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임금 혜택 받는 ‘생존자’들과 육아·가사 때문에 저임금 직종으로 재진입하는 여성들
▣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여성 광고모델이 한 손에 서류가방을, 다른 한 손에는 아이의 손을 잡고 머리칼을 휘날리며 성큼성큼 걷고 있다. 직장일과 가정일을 병행하는 ‘슈퍼우먼 워킹맘’을 상징한다. 지친 기색도 없고, 자신감 넘치고 자유롭다. 늘 바쁘고 활동적인 모습은 매혹적이다. “나도 알고 보면 부드러운 여자예요.” 과연 일하는 엄마들은 행복할까?
“쳇, 이건 완전히 사기군요. 절 좀 보세요. 머리도 헝클어져 있고 손톱도 엉망이에요. 아침마다 아이들 옷 입히고, 개밥 주고, 도시락 싸고, 쇼핑 목록을 적어야 돼요. 새벽 2시에 일어나 애 젖 먹이고, 4시에 또 일어나 젖 먹이는 일이 인생을 어떻게 만드는지 아세요? 광고 속의 저 여자는 꼭 휘파람을 불고 있는 것 같군요. 그러니까 다른 여자들의 아우성이 안 들리는 거예요.”(혹실드, (The Second Shift))

요즘 젊은 여성들은 선배 여성 노동자들에 비해 임금 수준 등에서 더 나은 노동 생애를 보내고 있을지 모른다. 남성 전유물이던 전문직·경력직에도 여성들이 대거 진출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직이나 준전문직 같은 ‘저연령·고학력·고임금’의 소수 여성들만 승리의 혜택을 누릴 뿐이다. 여성노동 시장은 좋은 일자리에 취업을 지속하면서 상대적으로 고임금 혜택을 받는 ‘생존자’들과, 육아·출산·가사부담 때문에 경력 단절을 겪고 노동시장에서 ‘탈락한’ 여성들로 빠르게 양극화되고 있다. 가사 부담으로 노동시장에서 일단 떠났다가 나중에 시장에 재진입하는 여성은 대부분 ‘고연령·저학력·저숙련’의 저임금 직종으로 몰리게 된다. 생존자와 탈락자가 공존하는 이중구조 뒤편에서 맞벌이 여성들은 길어진 노동 시간(가사노동 포함)과 수면 부족으로 1년에 13개월을 일해야 한다.
점점 더 많은 여성들이 일터로 나가고 있지만, 직장 시스템은 남성에 맞춰져 있다. 직장일과 가사를 병행해야 하는 여성들은 집안일을 하지 않는 남성들과의 경쟁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물론 교육 수준과 자격을 갖춘 여성은 고임금과 고용안정, 높은 승진 가능성이 보장되는 직무에 접근할 확률이 높고, 공공부문·전문직에 종사하는 여성일수록 육아휴가나 유연한 노동시간을 놓고 사용자와 협상하기도 쉽다. 즉, 노동시장에서 지속적으로 활동하기 쉽다.
하지만 교육 수준이 높다고 해서 노동시장에서 여성차별이 해결되는 건 아니다. 남편들이 똑같이 육아에 참여해주는 ‘운 좋은 여자들’만 생존자가 될 수 있다. 사실 맞벌이 부부는 각자의 일만 해도 너무 바쁜 탓에 누가 가사를 책임져야 하는지를 놓고 다툴 시간도 없다. 혹실드는 여성들이 변화해 경제활동 속으로 이동했지만 직장과 남성은 전혀 변화하지 않아서 발생하는 긴장을 ‘지연된 혁명’이라고 불렀다. “일하는 아내들은 자신이 가정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이미 다 하고 있다. 이제는 한 세대 남성들 전체가 집안일 속으로 움직여 역사적 이동을 해야 한다.”
여성은 일반적으로 근속 기간이 짧고 이직률이 높다고 여겨진다. 이런 관념은 여성한테 좋지 않은 직무를 부여하는 합리적 근거로 이용된다. 이른바 통계적 차별이다. 그러나 여성의 근속 기간이 짧고 이직률이 높은 이유는 ‘근로조건이 불안정하고 나쁘기’ 때문이다. 통계적 차별은 가사부담 차별과 맞물리면서 여성들을 노동시장에서 쫓아내고, 여성노동의 양극화를 심화시킨다.
일자리가 ‘여성 친화적’으로 바뀌고 남성 지배 직종에 여성의 침투와 진출이 수십 년간 진행됐지만 또 다른 직종분리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예컨대 손해사정인의 경우, 여성 비율이 크게 증가하고 있지만 여성은 대부분 의사결정 권한이 적은 ‘내부근무 손해사정인’으로 일하는 반면, 더 높은 보수를 받는 ‘외부 손해사정인’은 여전히 남성이 맡는다. 똑같은 세일즈 직종이라도 여성은 소매 세일즈 점원으로, 남성은 주로 제조업상품 영업사원으로 근무한다. 여성은 남성 관리자를 보좌하거나 금전출납기를 다루거나 서류를 철하거나 값싼 물건을 팔고, 남성은 여성 노동자를 관리하거나 자동차·컴퓨터·음향기기 등 비싼 물건을 판다. 여성 버스운전 기사가 늘어나도 대중버스 풀타임 노동의 다수는 남성이 차지하고, 저임금의 파트타임 학교버스 운전기사는 여성들로 채워진다.
남성은 전체 남성 취업자의 45%가 비정규직인 반면, 여성은 전체 여성 노동자의 약 70%가 비정규직이다. 이처럼 여성노동 시장은 점점 더 ‘운 좋은 소수의 생존자들’과 ‘다수의 저임금 일자리’로 분절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남성은 ‘빵을 벌어들이는 사람’으로, 가사가 본업(?)인 여성노동은 생계보조 역할로만 간주된다. ‘여성 비정규직화’나 ‘여성노동 빈곤화’가 사회적 이슈로 제기되지 못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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