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어영 기자 한겨레 산업팀 haha@hani.co.kr
‘울면 안 돼’를 열심히 부르던 한 아이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헬로키티’ 인형·학용품 세트를 받았다. 그리고 18년 뒤 아이는 헬로키티를 만드는 일본 산리오 본사의 유일한 한국인 신입사원이 되었다. 산리오 역사상 첫 외국인 출신 신입사원이기도 했다.

일본 도쿄의 산리오 퓨로랜드 엔터테인먼트 기획개발부 이혜진(25)씨. 그의 일본진출기는 초등학교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씨는 “초등학교 1학년 때 선물받은 인형의 고향이 일본이라는 것을 4학년이 되고 나서야 알았다”며 “일본에 가서 직접 캐릭터들을 만나보고 싶은 마음이 앞서서 일본 제품이라는 거부감은 느낄 겨를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 간절함은 10년이 지나 대학 4학년 취업준비생이 되어서도 여전했다.
한국기업의 채용게시판보다 산리오 본사 사이트에 더 많이 들락거리던 그는 채용 공고를 본 날, 외국인을 뽑을 뜻이 있는지를 이메일로 물었다. 며칠 뒤 답변이 날아들었다. 이씨는 “너무 기뻐 ‘외국인 전형이 없다’는 구절은 ‘그럼 나만 외국인일 테니 다른 사람보다 경쟁력이 있을 것이다’로, ‘국적에 관계없이 판단한다’는 말은 ‘공채에서 최소한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것이다’로 내 맘대로 해석하며 행복해했다”며 웃었다. 산리오 쪽은 ‘마구 들이대는’ 이 한국인을 1번의 필기시험과 4번의 면접시험을 거쳐 산리오의 퓨로랜드라는 테마공원에 배치했다.
입사한 지 1년이 지난 지금, 한국말에 어눌한 박찬호처럼 그의 한국말에도 일본 억양이 배어났다. 이젠 시나몬 같은 인기 캐릭터의 의상을 직접 결정하거나, 한국과 비교해 극적인 요소가 훨씬 많은 공연물을 연출할 정도로 업무에 익숙해졌다. 한국이 생각날 때면 서랍 속 헬로키티를 꺼내 본다는 이씨는 “처음 선물받을 때 진열장에 진열돼 있던 모습, 어디서 샀는지, 얼마였는지까지 기억하고 있다”며 “이 두근거리는 마음만 있으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고 말했다. 이씨는 또 “일본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이국 땅에서라도 한 번 도전해볼 만한 분야”라며 “간절히 입사하고픈 기업이 있다면 약해지지 말고 여러 번 강하게 두드릴 줄 아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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