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조출연자(엑스트라)들이 ‘일한 제값’을 받을 길이 열렸다.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가 지난해 12월17일 전국보조출연자노조의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받아들여, 노조와 기획사들이 2월5일 첫 단체교섭을 벌이게 된 것이다.
기획사 부도나도 체당금 받게 돼
보조출연자들이 한 사극 촬영장에서 자신들의 촬영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한겨레 정용일 기자
은 734호 인권 OTL-30개의 시선 ‘도 돈을 못 받았다고?’ 기사에서 한국예술, 태양기획, 한강예술, 대웅기획 등 대형 기획사들이 보조출연자노조와의 단체교섭을 거부하는 등 보조출연자들의 노동권이 침해되고 있는 현실을 고발했다. 기획사는 드라마를 만드는 제작사나 방송사의 용역을 받아 보조출연자 섭외를 맡는 회사인데, 노조가 단체교섭을 요구하자 이들은 “우리는 방송사의 하부 조직과 유사해 단체교섭의 주체가 될 수 없다”며 거부했다. 노조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에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냈으나 기각당했다. 하지만 보도가 나간 뒤 노조는 중노위에 재심을 신청했고, 중노위는 지노위의 결정을 뒤집어 “사용자들(기획사들)은 노동조합의 단체교섭 요구에 성실히 응하라”고 판정했다.
보조출연자들은 특정 기획사 한 곳에 소속된 게 아니라 여러 기획사에 등록한 뒤 그때그때 연락이 오는 곳에 가서 일을 하는데, 이때 기획사가 보조출연자들의 사용자라고 할 수 있는지가 최대 쟁점이었다. 사용자 지위가 인정돼야만 노조가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노위는 재심판정서에서 “보조출연자의 출연료 등 근로조건 결정권이 기획사들에게 있고, 임금 지급은 기획사들이 하며, 보조출연자가 지각·현장이탈·조퇴 등을 할 경우 출연료를 지급하지 않는 등 사실상 징계 내지 해고에 가늠할 조치가 가능한 점 등을 판단할 때 기획사들은 보조출연자들에 대한 사용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있다”며 기획사가 단체교섭 당사자임을 명확히 했다. 그러면서 “사용자들이 노조의 단체교섭 요청에 예비 회동 명목으로 몇 차례 응하다 돌연 (단체교섭) 당사자 적격을 문제 삼으며 불응한 것은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할 수 없으므로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 판정에 따라 노조와 기획사들은 2월5일 한국노총 서울지역본부에서 첫 단체교섭을 벌일 예정이다.
이와 함께 또 하나의 희소식도 들려왔다. 지난해 방영된 SBS 드라마 에 출연했던 보조출연자들이 기획사 월드캐스팅의 부도로 받지 못했던 임금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지난해 11월20일 서울행정법원이 ‘보조출연자는 촬영 현장에 일용직 형태로 고용된 근로자’라는 요지의 판결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보조출연자들은 기업 도산으로 임금 등을 못 받은 근로자에게 국가가 사업주를 대신해 지급하는 돈인 체당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임금을 받지 못한 보조출연자는 300여 명, 액수로는 1억원에 이른다. 노조는 1월 말까지 해당 보조출연자들한테 관련 서류를 받아 근로복지공단에 체당금 지급을 신청할 계획이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문계순 노조위원장은 “기획사들이 근로감독관을 통해 ‘성실하게 교섭에 응하겠다’고 알려왔지만, 실제 교섭에서 어떤 태도를 보일지는 알 수 없다”며 “유니언숍(일단 채용이 되면 반드시 노조에 가입해야 하는 형태) 단체협약부터 체결한 뒤 임금협약을 통해 (노동부 고시보다 높은 소개료 등으로 인한) 임금 착취 해결, 후생복지 시설 확보 등 보조출연자들의 권리 찾기와 복지 향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직 노조가 있는지도 모르는 보조출연자들이 훨씬 많으므로 노조 홍보와 조합원 확보에도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조혜정 기자 z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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