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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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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코앞…정부 “안전하다” 되풀이

6월12일 시운전 시작하니 소금·건어물 사재기에 산지 가격 급등
안전 여부 무관하게 타격 입을 수산업 피해 대책 마련 시급해
등록 2023-06-16 19:17 수정 2023-06-19 14:50
일본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제1원전에 보관 중인 오염수의 바다 방류를 위한 설비 시운전을 시작한 2023년 6월12일 오후 국회 앞에서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2차 행동의날 전국어민대회’가 열리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일본 도쿄전력이 후쿠시마 제1원전에 보관 중인 오염수의 바다 방류를 위한 설비 시운전을 시작한 2023년 6월12일 오후 국회 앞에서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2차 행동의날 전국어민대회’가 열리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비브리오균 같은 문제가 터지면 장사가 아예 안되곤 하는데, 그건 이거(일본 후쿠시마 핵오염수 방류)에 비하면 새 발의 피예요.”

2023년 6월12일 오후 국회 앞. 이날 전국의 어민 3천여 명이 모인 전국어민대회에서 <한겨레21>과 만난 김영호 한국수산업경영인 여수시연합회 사무국장이 말했다. 그는 “고흥을 중심으로 120~130명이 여수에서 함께 올라왔다. 어민들은 물때마다 바쁜 업종이 다 다르고 근해업은 보름에 한 번씩 (뭍에) 들어오는 터라 이렇게 모이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고 했다.

전남 완도에서 문어잡이를 한다는 박희수(63)씨도 “도서 지방에선 바다로 먹고사는 게 아니면 할 수 있는 게 없다. 생존에 직접적 피해가 오는데 (시위에) 안 올 수 없다. 30년 어업을 했는데 이렇게 어부들이 한목소리 낸 적이 없다. 안 그래도 바다 오염 때문인지 3~4년 전부터 수확도 3분의 1 정도로 줄고 어려움을 겪는데 이러면(오염수 방류로 수산물 소비가 줄면) 빚 갚기도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이들은 2011년 후쿠시마 핵발전 사고 이후 관련 영향을 몸으로 겪어왔다. 핵오염수 방류가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어민들 우려가 한층 커진다.

“30년 어업 생활에 어부들 한목소리 낸 건 처음”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발생한 방사성 오염수 133만t의 해양투기를 위한 해저터널은 6월5일 완공됐다. 12일부터 2주간 시운전에 들어갔다. 터널의 방출구는 해안에서 1㎞ 떨어진 수심 12m에 있다. 이곳을 통해 핵오염수가 태평양으로 방류된다. 향후 30~40년 동안.

국내에선 벌써 소금 가격이 뛰고 있다. 2023년 6월 첫째 주(1~4일) 20㎏ 기준 천일염 산지 가격은 1만7807원으로 크게 올랐다. 5월엔 평균 1만4127원이었고, 4월엔 1만3740원이었다. 국내 최대 천일염 생산지 전남 신안군 수협은 2022년 6월 20㎏ 포대를 81개 팔았는데, 2023년 6월엔 1~9일에만 2천 개가 나갔다. 밀려드는 주문을 감당하지 못해 급기야 6월12일 주문 접수를 중단했다. 소금을 찾는 이가 급증한 것이다. 해양수산부는 6월6일 보도자료를 내고 최근 전남 지역에 비가 온 날이 많아 천일염 생산량이 줄어든 게 가격 상승의 이유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외려 죽염 제조 업체 등 소금 관련 주식 가격이 일제히 급등했다.

후쿠시마 제1원전 1·3·4호기 원자로에는 2011년 핵발전소 폭발로 녹아내린 노심과 주변 발전소 구조물이 엉긴 880t 규모의 덩어리(데브리·잔해)가 있다. 이곳에서 고선량의 방사선과 함께 엄청난 열이 뿜어져 나온다. 이를 식히려 주입하는 냉각수가 오염수가 되어 나오는데, 세슘·스트론튬·코발트·트리튬 등 주요 핵종이 포함됐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를 알프스(ALPS·다핵종제거설비)라는, 방사성물질을 걸러내는 장치를 이용해 두 번 정화하고 다시 바닷물에 희석해 방류한다는 계획이다. 2019년 12월 일본 경제산업성 오염수처리대책위원회가 처음 제시한 ‘바다 방류’ 계획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려는 것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합의한 방안이지만, 일본 정부나 국제원자력기구에 대한 불신 탓에 반발이 만만치 않다.

신안군 수협, 소금 주문 접수 중단

주변국 가운데 홍콩이 특히 적극적으로 반발했다. 체친완 홍콩 환경부 장관은 최근 일본 정부가 핵오염수를 방류하는 경우 후쿠시마 인근의 고위험군 수산물 수입을 추가 금지하고 일본산 수산물 검역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콩은 두 번째로 큰 일본의 농수산물 수출 시장이다. 2022년 홍콩에만 2조265억원(123억홍콩달러)어치를 수출했다.

19개 태평양 도서국도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 나라는 일본을 국제해양법재판소(ITLOS)에 제소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주요 산업이 어업과 관광업이라 원전 오염수 문제에 강경하다. 중국, 러시아, 독일 등도 방류를 반대한다. 주변국 가운데 미국만이 호의적이다. 미국 식품의약국은 “오염수로 인한 방사능 유출 및 인체·해양생태계 피해는 없을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여러 차례 낸 바 있다. 한국의 윤석열 정부도 미국과 비슷한 태도다.

국내 시민사회와 어민들은 본격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5월26일 양대 노총과 환경운동연합, 전국연안어업인연합회 등 60여 개 시민사회·환경·종교단체가 ‘일본 방사성 오염수 해양투기저지 공동행동’을 꾸렸다. 이들은 ‘세계 해양의 날’이던 6월8일 기자회견을 열고, 6월12일엔 국회 앞에서 전국어민대회를 열었다. 6월24일 3차 집회를 계획 중이다.

집회에 모여든 어민들의 우려와 반발은 경험에서 나온다. 오염수가 과학적으로 안전한지 여부와 관계없이 국내 수산업이 영향받을 것은 명확하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수산연구본부가 2015년 낸 ‘방사능 관련 안전정보의 수산물 소비 영향에 관한 연구’를 보면,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 사고가 있었던 2011년 방사성물질 오염 우려는 국내 수산물 소비에 큰 영향을 미쳤다. 당시 부산 감천항 국제수산물도매시장에서 거래된 일본산 수산물(선어) 가운데 명태는 사고 두 달 뒤 94.2%가 줄어 수입이 거의 중단됐다. 갈치와 기타 선어도 각각 97.9%, 52.2% 줄었다. 일본산 수산물만 문제가 아니었다. 서울 노량진수산시장에서는 사고 이후 3개월간 하루 평균 수산물 거래량이 12.4% 줄었다. 당시 국내 대형마트에서도 수산물 기피 현상이 일었다.

2023년 3월8일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의 오염수가 저장된 탱크 전경. REUTERS

2023년 3월8일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의 오염수가 저장된 탱크 전경. REUTERS

안전 여부 무관하게 수산업은 ‘타격’ 예상

일부 품목은 사재기와 품귀 현상도 있었다. 최근 사재기 현상이 인 천일염은 2011년에도 마찬가지였다. 사고 직후 소비자, 관련 업자의 구매량이 폭증했고 전년 이월 재고가 순식간에 소진됐다. 핵발전 사고 직전 30㎏들이 1포대(2010년산)에 1만원가량이던 것이 2011년 4월 중순 3만원으로 치솟았다. 미역은 10㎏에 6만~7만원에서 12만~13만원으로 92% 급등했다.

일본산 수산물 수입은 2010년 총 수산물 수입액의 6.7%이던 것이 2011년 4.0%로, 다시 2012년 2.9%로 지속적으로 줄었다. 2014년엔 국내 수산물 총수입액이 크게 늘었지만 일본산 비중만 2.3%로 줄었다. 후쿠시마 핵발전 사고 이전 국내 소비자는 일본산 수산물 선호도가 높았지만 이후론 외면했고, 급기야 국내산으로 속이거나 원산지 표시를 하지 않고 판매하는 사례마저 나왔다. 문제는 이런 영향이 일본산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후쿠시마 핵오염수 유출이 확인된 2013년엔 국내에 다시 ‘수산물 사태’가 일었다. 2013년 8월19일 도쿄전력은 후쿠시마 제1원전 냉각수 탱크에서 300㎥의 오염수가 유출돼 500m 떨어진 바다로 유출됐다는 사실을 시인해 국제사회를 방사능 오염의 공포로 몰아넣었다. 당시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의 ‘일본 원전 방사능대책 대응반’ 자료를 보면 2013년 3분기에 예년 대비 30% 이상 수산물 소비가 줄었다. 정부가 수입수산물의 방사능 안전성 검사를 강화하고 일본산 수산물의 수입을 금지하는 한편, 해역과 유통수산물에 대한 방사능 모니터링 정보를 공개했음에도 수산물 소비는 회복되지 않았다. 2014년에 어느 정도 회복됐지만 역시 예년 수준은 아니었다.

최근 천일염 가격 폭등 현상을 보면 핵오염수 방류 이후 이런 상황이 당연히 재발될 것으로 봐야 한다. 실제 2022년 11월 제주연구원이 제주도의 의뢰를 받아 시행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결정에 따른 피해조사 및 세부 대응계획 수립 연구' 결과를 보면, 국민 1천 명 대상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3.4%가 “후쿠시마 오염수가 방류되면 수산물 소비를 줄이겠다”고 답했다. 제주연구원이 추정한 소비 감소폭은 44.6~48.8% 수준인데, 이를 연간 피해액으로 환산하면 3조7200억원 정도다.

“소비 침체 대책 마련 시급”

5월22일 열린 후쿠시마 핵오염수 관련 국회 토론회에 참석한 박준모 수협중앙회 수산경제연구원 연구원은 “특히 이번 방류는 이전의 일시적인 방출과 달리 30년 동안 방류하겠다는 것으로 한 세대에 걸친 것이다. 2011년, 2013년에도 수산물 소비 감소로 일선 수협이 경영 위기를 겪은 적이 있는데 산지 위판장에서부터 철저한 안전성 검사를 실시해 소비 단계에서 발생할 소비자의 불안감을 불식해야 한다. 지역경제와 어업인의 소득 안정 차원에서 반드시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핵오염수 방류를 앞두고 한국 정부가 이를 “안전하다”고 강조만 할 것이 아니라 소비 침체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6월12일 국회 앞 전국어민대회에서 발언자로 나선, 전남에서 왔다는 어민 박정희씨는 “오염수 투기가 시작되면 어민들이 성난 파도와 싸우며 잡아온 생선, 밤낮으로 양식장에서 기르는 김 등은 소비 감소로 팔리지 않을 것”이라며 “모든 국민은 오염수를 배출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정부와 국회의원은 오염수를 절대적으로 막아달라”고 당부했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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