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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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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사의 복지는 없다

초과근무에 비상 상황 빈번하지만 처우는 턱없이 부족…
이직 잦아 돌보는 아이들에게도 악영향
등록 2009-07-03 02:47 수정 2020-05-02 19:25

서울 성북구에는 ‘아가세’라는 이름의 지역아동센터가 있다. ‘아름다운 가정 세우기’를 줄인 말이다. 장애아까지 포함해 청소년 27명이 이곳에서 웃는다. 시설장(지역아동센터장)과 생활복지사 1명이 있다. 모두 사회복지사다. 정부와 지자체가 반반씩 부담해 매달 218만원을 지원한다. 시설장은 이 돈으로 생활복지사 월급(110만원가량)과 아이들 급식비, 교육·생활 지원비, 파트타임 학습교사 강의료 따위를 충당한다. 그러고 보니 4월 말 남은 돈은 12만4500원. 이 돈도 시설장 월급은 아니다. 수도·전기세도 남았다. 다른 후원은 없다.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지역아동센터 ‘새날’에서 사회복지사들이 방과 후 중학생들을 위해 마련된 집단 미술놀이 수업을 돕고 있다. 시설장을 포함해 이곳에 직접 고용된 사회복지사가 3명인데, 평균 임금이 90만원이다. 4대보험료를 빼면 더 준다.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지역아동센터 ‘새날’에서 사회복지사들이 방과 후 중학생들을 위해 마련된 집단 미술놀이 수업을 돕고 있다. 시설장을 포함해 이곳에 직접 고용된 사회복지사가 3명인데, 평균 임금이 90만원이다. 4대보험료를 빼면 더 준다.

월급 없이 개인 생활은 어떻게 꾸리느냐는 질문에 류지숙 시설장은 “가슴이 벅차오른다”며 울컥댔다. 지난 6월 초 사흘간 과로로 앓아누웠다.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어려운 이들 돕고 길잡이가 되겠다며 복된 마음으로 일해요. 하지만 그렇게 몸져눕고 사경을 헤매다 일어나 한 지인이 월급이 얼마냐고 묻는데, 정말 심장이 멎더라고요.” 그는 구청에 전화를 했다. “아니 그럼 시설장은 어떻게 살라는 말입니까?”

생존권 위협받는 현실에 지쳐 떠나

대한민국 사회복지사가 신음하고 있다. 국가 복지의 최전선에서 자신들의 복지는 되우 포기당하고 있다. 근로기준법이 지켜지지 않고, 급여도 초라하다. 여성이 대부분인 이 직종에서 생리·출산 휴가는 꿈이다. 이런 말이 돈다. “사회복지사끼리는 눈도 맞아선 안 돼요. 결혼하면 바로 기초생활수급권자가 되거든요.” 국가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어디든 달려가는 ‘홍 반장’이 정작 자신의 복지는커녕 생존권조차 위협당하고 있다.

김아무개씨는 ‘워커’라 불리는 6년차 사회복지사다. 경기도의 한 도시 지역아동센터에서 위기가정 아이들을 돌본다. 자신을 걸목 삼는 이들이 8명이다. 2007년부터 보건복지가족부가 아동복지사업을 추진하며 채용해 각 아동센터에 파견한 1년짜리 계약직이다. 사회적 일자리다. 정부가 저임금을 통해 근무시간을 줄이되 고용을 창출한다는 취지로 추진하는 사업이다. 이 때문에 하루 6시간, 월~금요일 30시간 근무로 제한돼 있다. 하지만 어림없다.

김씨가 맡은 아이 규연(가명)의 아버지는 3년째 세 차례 자살을 시도했다. 두 번이 한밤중에 일어났다. ‘김 반장’ 달려간다. 규연 어머니로부터 전화를 받은 시각은 밤 11시. 규연네가 경기도에서 이사간 서울 천호동까지 택시를 탄다. 아버지뿐 아니라 어머니와 규연의 안전도 중요하다. 위세척을 끝내고 산소호흡기에 의탁해 있는 아버지를 확인하고 의사와 면담을 한다. 가족들을 진정시키고 집에 오니 다음날이 돼 있었다. 지난해 일이다.

민우(가명)가 가출하면 달려가는 ‘김 반장’, 소연(가명)이가 부모한테 맞았다고 연락해도 달려간다. 진이 빠져 집에 돌아오면 꼭 날짜가 바뀌어 있다. 정부가 이들에게 주는 프로그램 지원비는 10만원이다. 달리고 달리느라, 제 돈을 쓰지 않은 달이 없다. 6시간 근무? 휴일근무에 야근이 몇 차례든 한 달 급여는 딱 150만원이다. “출산휴가 있냐고요? 잘 모르겠는데….”

지쳐 떠나는 이 많다. 사회복지단체 부스러기사랑나눔회(부스러기)가 보건복지가족부의 아동복지사업을 위탁받아 관리하고 있는 지역은 모두 6개 도·시다. 정부가 이 사업 워커들에게 급여를 준다. 서울·경기·충남·울산·대전·경남이다. 하지만 서울에 파견된 워커 4명 가운데 2명이 지난해 그만뒀다. 충원을 계속 하지만 지금도 2명이다. 지난해 1명이 그만두고 나서 2명을 더 채용해 6명을 채웠던 경기권역에선 2명이 또 떠났다. 지난달이다. 5명이 일하던 충남에서도 지난해 말 2명이 관뒀다. 학업을 위해 퇴직한 1명을 빼곤 모두 급여, 노동강도 등 근무여건을 떠나는 이유로 꼽았다. 부스러기는 그래서 지난해까지 워커들에게 자체 지원비를 추가해줬다. 일종의 ‘처우개선비’를 단체 기금에서 어렵게 마련해온 것이다. 하지만 사업규모가 커지고 재정부담이 늘면서 자체 지원을 더는 할 수 없었다. 열악한 정부 지원에 단체 또한 복지사업을 균질하게 이끌 수 없다.

피해는 아이들 몫이다. 돌봄의 성패는 친밀감, 지속성이 판가름한다. 위기가정의 6살 소년이 어떻게 16살 청년이 되는지 면밀하게 보호·관리돼야 하기 때문이다. 수개월이 지나 겨우 제 마음을 보였던 ‘선생님’이 울며 떠나면, 아이는 또 다른 ‘버림’에 더 크게 운다.

김씨처럼 보건복지가족부 사업을 통해 채용·파견된 경우는 그나마 낫다. 각 지역아동센터가 직접 고용한 생활복지사의 월급은 100만원 안팎이다. 수용 아동 수에 따라 차등 지급되는 정부·지자체 지원금 200만~240만원이 지역아동센터 재정의 전부다. 지원금의 60%를 인건비, 40%는 운영비로 사용토록 못박고 있다. 생활복지사가 둘이면 1명의 월급은 60만원이 조금 넘는다.

개인 시설장은 사실상 ‘독지가’

시설장에 대한 인건비 규정은 없다. 종교단체나 법인 산하 지역아동센터의 경우, 단체·법인의 수장이 시설장을 겸하는 까닭이다. 하지만 아가세의 류씨처럼 개인이 세운 곳이라면, 아닌 말로 땅을 파서 아이를 도와야 한다. 사회복지사가 아니라 사회독지가다.

지역아동센터 시설장과 생활복지사 근무 현황

지역아동센터 시설장과 생활복지사 근무 현황

이들조차 부러워하는 사회복지사가 있을까? 있다. 중부권 지역자활센터 소속 나영희(가명)씨. 4년제 대학 졸업 뒤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을 들고 2008년에 입사했다. 기관은 정부 지원 사업을 수주해 빈곤층을 고용하고 자활을 돕는다. 나씨는 노인들 가사·간병을 돕는 노인장기요양사업을 책임지고 있다. 계약직 전담관리사다. 자활노동자 15명이 고용돼 있다. 보건복지가족부에서 이들에게 시간당 9800원을 지원한다. 8할은 피고용인, 1할은 나씨 몫이다. 입사 뒤 지금까지 400만원가량을 모았다. “지난 1년간 거의 매일 밤 10시 이후 퇴근을 했다”는 나씨에게도 물론 수당 같은 건 없다. 경조사 휴가, 수당, 연차 등의 기준이 아예 없다. 근로기준법을 사실상 어기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나씨는 이 사업의 규정상 노인장기요양사업을 벌이는 ‘사업자’로 등록돼 있다. 명의를 빌려준 셈이다. 이곳 자활센터에 소속된 실무종사자 14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각각 전담하는 사업의 대표로 등록돼 있다. 자활센터의 피고용인이면서, 각 사업의 사용자인 셈이다. 나씨는 이 때문에 실직을 한대도 실업수당을 받지 못한다. 실직 노동자에게 주는 건강보험료 1년 면제 혜택도 남 얘기다. 5년간 300만원이 지원되는 근로자능력개발카드도 제 것이 아니다. 연말정산도 할 수 없다.

그래서일까. 지난 2월, 울산 지역자활센터에선 공동체 수익금이나 국고 보조금을 실무자들이 착복한다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현지 언론은 “지역자활센터 실장 1년 하면 차를 사고, 2년에 집 못 사면 바보다”라고 소개했다.

생활복지사 평균 급여 85만원

이런 ‘극과 극’ 세계에선, 전국 지역자활센터가 240여 곳이라는 사실 외에는 나씨처럼 오롯이 국가의 이름으로 이웃의 복지를 위해 제 기본권조차 버려야 하는 이들이 얼마나 될지 파악되지 않는다. 나씨는 계약직 전담관리사 9명 가운데 1년 이상 근속한 이가 2명밖에 되지 않는 자신의 첫 직장을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노동청에 고발했다.

국내에 지역아동센터 종사자는 모두 6840명이다. 보건복지가족부가 지난해 12월 말 기준으로 벌인 조사 결과다.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에 소속된 시설만 1300곳이다. 이곳의 시설장은 3013명, 생활복지사는 3827명이다.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이가 전체의 55.7%, 대학원을 졸업한 이도 17%가 된다. 생활복지사 가운데 85.8%가 여성이다.

생활복지사의 평균 급여는 한 달 85만5천원 남짓이었다. 지난해 공기업 대졸 초임 연봉 2736만원의 3분의 1 수준이다. 생활복지사의 74.7%(2838명)가 하루 8~9시간, 10.5%(402명)가 하루 10~13시간을 일해 받은 돈이다. 시설장 1551명(51.5%), 생활복지사 1336명(35.1%)은 4대보험에도 가입돼 있지 않았다.

사회복지사 일자리 자체가 ‘복불복’이다. 같은 지역아동센터에서 일한대도 지역에 따라 처우가 다르다. 충남과 강원도는 관할 지역아동센터의 사회복지사에게 처우개선비로 월 12만~15만원을 추가로 지원한다. 다른 지역은 없다. 당장 서울 내 강남과 강북도 지자체 재정자립도나 의지에 따라 보수나 근무여건을 달리한다.

법이나 규정도 제각각이다. 노인, 정신지체장애자 등을 24시간 수용하는 ‘생활시설’은 소속 종사자에 대한 보수·복지 가이드라인이 있다. 1400만원대의 연봉을 초봉으로 책정하고 있다. 하지만 사회복지관, 지역아동센터 등의 ‘이용시설’은 지침이 없다. 노숙인쉼터나 종합사회복지관은 사회복지법, 지역아동센터는 아동복지법, 지역자활센터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노인복지전문관은 노인복지법, 농촌 지역의 노인시설은 농어촌주민의 보건복지증진을 위한 특별법을 따른다.

사업 자체가 ‘복불복’이기도 하다. 정부 사업은 대부분 1년 단위로 재계약을 하며 사회복지사를 고용한다. 정부는 2004년부터 학교복지사회사업을 통해 학교에서 직접 사례관리를 할 사회복지사를 고용해 배치해왔다. 지난해 사라졌다. 여기에 소속된 계약직원 96명은 말없이 직업을 잃었다.

조추용 꽃동네현도사회복지대학 교수는 “서비스의 질을 담보하기 어려운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계약직이 많고 ‘신분’의 차이가 다양한 까닭이다. 잦은 이직, 이탈을 막을 수 없다.

정부는 지난해 초 생활시설에 대한 고용 가이드라인을 이용시설에도 준용토록 권고했다. 하지만 이는 정부와 지자체 지원 예산에 절대적으로 달려 있다. 그런데 정부는 권고만 했고, 지자체는 외면하고 있다.

지역아동센터에 대한 정부 지원도 다음달부터 한 달 220만원에서 320만~370만원으로 인상하기로 했다. 대신 인건비로 사용할 수 있는 비중을 55%로 낮추려고 추진 중이다. 인건비는 실상 40만원 정도가 오르는 셈이다. 전국지역아동센터협의회 최선숙 정책국장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인건비 비중을 60%로 유지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래도 2명의 인건비가 안 나온다”고 말한다. 구차하지만, 절실하다.

“처우 개선이 MB 공약 아니었나요?”

아가세의 류지숙 시설장은 “이 일은 돈이나 시간만으로 따질 순 없다”며 “이렇게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고 보여주며 버팀목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하지만 국가가 해야 할 일을, 개인의 순정에만 맡기기엔 가혹하다.

한국사회복지사협회 김현진 정책팀장은 “사회복지 분야의 평균 근무 경력이 5.8년밖에 되지 않는다”며 “사회복지 서비스가 인력을 통해 전달된다는 관점으로 정부가 복지정책 인력의 질적 관리, 시설 확대 등 중·장기 플랜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중부권 지역자활센터 나영희씨는 “이명박 대통령이 사회복지사 처우 개선을 공약으로 내걸지 않았나요? 뭐 한 거 하나도 없지 않나요?” 묻는다.

전국엔 6만여 명의 사회복지사가 활동 중이다. 매년 3만여 명의 새내기 사회복지사가 배출된다. 모두 현장으로 갈수도 없고, 가려 하지도 않는다. 다만 이들이 내년에 또 물을 것이다. 전국사회복지사협회 홈페이지에 쓰인 “행복한 사회복지사가 행복한 사회를 만듭니다”라는 주홍빛 글귀만 홀로 빛난다.

글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사진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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