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노동력의 게토’ 감정노동… 매장 판매·콜센터 상담 등 탈진에 이르게 하는 서비스 경제
▣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경제 구조가 굴뚝 제조업에서 서비스 산업으로 이동함에 따라 노동력 구성에서도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여성 임금노동 급증이다. 날로 증가하는 여성 노동은 ‘저임금 비정규직’으로 집약되는데, 서비스 산업에 종사하는 상당수 여성들은 자신의 감정을 팔아 임금소득을 올린다. 이른바 ‘감정노동’(emotional labor) 또는 ‘정서적 노동’(affective labor)이다.

매장 판매노동자, 항공사 여승무원, 콜센터 상담원 등 새로 만들어지는 여성 일자리는 감정노동과 밀접히 관련돼 있다. 혹실드가 펴낸 를 보면, 감정노동을 하는 여성은 자신이 곧 ‘감정 관리자’가 된다. 감정 관리는 다른 사람(고객)에 대한 적절한 마음의 상태를 ‘생산·판매’하는 것으로, 감정 상태는 신체적·정신적 상태나 고객과의 대화 내용에 따라 기복을 겪을 수밖에 없음에도 항상 사적인 감정을 억누르고 통제해야 한다. 고객을 대할 때 항상 목소리와 표정을 가다듬어야 하고, 화냄·실망 등 부정적인 감정표출을 억제해야 하고, ‘사용자들이 적절하다고 판단하는’ 어떤 특정한 감정상태를 생산해야 한다.
항공기 여승무원들을 보자. 따뜻하고 부드러운 얼굴 표정을 서비스로 제공해야 할 뿐 아니라 때로는 ‘매력적인 성적 웃음’도 팔아야 한다. 옛 델타항공 광고카피는 ‘성애 판타지’를 판다. “우리는 당신(승객)이 원하는 모든 것이 현실이 되도록 최선을 다해 꼬리를 흔들겠습니다. 우리를 타고 날아보세요. 그러면 기분이 좋아질 겁니다.’ 승객은 대부분 남성들이다. 성적 자극에 빠져드는 동안 승객들은 비행기 공포를 잊는다. 여승무원은 성적 수치심과 모욕감을 느껴도 억눌러야 한다. “고용과 이윤은 당신의 얼굴에 달려 있다. 웃음이 당신의 가장 큰 자산이다. 델타항공을 파는 것이 아니라 당신 자신을 파는 것이다.” 감정 노동자들에게 부과되는 회사의 규칙은 간단하다. ‘고객이 항상 옳은 건 아니다. 하지만 고객은 항상 틀리지 않는다.’ 감정노동에 종사하는 여성 노동자들은 또 자기들끼리 집단적으로 감정을 관리해야 한다. 승객들로부터 쉽게 언어적 폭력과 성희롱에 노출되지만, 다른 승무원들을 향해 화풀이하면 안 된다. 감정적 상처는 서로 달래줘라, 이것이 회사가 가르치는 직무교본이다.
감정노동은 ‘본래 여성적인 것’으로 간주되는 보살핌 노동에서 비롯된다. 즉 공적인 작업장에서 일하지만, 여전히 그의 마음은 ‘한 사람의 여성’으로 작동한다. 그래서 감정 시스템이 상업적으로 이용될 때 ‘감정적 부조화’란 갈등에 자주 부닥치게 된다. 무엇이 나의 실제 마음이고, 무엇이 회사를 위해 ‘연출된 자아’인가? 자존감을 둘러싼 혼돈은 다시 성적 정체성 혼란으로 이어진다. ‘시장’에서 낯선 남성 승객들에게 친절함과 성적 매력 서비스를 팔고 있는 나는 ‘가정’에서 좋은 아내와 어머니가 될 수 있을까?
물론 웃음을 파는 것만이 감정노동은 아니다. 정반대로 콜센터에서 채권회수 업무를 담당하는 남성 노동자들은 때로 악의적이고 위협적인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극단적으로 다르지만, 일터에서 요구하는 적절한 감정을 생계를 위해 생산·판매해야 하는 건 똑같다.
정보통신 기술이 주도하는 경제에서 갈수록 여성 취업자의 저수지 역할을 하고 있는 콜센터 서비스 감정노동은 저임금 ‘전자착취공장’(sweatshop)으로 불린다. 모든 상담 내역이 관리자의 컴퓨터 스크린을 통해 실시간 드러나고, 콜센터 상담원 자신들도 이런 감시체제를 잘 알고 있다. 파놉티콘 같은 완벽한 통제 그물에 유리알처럼 일상이 드러나기 때문에 감독자가 따로 필요 없다. 콜센터 노동자 자신이 감독자다. 상담원이 “여보세요”라고 말하기 전에 화면에 고객 개인정보가 표시되고, 끊임없이 밀려드는 콜은 상담원들한테 자동 분배된다. 물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지만, 고객한테 친근감이란 환상을 느끼게 해줄 수 있다. 생글생글 웃으며 고객한테 응대하지만 거래는 소비자가 주도한다. 어떤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닥쳐도, 어떤 종류의 고객한테도 항상 좋은 목소리와 좋은 감정을 유지해야 한다. 사적 감정을 상품화한 서비스 노동은 금방 ‘완전 탈진’ 상태에 빠져들고 만다.
콜센터나 백화점의 여성 감정노동자들은 커리어 개발 기회가 제한되고 저임금이란 점에서 ‘여성 노동력의 게토’를 형성한다. 정보통신 기술과 서비스 경제는 여성 취업에 도움을 주면서 동시에 여성노동의 지위를 하락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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