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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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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우리도 기쁘게 삽시다”

[독자와 함께]‘아름다운 동행’ 참여 독자 인터뷰
등록 2012-09-08 11:08 수정 2020-05-03 04:26

“으하하하, 나한테도 이런 일이….” 전화기를 타고 전해지는 양주희(31) 독자의 웃음소리가 호탕하다. “우울한 얘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마침 잘됐다. 남편한테 자랑부터 해야겠다.” 주저 없이 인터뷰가 이어졌다.

-소개 부탁드린다.

=8년차 사회복지사다. 서울 서초구에 있는 까리따스 방배종합사회복지관에서 일한다.

-허걱, 두 딸이 지난 2월까지 그곳 어린이집을 다녔다.

=우와, 정말인가? 어찌 이런 인연이….

-구체적으로 하는 일은.

=장애아동 재활치료를 맡고 있다. 복지관에선 자폐성 장애인 대상 교육을 비롯해 다양한 사회복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사회복지사들의 처우가 열악한데.

=힘든 건 사실이다. 사회복지 정책은, 뭐랄까, ‘정권’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지난해) 서울시장이 바뀐 뒤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무엇보다 복지 현장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려는 노력이 느껴진다.

-전국귀농운동본부를 후원단체로 정한 이유는.

=환경에 관심이 많다. 예전엔 텃밭을 가꾸기도 했다. 시댁이 강화도인데, 조금 더 있다가 강화로 가서 살고 싶은 생각도 있다. 귀농 관련 책을 보다가 자연스레 후원하게 됐다. 언젠가는 땀 흘려 일한 만큼만 벌어서 살아가고 싶다.

-기억에 남는 기사가 있다면.

=보통 (독자 인터뷰에서) ‘노동 OTL’ 얘기를 많이 하더라. 나는 ‘병원 OTL’을 관심 있게 봤다.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하는 건데, 돈이 관련되다 보니 기본을 돌아보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의료진 생계 문제도 있고, 결국 구조적인 문제인 것 같다.

-아쉬운 점은 없나.

=환경문제를 좀더 많이 다뤄줬으면 한다. 사람들이 비판은 많이 하는데, 이를테면 ‘탈핵’을 말할 때 이를 위해 내가 실천해야 할 게 뭘까를 생각했으면 좋겠다. 에어컨을 끈다든지,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든지. 작은 일이지만, 귀찮고 실천하기도 쉽지 않다. 나랑은 관계없는 일로 여기는 경우도 있고. 하지만 핵발전소나 송전탑이 내 부모가 사는 땅에 들어선다면 다르지 않을까? 나만 사는 게 아니니까, 후손에게 빌려서 살고 있는 세상이니까. 이런 점을 함께 생각할 수 있도록 쉽고 흥미롭게 다뤄주면 좋겠다.

-끝으로 제안하고 싶은 게 있다면.

=제안은 됐고, 동료들에게 한마디 하고 싶다. 사실 인터뷰 전화 오기 직전까지 ‘우울한 얘기’를 하고 있었다. 사회복지 분야에서 열심히 일하는 동료들에게 ‘응원하고 지지한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 그리고 이젠 우리도 기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이웃의 기쁨과 행복만 생각하지 말고, 우리도 기쁘고 행복하게 살자고 말이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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