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부장판사가 진술 바꾸자 살인미수 대신 상해 혐의 적용한 검찰…‘김명호교수대책위’ 등 불구속 수사 촉구하며 구명활동 벌여
▣ 김수병 기자 hellios@hani.co.kr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공익제보자 현준희(전 감사원 직원)씨는 주말마다 서울 인사동에서 거리서명을 받기로 했다. 감사원의 내부 비리 고발로 파면당한 자신의 사정을 호소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김명호 전 성균관대 수학과 교수에 대한 ‘선처’를 촉구하기 위해서다. 현씨는 삽살개를 데리고 행인들을 모아 서명을 받을 복안까지 세웠다. “탑골공원을 지나다가 김 전 교수 석방을 촉구하는 글로 도배된 1톤 트럭을 본 뒤 결심했다. 상해 혐의로 기소됐지만 박홍우 부장판사가 도움을 주면 김 전 교수를 두 번 죽이지 않을 수 있다. 법원의 판결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지를 숱하게 경험한 사람으로서 김 전 교수 사건은 남의 일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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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인 “무죄 주장 가능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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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8일 서울동부지검 형사4부는 석궁 사건의 피의자인 김 전 교수를 상해 혐의(폭력 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로 구속기소했다. 한마디로 박홍우 부장판사에 대한 살해 의도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는 검찰이 구속 기간을 연장할 때 예견됐던 일이다. 김 전 교수가 “석궁을 준비한 것은 위협할 의도였을 뿐”이라고 일관되게 진술한데다, 피해자인 박 부장판사도 “보자마자 석궁을 겨눠 쐈다”는 경찰 진술을 번복했다. 일부 참고인들도 살해 의도를 뒷받침하는 진술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살인미수 혐의를 적용할 수는 없던 이유다.
이런 검찰의 판단에 대해 김 전 교수의 변호인으로 나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 변호사들은 사건의 처리 방향이 제대로 나아가는 것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하지만 상해 혐의에 대해서도 치열한 법정 다툼이 벌어질 것으로 예견된다. 그동안 김 전 교수를 접견하며 변론을 준비하고 있는 이기욱 변호사는 “법률적으로 무죄 주장이 가능한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전히 김 전 교수는 ‘박 판사를 다치게 할 생각도 없었다’고 말한다. 상해 의도도 없는 상태에서 빚어진 우발적인 ‘사고’라는 것이다. 게다가 김씨가 겪은 고통을 생각하면 재판부가 정상을 참작할 여지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에 따라 석궁 사건에 대한 재판은 상해의 배경에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도 있다. 석궁 사건이 발생한 상황에 대한 법률적 판단과 함께 사건의 동기로 작용한 교수 재임용과 사법제도의 문제 등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김 전 교수의 변호인들은 ‘교수지위 확인소송’ 항소심 재판부가 교육자적 자질 문제에 무리하게 법의 잣대를 적용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만일 김씨의 한 맺힌 사정을 제대로 이해했다면 ‘다른’ 판결을 내렸을 것이라는 말이다. 이는 석궁 사건과 별개로 진행될 교수지위 확인소송 항소기각에 대한 대법원 상고에서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수학회도 입시 문항의 잘못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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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맞춰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문화연대·인터넷 구명운동 카페 등 11개 교육·인권 관련 단체와 임종인 의원(무소속), 김민수 서울대 교수 등이 참여한 ‘김명호 교수 구명과 부당해직 교수 복직 및 법원과 대학 개혁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지난 2월7일 문화연대 사무실에서 결성식을 갖고, 9일 성동구치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대책위는 “김 교수가 구속된 것은 한국의 대학과 법원 등이 가지고 있는 구조적 부조리가 만들어낸 결과”라며 “상해 혐의로 기소한 만큼 불구속 수사를 하고, 사법부가 형사 책임을 최소화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1996년 김 전 교수의 ‘부교수 지위 확인소송’ 재판부가 입시 문제에 대한 의견을 요청했을 때 “입시나 인사 문제에 지나치게 관여하는 민감한 사안”이라며 답변을 회피한 대한수학회(회장 김도한)가 9일 이사회를 통해 현재의 의견을 검토했다. 이사회 준비자료로 작성된 문안은 “학회의 입장 표명에 대한 학회 구성원들의 의견이 하나로 모아지지 않았다”고 전제한 뒤 “이미 재판 과정과 언론을 통해 세인이 다 아는 것처럼, 출제 의도와 달리 가정을 만족하는 ‘0이 아닌’ 벡터가 존재하지 않기에 입시 문항으로는 부적절한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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