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엔개발계획(UNDP) ‘기후 약속’ 누리집 갈무리
2025년 전세계 이산화탄소 농도 역대 최고치(426.8ppm) 기록, 파리협정의 ‘1.5도 목표’ 초과 공식화, 기후위기로 인한 2026년 8월 네팔 빙하·암석 붕괴 대홍수 발생으로 1400여 명 사망…. 최근 나온 기후위기 관련 무거운 소식들이다. 기후위기로 지구의 상황이 이처럼 악화하는 가운데 2026년에도 전세계적 기후위기 대응을 논의하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총회(이하 유엔기후총회)가 열린다.
이번 제31차 유엔기후총회(COP31)는 튀르키예 남부 지중해 연안의 휴양도시 안탈리아에서 11월9일부터 20일까지 개최된다. 유엔기후총회는 1995년부터 2026년까지 코로나19로 인해 연기된 2020년을 빼면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열리는 기후위기 대응 관련 가장 중요한 글로벌 회의다. 이번 총회는 튀르키예와 오스트레일리아가 함께 진행한다. 튀르키예가 총회를 주최하고 ‘의장국’(의장 무라트 쿠룸 환경·도시화·기후변화부 장관)을 맡아, 국가·기업·도시·시민사회의 자발적 약속을 모으는 ‘행동의제’를 주도한다. 오스트레일리아는 협상을 이끄는 ‘협상의장’(크리스 보엔 기후변화에너지부 장관)을 맡아 당사국 간 공식 협상 운영과 결정문 초안 작성을 책임진다. 애초 COP31 개최권을 놓고 경쟁했던 두 나라가 타협한 결과다. 다만 오스트레일리아는 러시아·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세계 3위 화석연료(석탄·가스) 수출국이고, 튀르키예는 유럽 최대 석탄 발전국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COP31에 대해 사이먼 스틸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총장은 “(당사국들이 그동안 맺은) 약속을 더 실질적인 결과로 전환하려는 의지”를 시험하는 장이 될 것이라며 “이행”을 강조했다. 기후위기가 심화하는 엄중한 상황 속에서 열리는 유엔기후총회이지만, 글로벌 기후위기 대응에서 책임과 권한이 큰 미국의 이탈, 전쟁으로 인한 갈등, 개최국들의 높은 화석연료 비중 등이 겹치며 총회에 대한 기대치는 높지 않은 분위기다. 김병권 녹색전환연구소 소장은 한겨레21에 “해결해야 할 문제들은 그 어느 때보다 무거운데, 이 문제들을 해소할 글로벌 거버넌스와 리더십, 국제적 협력은 역사상 가장 약해져 있다는 점이 이번 COP31의 딜레마”라고 짚었다.
그러나 200개 가까운 당사국들에서 정부, 기업, 시민사회 관계자 등 수만 명이 모여 2주 동안 전 지구적 기후대응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합의문을 도출하는 유일한 글로벌 기후 회의체라는 의미는 여전하다. 이번 COP31에서 주요 쟁점은 무엇일까.
우선, 2026년 8월 네팔에서 기후위기로 발생한 빙하 대홍수 피해와 관련해 ‘손실과 피해 대응 기금’(FRLD)이 확대될지, 네팔과 개발도상국들의 목소리에 힘이 실릴지가 관심사다. 빙하 대홍수로 네팔에서는 사망자 1400여 명, 실종자 5천여 명이 발생했다. 앞서 2022년 여름 파키스탄에서도 기록적인 대홍수로 국토의 3분의 1이 물에 잠기고, 사망자 1700여 명이 발생하는 큰 기후재난이 있었다. 같은 해 11월 이집트에서 열린 COP27에서 파키스탄과 개도국들의 목소리에 힘이 실려 그동안 선진국들이 거부해오던 손실과 피해 대응 기금 조성이 합의된 바 있다.
2026년 10월22일(현지시각) 손실과 피해 대응 기금 이사회는 네팔에 2천만달러(약 270억원)를 지원하기로 의결했다. 2천만달러는 기후재난 피해국이 한 번 신청할 때 요청할 수 있는 최대 금액이다. 그러나 이 액수는 네팔 정부가 대홍수 이후 재건을 위해 추산한 비용 48억달러의 0.4%에 불과하다. 2023년 기금 출범 이후 각국이 지금까지 제공을 약속한 금액은 8억2200만달러(약 1조1천억원)이고, 실제 공여된 액수는 4억4861만달러로 절반 정도(54.6%)에 그친다.
손실과 피해 의제를 다루는 국제 전문가·활동가 연대체 ‘손실과 피해 협력단’(L&DC)의 브렌다 음왈레 대외협력 책임자는 2026년 10월22일 국제 시민사회 캠페인 ‘필더펀드’(Fill the Fund) 보도자료에서 “개도국의 연간 손실과 피해 필요액은 7244억3천만달러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어 “기후위기에 가장 책임이 적으면서도 그 부담을 가장 크게 지고 있는 나라들을 위해, 부유한 국가들이 재원을 제공하겠다는 정치적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제3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1)가 열리기 전 사전 회의인 ‘Pre-COP31’이 2026년 10월5~8일 당사국 장관과 고위관리 등 100여 개국 4천여 명이 모인 가운데 피지에서 열렸다. COP31 누리집 갈무리
그러나 선진국들은 이번에도 미온적이다. 손실과 피해 지원이 법적 책임이나 배상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경계하기 때문이다. 윤세종 플랜1.5 정책활동가(변호사)는 “개도국들의 목소리와 정당성에 힘이 실리면 선진국들도 마냥 침묵하거나 거부할 수 없을 것”이라며 “COP31에서 협상이 어떻게 진행될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2025년 브라질 기후총회(COP30)에서 협상 막판까지 최대 쟁점이었던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 로드맵(이행안) 구축 논의도 주목된다. 2023년 아랍에미리트 기후총회(COP28)에서는 당사국들이 처음으로 석탄·가스·석유 등 화석연료 전체를 대상으로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에 합의했다. 이는 화석연료를 더는 생산·소비하지 않는 시점을 정하고 단계적으로 줄여나가는 ‘단계적 폐지’보다 완화한 표현으로, 구체적 조건이 없는 선언적 표현에 가깝다. 산유국들의 강력한 반대로 이 정도 수위에서 절충됐다. 이후 2024년 아제르바이잔 기후총회(COP29)에서는 COP28 합의를 재확인하는 것도 실패했고, COP30에서는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 시간표, 이행법 등 구체적인 이행안을 세우려 했지만, 역시 산유국의 반대로 무산됐다.
2026년 4월 콜롬비아 산타마르타에서 57개국이 참여해 관련 논의를 이어왔고, COP30에서와 마찬가지로 COP31에서도 공식 의제는 아니지만 이 나라들을 중심으로 주요하게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나라들의 이행안 구축 요구가 수용될지는 불투명하다. 유로뉴스는 “튀르키예와 오스트레일리아는 COP31을 예측 가능하게 운영하고 막판 기습은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고 보도했다. 화석연료 의제를 결정문에 갑자기 포함하는 일은 없을 거라는 신호로 읽힌다.
지구 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에 견줘 1.5도로 제한하자는 파리협정의 목표가 어떻게 논의될지도 주목된다. COP31을 앞두고 유엔환경계획(UNEP)이 최근 1.5도 목표 초과를 공식 인정했기 때문이다. 유엔환경계획은 ‘배출량 격차 보고서 2026’을 통해 파리협정의 ‘1.5도 목표’를 초과하는 것은 불가피하고, 지금의 과제는 초과 규모를 최소화하면서 이번 세기말까지 1.5도로 돌아갈 수 있는 신뢰할 만한 경로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번 세기 중반까지 기온 상승의 정점을 1.7~1.8도로 제한하고, 2100년까지 1.5도(50% 확률)로 되돌리는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또 이번 회의는 인공지능(AI)의 기후·에너지에 대한 영향을 본격적으로 다루는 첫 유엔기후총회가 될 전망이다. 당사국들이 AI 인프라 구축을 세계 기후 목표에 맞추도록 하는 자발적 정치적 약속인 ‘안탈리아 AI 서약’ 초안이 COP31 전에 공유될 예정이다. 기업의 에너지 사용 내용 공개와 청정에너지 조달, 전력망 부담 경감 등과 관련한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한겨레21 인기기사
한겨레 인기기사

상·하원 다 잃은 트럼프, 임기 절반도 안 돼 ‘초레임덕’ 위기

주진우 ‘내란 징역 12년’ 김현태에 “너무 응원드려요”

미 민주당 상·하원 동시 탈환…역사적 ‘블루 웨이브’, 트럼프 심판했다

분당호 물 빼자 드러난 외래어종…배스·블루길 1만250마리 포획

붉은 텃밭 뒤흔든 ‘앵그리 트럼프’…텍사스·캔자스 뚫고 민주당 환호

장례식서 함께 박수를…영정사진 대신 96살 어르신의 환한 미소

민주당 주도 ‘조작기소 특검법’ 법사위 통과…‘공소취소’ 빼고 문 정부 사건 추가

이 대통령, ‘전광훈 교회’ 강제집행 불발에 “법 어겨도 버티면 되는 세상 없다”

이 대통령 사건 대법 판례가 ‘윤석열 유죄’ 근거됐다

‘제주 고씨’ 댄 고, 미 하원의원 당선…애월읍 종친 “현수막 걸어야지!”


![[단독] 연산군이 방탕하게 놀던 겸재 그림 ‘탕춘대’ 최초 발견 [단독] 연산군이 방탕하게 놀던 겸재 그림 ‘탕춘대’ 최초 발견](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6/1030/53_17933422654574_20261029504059.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