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움직이는 건 분명 열정이다. 올해 미국 아카데미영화제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받은 의 감독 루이 시호요스(53)를 움직이는 것도 열정인 듯 보였다. 3월19일 서울 시내 한 찻집에서 과 만난 시호요스는 “한국 사람들이 고래 고기를 먹지 말고, 돌고래쇼 같은 것도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카데미상 수상 뒤 한국 방문
시호요스 감독은 “우리가 후손을 위해 해양 환경을 지킬 수 있는 마지막 세대”라고 힘주어 말했다. <한겨레21> 정용일 기자
그가 돌고래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우연이 아니었다. 워낙 어릴 적부터 다이빙을 좋아하고 관련 자격증까지 갖고 있던 그의 본래 직업은 사진기자다. 에서 17년 동안 일했다. 바다 환경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갖고 있던 그는 2005년 그와 관심이 비슷한 이들과 함께 ‘해양보존회’(Oceanic Preservation Society)라는 비정부기구를 결성하게 된다. 이듬해 해양 포유동물에 관한 국제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 ‘돌고래 대부’로 유명한 릭 오배리를 만난다. 오배리는 애초 돌고래 조련사로 이름을 떨치다 돌고래 포획 반대로 돌아선 인물. 국제회의에서 연설자 명단에 있던 오배리의 이름이 느닷없이 사라지게 되고, 그 까닭이 회의를 후원하는 거대 수족관 체인 ‘시월드’의 압력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이들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돌고래 포획과 살육이 이뤄지는 일본 와카야마현의 다이지를 찾는다. 영화 속 카메라도 이들의 동선을 따라간다. 다이지는 풍광이 아름다운 해안 마을이지만 매년 9월만 되면 인근을 지나는 대규모 돌고래떼를 소리로 유인한 뒤 일부는 산 채로 잡아 전세계 수족관에 팔아넘기고 나머지는 그 자리에서 창으로 찔러 죽인 뒤 고기로 내다파는 곳이다. 이렇게 사라지는 돌고래가 무려 2만3천여 마리란다. 바다는 핏빛으로 물든다.
당연하게도 마을 주민들은 제작진을 미행하고 위협한다. 시호요스 등은 카메라를 위장하고 수중으로 침입해 참혹한 현장을 성공적으로 잡아낸다. 다큐멘터리는 마치 한 편의 첩보 스릴러물처럼 긴박감이 넘친다. 시호요스는 “실제 현장은 화면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고 말했다. 분명한 메시지와 헌신적인 제작의 대가로 그들은 아카데미는 물론 선댄스영화제, 미국비평가협회, 미국방송영화비평가협회, 미국감독조합 등에서 무수한 상을 받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포유류인 돌고래는 중요하고, 역시 남획되는 참치 등 어류는 안 중요한가? 시호요스가 간단히 대답했다. “맞다. 다 중요하다. 다만, 돌고래는 사람들로 하여금 바다 문제에 관심을 갖게 하고 친밀감을 느끼게 하기에 가장 쉬운 동물이다. 돌고래는 다큐를 이루는 중요한 축일 뿐이다. 다층적인 해양의 문제를 다루려 했다.” 영화판과는 거리가 먼 이들이 자신들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단으로 영상을 선택한 까닭은 “짧은 시간에 많은 얘기 속에 메시지를 담아 전달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환경운동연합 초청으로 3월17일 한국을 찾은 시호요스와 이 영화의 프로듀서 찰스 햄블턴은 한국에서 고래 고기를 많이 파는 울산도 방문했다. 다이지에도 고래 고기를 파는 집이 1곳뿐인데 의도적 포경을 하지 않는다는 울산 장생포 등에는 왜 그리 고래 고깃집이 많은지 이해할 수 없다고 이들은 말했다.
‘돌고래 감독’과 프로듀서는 3월19일 오전 서울 일본대사관 앞에서 돌고래 포획 금지를 주장하는 기자회견을 연 뒤 미국으로 떠났다.
지난해 국내에서 상영한 은 5월20일 열리는 제7회 서울환경영화제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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