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의 A고등학교 교장이 수년 동안 자행해온 학생 체벌과 강제 노역 등의 인권유린 실태가 공식적으로 확인됐다. 편법적인 학사 운영도 사실이었다. 전국 58개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재학생 4만여 명)의 실태를 조사할 필요성이 대두된다.
재학생 학습권 즉시 구제 방안은 없어
1986년 학력인정시설로 인가받은 A고는 2005년부터 박아무개(55) 학교장 겸 이사장이 운영해왔다. 은 학생을 봉사활동과 훈육 명목으로 학내 공사에 강제로 동원하고 일상적으로 체벌한 사실은 물론, 학교장의 회계 비리 가능성도 고발했다(832호 줌인 ‘노역하라, 복의 근원이 될지라’ 참조).
전북도교육청의 실무 책임자는 “10월18~20일에 실시한 교육청 특별조사 결과 체벌 및 노역, 부실한 교육과정 등 지적받은 문제가 대부분 사실로 확인됐다”고 지난 10월27일 밝혔다. 무엇보다 A고교는 무허가 건물이다. 이에 따라 교육청은 이 학교의 내년도 입학을 제한하고 재학생이 모두 졸업하는 2013년을 전후로 인가를 유지 또는 취소할지 결정할 방침이다.
특별조사 결과, 박 교장이 정부지원금을 재단 소유의 부동산을 매입하는 자금으로 전용한 사실도 드러났다. 정부는 학력인정시설에 교직원 급여와 저소득층 자녀의 등록금을 지원해왔다. 등록금은 학교운영비로만 사용해야 한다. 박 교장은 최근 학교 주변 땅(4억원)을 사들이면서 정부지원금 8400만원을 끌어다 썼다.
도교육청 쪽은 “교장이 학교의 새 부지로 사용하기 위해 구입했다고 말해, 학교운영비로 볼 수 있는지 법적으로 더 면밀한 판단이 필요하다”며 “‘유용’으로 판단되면 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사 15명이 저마다 두세 과목을 가르치는 ‘부실 교육’도 적발됐다.
그럼에도 교육 당국은 당장 재학생의 학습권을 구제 또는 보완할 대안이 없다는 입장이다. 도교육청 책임자는 “무허가 건물이라 시설 보완이 불가능하고, 교육과정과 학생 인권 등은 행정지도를 통해 감독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지도에 불응할 경우, 지원금을 끊거나 인가를 취소한다. 2013년 일이다.
지난 10월21일 교육과학기술부는 각 시도교육청 평생교육 담당자를 소집해 긴급회의를 열기도 했다. 16개 시도교육청 가운데 58개 학교가 소재한 13개 시도교육청 책임자가 모두 참석했다. 지역별 실태를 공유하고 개선·지도 방안에 대한 실무적 논의를 했다.
교과부 담당자는 “우리도 서울 지역 4개 학력인정시설을 샘플로 긴급 점검했다. 전반적으로 교육 여건이 열악하다는 것에 공감한다”며 “최우선은 교육 여건을 개선해야 하는 것인데, 개선을 위해선 정부 지원이 더 필요하고, 지원을 위해선 학교 시설로서의 책임감을 확보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학력인정시설이 사유재산으로 공적 관리 밖에 있음을 거듭 확인한 것이다.
학력인정시설 쪽은 최근 교과부에 특성화고교 수준만큼의 정부 장학금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교과부 담당자는 “법인화를 선제 조건으로 삼아, 장관이 검토 계획을 밝혔다”고 말했다. 학력인정시설의 법인화를 통해 공공성을 확보하려는 교과부의 사실상 유일한 전략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아직 공허해보인다. 학교 재단은 대개 “재정이 열악하다”며 재원 투자가 요구되는 법인화를 꺼리기 때문이다.
법인화 통해 공공성 확보 가능할까교과부는 11월 각 시도교육청 평생교육 담당자와 2차 실무회의를 할 계획이다. “각 시도교육청이 자체 실태조사를 진행할 것으로 기대하며, 그를 토대로 한 전체 회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 학력인정시설을 상대로 한 첫 실태조사가 진행될지 주목된다.
한편, 전북도교육청 실무자는 “교직원의 임용·해임 내역은 철저히 파악하기 때문에, 교육청의 교직원 급여 지원금을 A고 교장이 횡령한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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