구기관 10여 곳에는 1조원이 넘는 사업비가 들어가 주민 소득으로 이어지고, 완공 뒤에는 수천 명의 일자리가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구대선 기자 한겨레 사회2부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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