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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환경부, 윤석열 환경부와 다른 것 맞아?

김성환 환경부 장관, ‘4대강 재자연화 공론화 필요’라며 후퇴 시사… 환경부 본분 생태계 보전은 뒷전
등록 2025-08-14 17:56 수정 2025-08-20 17:07
2025년 8월12일 오전 전북 전주시 전북지방환경청 앞에서 ‘새만금 신공항 취소 판결을 바라는 새, 사람 행진’ 출발을 알리는 기자회견이 열린 가운데 문정현(가운데) 신부가 발언하고 있다. 김양진 기자

2025년 8월12일 오전 전북 전주시 전북지방환경청 앞에서 ‘새만금 신공항 취소 판결을 바라는 새, 사람 행진’ 출발을 알리는 기자회견이 열린 가운데 문정현(가운데) 신부가 발언하고 있다. 김양진 기자


생태·환경 분야는 윤석열 정부와 비슷한 행보를 걷기로 한 걸까. 이재명 정부에서 첫 환경부 장관으로 임명된 김성환 장관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윤석열 대선 공약’이라며 “무조건 추진”됐던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개발 공사에 대해 “재검토는 어렵다고 판단한다”(2025년 8월4일 취임 2주 기자간담회)고 말했다. “국민들과의 약속”이라고 했던 4대강 재자연화에 대해서도 후퇴할 가능성을 내비쳤고, 국무회의에서 산림 개발 지상주의자들의 주장을 그대로 답습하기도 했다. “환경부의 역할과 권한을 부정한다면 환경부 장관을 그만두는 것이 낫다”(8월5일 녹색연합)는 성명까지 나오게 된 까닭이다.

새만금 신공항 추진 반대 외치는 시민들

시민들은 거리로 나섰다. 2025년 8월12일 오전 9시30분, 전북 전주시 전북지방환경청 앞에서 ‘새만금 신공항 취소 판결을 바라는 새, 사람 행진’이 시작됐다. 31일 동안 260㎞ 여정으로, 9월11일 ‘새만금 신공항 취소 소송’(1303명 국민소송단 참여) 1심 선고가 있는 서울 양재동 서울행정법원으로 향한다.

“3월31일부터 넉 달 넘게 여기 전북지방환경청에서 농성하고 있습니다. 환경청 쪽에서 찾아와 (현재 진행 중인 새만금 신공항 환경영향평가에 대해) 말 한마디 걸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알았습니다. 아, 이 사람들이 ‘동의’ 아니면 ‘조건부 동의’를 하겠구나. 참 답답합니다. 정부는 수라갯벌(새만금 신공항 예정 부지)에 이 많은 생명이 살고 있다는 것을 언급하지 않고 있습니다.” 수라 갯벌을 찾는 새들 모양의 모자를 쓴 100여 명의 행진단 속에서 까맣게 탄 문정현(86) 신부가 말했다.

문 신부는 팔을 휘저으며 “부동의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북지방환경청이 새만금 신공항 건설 전 단계인 환경영향평가에 대해 동의하지 말라는 요구다. 문 신부 주변에서 시민들은 ‘새만금 신공항은 전북의 희망이 아니라 절망’ ‘조류 서식지에 공항 건설은 범죄’와 같은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었다.

행진에는 세발자전거 위에 탄 ‘커다란 큰뒷부리도요 모형’이 앞장섰다. 이번 행진은 황새·큰뒷부리도요·알락꼬리마도요·저어새·검은머리갈매기·쇠제비갈매기 등 53종 멸종위기종·법정보호종을 비롯한 수라갯벌의 생명을 지키자는 목소리다. 수라갯벌은 세계자연유산인 서천갯벌과 맞닿은 곳이기도 하다.

앞서 7월30일 같은 장소에서는 ‘새만금 신공항 백지화 촉구 집회’와 함께 10여 명이 참여한 삭발식도 열렸다. 머리를 바투 깎은 김지은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 집행위원장이 말했다. “새 정부가 들어섰지만 상황이 좋아진 건 없어요. (서울지방항공청이 제출한) 환경영향평가 1차 보완서가 7월7일 전북지방환경청에 제출된 상태여서 전북지방환경청이 동의나 조건부 동의를 하면 바로 수라 갯벌에 공사가 시작되는 긴박한 상황입니다.”

2025년 8월12일 오전 전북 전주시 전북지방환경청 앞에서 열린 ‘새만금 신공항 취소 판결을 바라는 새, 사람 행진’ 출발을 알리는 기자회견에서 경남 하동에서 온 조성원씨가 ‘새만금 신공항은 전북의 희망이 아니라 절망’이라고 쓰인 손팻말을 들고 있다. 김양진 기자

2025년 8월12일 오전 전북 전주시 전북지방환경청 앞에서 열린 ‘새만금 신공항 취소 판결을 바라는 새, 사람 행진’ 출발을 알리는 기자회견에서 경남 하동에서 온 조성원씨가 ‘새만금 신공항은 전북의 희망이 아니라 절망’이라고 쓰인 손팻말을 들고 있다. 김양진 기자


“4대강 재자연화, 국민과 한 약속”이라더니

이날 행진에서 다른 생태·환경 문제도 하나둘 제기됐다. 송순옥 대전충남녹색연합 공동대표는 “공약에 넣었던 ‘4대강 재자연화’를 슬그머니 뒤로 빼서 다시 ‘공론화해봐야 한다’는 말을 한 건 사기에 가깝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성환 장관은 앞서 7월24일 농성 451일차를 맞은 세종보 농성장을 찾아 “4대강 재자연화는 (이재명 정부가) 국민들과 한 약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11일 뒤인 8월4일 기자들을 만나서는 “4대강 보를 개방할지는 차차 공론화해가야 할 문제”라며 ‘즉각 추진’ 대신 “공론화부터 하자”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국가물관리위원회가 3년7개월 동안 경제성·환경성 평가, 주민토론회, 현장 모니터링 등 과학적·민주적 절차를 통해 2021년 1월 금강·영산강 5개 보 처리 방안(철거 및 상시개방)을 확정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취임 석 달 만에 ‘감사원 감사에서 불합리한 사항이 지적됐다’는 석연치 않은 이유로 이를 뒤집었다.

김 장관의 ‘공론화 언급’에 환경단체들이 “8년 전 문재인 정부 1년차로 되돌아가자는 것”이라고 반발하는 까닭이다. 8월6일 ‘보철거를 위한 금강·낙동강·영산강 시민행동’은 성명서를 내어 “(김성환 장관은) 이 정부가 공약으로 내건 4대강 재자연화의 최대 걸림돌이다. 우리는 다시 거리로 나갈 것”이라며 김 장관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가 8월13일 대국민 보고대회를 열고 ‘4대강 자연성 및 한반도 생물다양성 회복’을 123개 국정과제 중 유일한 생태 과제로 포함했지만, 장관의 발언을 봐선 ‘말치레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여전하다.

송순옥 공동대표가 말했다. “정말 공론화가 필요한 건 공론화 없이 ‘무조건 추진’된 설악산 오색케이블카잖아요. 취소할 명분이 차고 넘치는 설악산 케이블카는 ‘재검토 여지가 없다’고 해놓고 수년간 공론화로 결정됐고, 녹조 등으로 생명을 위협하는 4대강 16개 보를 열어 재자연화하는 문제는 다시 공론화하겠다는 건, 이 정부가 결국 친기업·성장 중심적인 기조를 내려놓지 않겠다는 것으로 보여요.”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한겨레21과 한 통화에서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가 커서 일부 오해가 있을 수 있지만 김 장관의 생태·환경에 대한 진정성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25년 8월12일 오전 전북 전주시 전북지방환경청 앞에서 ‘새만금 신공항 취소 판결을 바라는 새, 사람 행진’ 출발을 알리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김양진 기자

2025년 8월12일 오전 전북 전주시 전북지방환경청 앞에서 ‘새만금 신공항 취소 판결을 바라는 새, 사람 행진’ 출발을 알리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김양진 기자


환경부가 규제 부서란 이미지에서 벗어나야 한다?

김 장관에 대한 우려는 취임 전부터 제기됐다. 2025년 7월15일 환경부 장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신규 원전 건설은 불가피하다”고 발언한 게 시작이었다. 김 장관은 7월22일 취임사에선 “환경부가 규제 부서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취임 뒤 환경부 간부들을 만나 “환경영향평가를 완화해 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주문했다고 한다.

이영경 에너지정의행동 사무국장은 “환경부 장관이 아니라 산업에너지부 장관인 것처럼 한 발언”이라며 “환경부는 규제가 핵심이고 핵발전 관련해서도 환경·생태적인 영향을 크게 봐야 할 부처임에도 그런 고민은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사무국장은 이어 “특히 신규 핵발전소 건설은 이명박 정부 이후 처음 이뤄지는 건데, 이 경우 2038년까지 신규 핵발전소 건설에 한정된 에너지 관련 예산이 투입돼야 하는데다 핵발전의 경직성(전력 수요가 줄어도 가동률을 높게 유지할 수밖에 없는 특성)까지 고려하면 ‘재생에너지 중심’이라는 기조도 당연히 주춤하거나 방해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녹색연합도 8월5일 성명을 내어 “규제 부처가 마치 부정적인 꼬리표임을 거듭 밝히며 환경부의 역할과 권한을 부정한다면 환경부 장관을 그만두는 것이 낫다”고 밝혔다. 박항주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7월 초에 후보자 시절 한국환경회의 환경운동가들과 한 자리에서 ‘스위스 케이블카를 보니 환경파괴가 심한 것 같지 않다’고 한 발언을 듣고 참 놀랐다. 스위스는 설악산·지리산 같은 국립공원엔 케이블카가 한 곳도 설치되지 않아, 국립공원에 케이블카를 놓으려는 우리나라 상황에 맞지도 않는 사례”라고 말했다.

지리산국립공원 주변에 동시다발로 케이블카 설치를 추진하고 있는 사안 역시 2012년 환경부와 국립공원위원회가 발표한 ‘지방자치단체들의 합의를 통한 단일 노선 원칙’에 반하는 일이지만, 환경부는 전남 구례군과 경남 산청군 등 각 지자체가 제출한 ‘국립공원 공원계획변경 신청’을 반려하지 않고 있다. 정정환 지리산사람들 운영위원은 “윤석열 정부에서 ‘국립공원에도 케이블카를 신청하면 다 설치해’라는 기조로 ‘지자체 간 합의 원칙’을 폐기하려고 용역까지 실시했지만 윤석열 탄핵으로 무산됐다”며 “이재명 정부에서는 원칙을 바로 세울 것이라 기대했는데, 김성환 장관의 발언을 들어보면 ‘(지리산국립공원 케이블 허용 여부에 대해) 추이를 보겠다’(8월4일 발언)는 애매한 입장이다. 정부가 바뀌었지만 여전히 윤석열 정부의 환경부 장관이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김 장관이) 국립공원 등의 동식물 생존권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다”라며 “다만 서식지 보호를 열심히 한들 기후변화로 인해 서식과 생존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 재생에너지를 통한 기후위기 대응이 먼저라는 것이어서 해법상 우선순위가 다른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2025년 8월4일 정부세종청사 환경부 기자실에서 출입기자단 간담회를 열고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성환 환경부 장관이 2025년 8월4일 정부세종청사 환경부 기자실에서 출입기자단 간담회를 열고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산림 개발 지상주의자들 주장 인용하는 장관

7월29일 국무회의에서 3명의 생명을 앗아간 경남 산청군 산사태 문제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과 관련 부처 장관들이 토론할 때 김성환 장관이 한 발언도 회자한다. 이 대통령이 “30년 된 나무를 베고 새로운 묘목을 심는 것이 어떻게 탄소 발생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는 것인지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된다. 또 나무를 베는 것이 산사태의 원인이 된다는 얘기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자 김 장관은 “독일과 오스트리아, 일본이 체계적인 간벌과 산림 관리로 바이오매스(땔감)와 같은 재생에너지로 쓰고 있다. 그러려면 임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장관의 주장은 산림 개발 지상주의자들의 주장을 그대로 인용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국민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은 논평을 내어 “환경적 가치와 생태계 보전이라는 환경부의 본분에서 벗어나, 마치 산림의 경제적 활용을 우선시하는 산림청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고 비판했다. 홍석환 부산대 교수(조경학)는 “오스트리아를 예로 들면 산에 난 폭 2m 이상 모든 길을 기준으로 한 임도 면적은 49m/㏊(2023년)로, 같은 기준으로 우리나라(50.5m/㏊)보다 작다. 산림 형태도 우리나라처럼 가파르지 않고 완만해 임도를 내도 산사태 등의 우려가 적다”며 “특히 100% 국비로 조성되는 우리나라 임도와 달리 오스트리아는 임도 조성에 국비가 60%만 지원된다. 두 나라의 여건이 너무도 다른데 단순 비교한 건 장관으로서 신중하지 못한 태도”라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이어 “우리 산이 더 개발돼야 한다는 개발 지상주의자들의 말을 환경부 장관이 옮겼다는 점에서 충격적이었다. 윤석열 정부라는 난관을 딛고 희망을 가지고 새 정부를 맞았는데, 자괴감까지 느껴진다”고 말했다.

“사실 생태·환경적으로는 윤석열 정부 4년차라는 말이 딱 맞아요. 정치 지도를 바꾼다고 세상이 바뀌진 않는 거죠. 우리가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체제를 바꿔내고 사람들의 생각을 바꿔내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요. 불평등이 고착화되고, 노동자도 생태계도 수탈당하고 있잖아요. 열악한 상황 속에서도 다른 사람들을 물들이고 설득하는 활동이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어요. 저는 그게 희망이 아닐까 생각해요. 낭만적으로 들릴지 몰라도, 사람이 사람을 연결하는 방식밖에는 방법이 없는 것 아닐까요?” 송순옥 공동대표가 함께 걸으며 말했다.

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2025년 8월12일 오전 전북 전주시 전북지방환경청 앞에서 ‘새만금 신공항 취소 판결을 바라는 새, 사람 행진’ 출발을 알리는 기자회견이 열린 가운데 문정현(가운데) 신부가 발언하고 있다. 김양진 기자

2025년 8월12일 오전 전북 전주시 전북지방환경청 앞에서 ‘새만금 신공항 취소 판결을 바라는 새, 사람 행진’ 출발을 알리는 기자회견이 열린 가운데 문정현(가운데) 신부가 발언하고 있다. 김양진 기자


2025년 8월12일 오전 전북 전주시 전북지방환경청 앞에서 ‘새만금 신공항 취소 판결을 바라는 새, 사람 행진’ 출발을 알리는 기자회견이 열린 가운데 문정현(가운데) 신부가 발언하고 있다. 김양진 기자

2025년 8월12일 오전 전북 전주시 전북지방환경청 앞에서 ‘새만금 신공항 취소 판결을 바라는 새, 사람 행진’ 출발을 알리는 기자회견이 열린 가운데 문정현(가운데) 신부가 발언하고 있다. 김양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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