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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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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역하라, 복의 근원이 될지라



생활지도 한다며 학생을 각종 공사에 내모는 전주 A고등학교…

체벌 등 인권유린부터 회계·인사 비리 의혹까지
등록 2010-10-22 10:32 수정 2020-05-03 04:26
전주 A고교의 공사 현장. 학교 식당에서 운동장으로 이어지는 내리막길을 아이들이 직접 계단으로 바꾸고 있다. 논란이 일자 지금은 멈춘 상태다. 학생 제공

전주 A고교의 공사 현장. 학교 식당에서 운동장으로 이어지는 내리막길을 아이들이 직접 계단으로 바꾸고 있다. 논란이 일자 지금은 멈춘 상태다. 학생 제공

지난 10월13일 전북 전주의 A고등학교. 밖에서 보는 학교는 낡고 위태로웠다. 1956년에 지어진 건물이다. 가파른 계단 사이로 어지럽게 배치된 교실은 달동네 가건물을 연상시킨다. 산을 등 뒤로 끼고 선 학교의 외벽 페인트는 노숙인의 각질처럼 뜯겼다. 배면을 지탱하기 위한 시멘트 옹벽 공사가 곳곳에 이뤄져 있다. 담벽이 학교 1층과 3~4m 아래의 운동장 사이를 막아주고 있었다. 담은 시멘트 벽돌이다. 별다른 마감재 없이 거친 회색빛 그대로 노출돼 있다.

전주에 위치한 A고교는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이다. 1956년 지어진 건물을 개보수해왔다. 일반적인 학교 전경과 많이 다르다.한겨레 류우종 기자

전주에 위치한 A고교는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이다. 1956년 지어진 건물을 개보수해왔다. 일반적인 학교 전경과 많이 다르다.한겨레 류우종 기자

무허가 건축물에 들어선 평생교육시설

큰 벽돌이나 모랫더미, 손수레 따위의 공사 자재가 널려 있다. 운동장과 학교를 잇는 길목의 계단 공사는 한창 진행 중에 멈춰서 있다. 거미줄이 쳐진 폐교실이 보였다. 때 묻고 퇴락한 시멘트빛으로 학교 밖은 채색되고 있었다. 학교 안은 보이지 않는다. 교정 너머 전주의 하늘은 에메랄드빛이었다.

그곳으로 학생들이 아침 8시10분 1교시 수업에 맞춰 오종종히 등교하고 있었다. 교문은 없다. 동굴 입구를 닮았다. 학생들이 그 안으로 사라졌다.

정확히 4시간 뒤 취재진은 학교 내부로 들어갈 수 있었다. 점심 식사 즈음이다. ‘안’을 살폈다. ‘겉’이 차라리 양호하다는 걸 알기까진 1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일반인은 물론 교육 당국도 상상 못할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아오지 고등학교’란 비유가 박혔다.

[학생들 노역시키는 절벽 위 고교]

A고는 고교 학력인정 평생교육시설이다. 1991~93년생(17~19살) 학생들과 교육 소외층 성인들이 만학을 이어가며 꿈을 키운다. 25년 역사를 자랑한다. 1986년 교육 당국이 인가했다. 하지만 의 취재 결과, A고는 탈법·편법 운영의 백과사전이었다.

우선 건축물 자체가 무허가인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법상 인가 학교로는 물론, 일반 시설로도 존립할 수 없다. 관할 구청 건축과 실무자는 “허가받았다면 건축물관리대장에 나와야 하는데 A고는 자료 자체가 없는 무허가 상태”라고 말했다. 담당자가 토지이용규제정보를 확인했는데, A고 일대 부지는 임야·전(밭)·대지·주거지역으로 혼종돼 있다. 전북도교육청과 구청이 10월 초 민원이 제기되기 전까지 전혀 파악하지 못했던 사실들이다. 건물은 1950년대 공민학교로 세워진 이후 개보수를 거듭해왔다. 학내 공사 요인이 많은 까닭으로도 보인다.

‘2학년 1반’ 푯말도 없는 2학년 1반 교실 안에는 커다란 바위가 불뚝 들어서 있다. 책상 높이로 전체 교실의 5분의 1가량을 차지한다. 바위를 가로질러 벽이 세워져 있다. 이 반 학생 B군과 C군은 “비가 오면 (벽과 바위 틈으로 새) 교실이 물바다가 된다”고 말했다. 학교 관계자는 “(보수) 공사를 해서 그렇게까진 아니다”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얼마 전 태풍이 왔을 때는 지붕을 덮은 패널이 날아갔다”고도 말했다. 학교 쪽은 “그런 적이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무허가인 탓에 관할 구청의 시설 안전성 평가나 점검이 단 한 차례도 없었다는 점이다. 교육 당국의 인가 시설 자격 등에 관한 지도 점검 또한 이뤄진 바 없다.

2학년 1반 교실 모서리엔 커다란 바위가 들어서있다. “비가 오면 바위 틈으로 물이 새 교실이 물바다가 된다”고 아이들이 말했다.한겨레 류우종 기자

2학년 1반 교실 모서리엔 커다란 바위가 들어서있다. “비가 오면 바위 틈으로 물이 새 교실이 물바다가 된다”고 아이들이 말했다.한겨레 류우종 기자

일주일 내내 하루 6~8시간씩 일하기도

A고는 박아무개(55) 학교장 겸 이사장의 개인 소유로서, 회계 및 인사 비리 가능성도 이번 취재에서 드러났다. 교육 당국은 학력인정시설에 교직원 1인당 70만원의 보조금(임금)을 매해 지원한다. 1년에 한 차례 유일하게 해당 시설을 상대로 감사해온 내역이기도 하다. A고엔 교장을 포함해 교직원 21명(교사 18명, 행정직원 3명)이 있다. 그중 일반사회를 가르치는 박아무개 교사(여성)는 2002년에 발령받은 것으로 돼 있다. 박 교사는 1983년생이다. 18살에 발령을 받은 셈이다. 8년이 지난 올 2월 교원자격증을 받았다. 학교 쪽이 전북도교육청에 제출한 교직원 명부(2010년 9월1일 현재)에 따른 내용이다. 박 교사는 박 교장의 딸이다. 학생들 사이에선 교장의 친인척 교직원이 많다는 뒷말이 무성하다.

박 교장이 인수 이후 학교 주변 부지를 적극 매입해온 사실도 확인된다. 강아무개 행정실장은 “우리 학교보다 (교육 여건이) 못 미치는 데가 없잖냐”며 “그래서 아이들을 위해 학교 이전 계획을 세워왔고, 그를 위해 주변 터를 샀다”며 “모두 사비와 대출로 마련했다”고 말했다. 행정실장은 박 교장의 아내다.

여느 학교의 일부 무허가 증축 건물이나 학력인정시설의 ‘졸업장 장사’가 논란이 된 적은 있다. 하지만 A고와 같이 20여 년에 걸친 탈법 운용과 교육 당국의 무책임·무능력은 유례를 찾기 힘들다. 특히 이 학교는 불우 청소년, 타학교 부적응 자퇴생, 일반고 낙방생, 만학도 등 200여 명이 주·야간에 적을 두고 있다. 차상위계층·기초생활수급자만 119명이다. 기댈 곳, 갈 곳이 많지 않은 이들이다. 개인 소유의 학교 시설이 공적인 관리 권역에서 벗어난 결과는 끔찍해 보인다. 기댈 곳, 갈 곳 없는 이들을 상대로 한 착취, 즉 인권유린이 만연했다.

학생들이 수시로 학내 공사에 강제 동원된 사실부터 확인됐다. ‘공사 감독’은 학교장이었다. 3학년 B군은 “1학년 때 다른 학교 아이들과 싸운 뒤부터 (교장에게 낙인찍혀) 지금까지 계속 일을 해왔다”며 “만날 때리고 일만 시키니까 학교에 가기 싫다”고 말했다. 그는 “말썽을 많이 부린 4~5명은 (아예) 이사장의 ‘노가다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진술대로라면, 10월 첫쨋주를 통틀어 D군이 수업을 받은 건 2시간에 불과하다. 월·화요일 1교시만 참석했다. 월~수요일엔 6~7시간, 목·금요일은 8시간 일을 했다는 것이다. 3년 동안 벽돌 나르기부터 담벽 쌓기, 화장실 개축, 2층 통로 신축 등 공사 내역은 실로 다양했다. 최근의 ‘노역장’은 학교 식당에서 운동장으로 이어지는 내리막길 계단 공사다. 논란이 일자 이 공사는 중단된 채 벽돌과 모래체 따위만 널브러져 있다.

전주 A고교의 공사 현장. 학교 식당에서 운동장으로 이어지는 내리막길을 아이들이 직접 계단으로 바꾸고 있다. 논란이 일자 지금은 멈춘 상태다. 한겨레 류우종 기자

전주 A고교의 공사 현장. 학교 식당에서 운동장으로 이어지는 내리막길을 아이들이 직접 계단으로 바꾸고 있다. 논란이 일자 지금은 멈춘 상태다. 한겨레 류우종 기자

학교 쪽 “학생들이 자진해서 거들었다”

이른바 ‘불량학생’만 노역에 동원되진 않았다. 2학년 E양은 지난 여름방학 때 학교 비상소집일에 나가지 않았다. 친구들도 대부분 나가지 않았다는 건 개학 뒤에 알았다. 그에 대한 벌로 반 전체가 벽돌을 날랐기 때문이다. 여학생 10여 명이 포함됐다. 아침 1교시 수업을 끝내고 1시간가량 일했다. 그 벽돌도 담벼락이 되었다.

2학년 B군도 비슷한 시기에 막노동을 해야 했다. “전 인문반이라서 여름방학 보충수업이 있었어요. 4교시인데 3∼4교시는 도망갔거든요. 거기에 대한 (벌로) 봉사활동 4시간을 받았죠. 개학하고서 1시간씩 네 차례에 걸쳐 봉사활동을 채웠는데, 우리 반 절반 정도가 그랬어요. 한 번은 모래 나르고, 한 번은 흙을 나르고, 한 번은 벽돌 나르고…. 봉사활동은 그냥 노동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벽돌 한 트럭분을 모두 날랐다고 B군은 말했다.

이 학교 화장실엔 끔찍한 경고 문구가 붙어 있다. “흡연 적발시 무기한 봉사활동에 처한다.”

10월12일 박 교장은 과의 첫 전화 통화에서 “회의 중이니 이따 전화를 달라”고 한 뒤, 10월15일 현재까지 휴대전화 전원을 꺼둔 상태다. 13일부턴 학교로 출근하지도 않았다.

전북도교육청은 관련 문제의 진정이 접수된 뒤 진상조사에 들어간 상태다. 도교육청 실무자는 “무허가 문제 등을 이전까진 알지 못했다”며 “10월12일 오후 이사장, 교감, 행정실장을 만나 기초 조사를 했다”고 말했다. 그가 박 교장에게서 직접 들은 설명은 이렇다. “학생들이 합의해서 (일하러) 나갔다고 한다. 오히려 학습에 집중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노동을 통해 격려하고, 간식도 사주고, 함께 대화도 했다는 거다.” 박 교장은 “인권유린이 아니며, 노동이 아닌 생활지도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노역은 인정하지만 교칙 위반 학생을 훈육하려는 취지란 얘기다. 이 13일 학교에서 만난 심아무개 교감은 노역 수위도 학생들의 진술과 다르다고 말했다. 심 교감은 “(학내 모든 공사를) 교장 선생님이 직접 혼자 한 것으로 안다”며 “몇몇 학생이 교장 선생님과 농담도 주고받는데, 도와줄 일이 있으면 자진해 거들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 반이 수업 시간에 봉사활동 차원에서 벽돌 같은 걸 나른 때도 있긴 하다. 100장 정도인데 한 30분밖에 안 걸린다”고도 말했다.

학생들은 박아무개 교장의 체벌도 일상적이라고 말한다. 나뭇가지나 플라스틱 파이프를 매로 쓰기도 한다고 말했다.학생 제공

학생들은 박아무개 교장의 체벌도 일상적이라고 말한다. 나뭇가지나 플라스틱 파이프를 매로 쓰기도 한다고 말했다.학생 제공

체육 교사가 생활경제까지 가르쳐

학생들은 체벌이 일상적으로 가해지고 있다고도 성토한다. 일부 2학년 학생들은 수학여행을 가지 않았다. “여행단이 제주도로 떠난 1~2일 뒤 교장은 남은 학생들을 모두 교실 밖으로 불러냈다. 기합을 줬다. 봉사활동을 시켰다. 교실 대청소였다.” 남아서 벌을 섰던 학생들의 설명이다.

2학년 F군은 무단결석을 했다는 이유로 교장한테 십수 대를 맞았다. “플라스틱 파이프로 맞아 멍이 들었다.” 2학년 G양은 교복 치마를 줄여 입었다는 이유로 종아리를 맞았다. “피멍이 들어 바지 교복을 입고 다녔다.”

구타, 기합, 욕설 등에 관한 학생들의 진술은 수없이 이어졌다. 닮아 있다. 맨주먹, 나뭇가지, 플라스틱 파이프 등이 사용됐다고 한다.

심 교감은 대부분을 부인하면서도 “(체벌이) 있대도 몽둥이를 사용한 건 절대 아니고, (교장이) 손바닥으로 한두 대 때린 것”이라고 말했다.

교장은 학생들에게 벌금까지 거둔 것으로 확인됐다. 흰색이 아닌 티셔츠를 교복 안에 받쳐입을 경우 500~1천원을 징수했다. 3학년 G군은 “지각을 해도 500원씩 뜯어갔다”고 말했다. 담배를 피우다 걸리면 3천원이라고 했다. 올해부터 새로 추가된 징벌이다.

하지만 그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는 불투명했다. 심 교감은 “모두 교장 책상에 모아져 있다”고 말했다. 한 여학생은 기자가 학교 내부를 취재한 이튿날(10월14일) “거둔 벌금을 교감 선생님이 모든 반에 똑같이 나눠줬다”고 말했다.

교육의 질은커녕, 기본적 학습권도 운운하기 어려워 보인다. 올해 체육 교사는 ‘생활경제’와 ‘인간사회와 생활’ 두 과목을 함께 가르친다. 이른바 비전공 과목을 가르치는 ‘상치교사’ 다. 편법이다. 지난해 다른 학교에서 전학온 한 학생(2학년)은 “(체육교사 상치수업 때는) 거의 자율학습만 한다”고 말했다. 2학년 영어 교사가 3학년에겐 문학을 가르친다. 국사 교사가 도덕도 가르친다. 또 다른 2학년생은 “이달 초 야외 체육 수업을 했는데 올 들어 처음 한 것”이라고 말했다. 장소는 학교 밖 교회 주차장 일대였다. 270평 규모의 학교 마당이 있는데, 그마저도 공사를 이유로 사용되지 않고 있다.

학생들은 입학금(책값 포함) 57만원에 분기마다 등록금 34만원을 내고 있다. 야간은 2년제로, 1분기 등록금이 41만7300원이다. 일반고의 1년 등록금은 100만원 안팎이다.

심 교감은 “정상적으로 운영하려면 지금 교사 수의 두 배가 있어야 한다”며 “(재정) 여건이 되지 않는 학력인정시설의 현실을 감안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소외층 학교인 탓에 관심 밖”

결국 자퇴 학생이 속출한다. 한 2학년 학생의 설명이다. “우리 반은 1학년 때 50명이 넘었어요. 한 반이 3학년까지 그대로 가는데, 지금은 26명이에요. 맘에 안 들어 나가는 거예요.”

이 학생은 “우리 학교가 이상한 거예요? 이상한 거죠?”라고 기자에게 물었다. 3학년 남학생은 “아이들이 학교에 대한 불만이 많다. 모두가 이사장을 욕한다”고 거칠게 말했다.

박 교장은 1989년 이 학교에서 교사 생활을 시작했다. 그리고 2005년 학교를 인수했다. 행정실장은 “학교 건물이 무허가란 사실은 2005년 이후에 들었다”고만 말했다.

치부가 이제 드러난 게 절망인지 다행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도교육청이나 구청도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구청 쪽은 “허가를 내준 적이 없는데 학교가 어떻게 들어섰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며 “안전성 검사 등은 한 번도 이뤄진 적이 없다”고 했다. 학교가 무너지면 어떻게 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교육기관이니까 교육청에서 관리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불법 건축물 단속과 시정 책임·권한은 구청 몫이다.

도교육청 실무자는 “A고는 과거 사회교육법에 의해 별다른 조건 없이 인가받은 시설들과 마찬가지로 평생교육법 개정(2007년) 이후 경과 조치(위치변경·증축·학급수 증설 등 큰 변동 사항이 없을 경우 과거의 효력을 인정해줌)에 의해 존속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결과적으로 인가된 점에) 교육청의 실책이 있다”면서도 “사유재산이라 운영상 문제가 있어도 제재할 권한이 평생교육법엔 적고, 법 해석도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교육과학기술부 실무자는 “시도별 교육청이 자체 계획을 짜서 지도·감독하도록 이양된 상태”라고 말했다. ‘책임’은 어지러이 돌고 돈다.

평생교육법 시행령은 학력인정시설의 지정 기준을 “각각 초등학교, 중학교 또는 고등학교에 준하는 각종 학교의 설립·운영 기준과 같은 수준 이상이 되는 것”(27조)이라고 적시한다.

윤여각 한국방송통신대 평생교육원장(사회교육학 교수)은 “학교는 법의 사각지대를 비집고 들어가 변칙 운영하고, 교육 당국은 법적 결함과 상관없이 직무유기를 하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교육 당국은 인가 취소, 보조금 중단 등의 권한이 있다. 윤 교수는 교육 당국의 평생교육체육과 업무가 학원과 체육 쪽에 치중되는 문제도 지적한다. 교육 당국이 학력인정시설을 제대로 관리할 여력이 없거나 소외층 학교인 탓에 관심 밖이라는 것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은 학력인정시설의 개선 방향으로 △평생교육 법인으로 전환해 공공성·투명성 보장 △각 학교 특성에 따른 분화 발전 등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해당 시설들은 재정 투자가 요구되므로 법인 전환을 대개 꺼린다.

도교육청·구청 진상 파악 나서

도교육청 쪽은 “A고의 등록금 집행 내역 등에 대한 회계감사도 할 계획”이라며 “학교가 문을 닫아야 한다고 볼 정도로 (사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김승환 전북도교육감은 “운영 능력이 안 된다면 새 사람이 나타날 수도 있고, 문제가 드러났다면 해결해야 한다”며 “훼손되지 말아야 할 것은 학생들 인권과 교육권으로, 재학생은 모두 책임질 것”이라고 말했다.

구청은 진상을 파악해 불법 건축물에 대해 자진 철거 명령을 내릴 계획이다. 두 차례에 걸쳐 시행명령(2개월 기한)이 나간 뒤 따르지 않을 경우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심 교감은 “학생들이 예민해서, 이 일로 상처받고 외부에서 차별당할까 조심스럽다”고 거듭 신중한 보도를 요청했다. 그러나 졸업장 하나 때문에 학생들이 수년간 내부에서 감내한 고통은 언급되지 않았다. 어느 학생도 박 교장을 ‘교장 선생님’이라 부르지 않았다. “이사장님”이라 불렀다.

박 교장은 목사이기도 하다. 각 학급에는 같은 교훈이 붙어 있다. “너는 복의 근원이 될지라.” 한 2학년 여학생은 “우리 학교가 없어지는 거냐”며 취재진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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