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갑자기 막내아들이 질문을 하네요. 사람들은 왜 음식을 먹을 때 ‘간에 기별도 안 간다’고 할까요? 음식은 입으로 들어가면 위로 내려가잖아요. 왜 위 대신 간일까요? (보랏빛향기)
<한겨레> 류우종
사람 머리뚜껑 열기를 밥뚜껑 뒤집듯 하는 의학 드라마 을 요즘 열심히 보고 있습니다. 제 의학적 소견을 이강훈 선생(신하균)식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제~가 설명할 수 있습니다. 하도록 해주십시오. 배 터지도록 먹으면 위가 팽창하고, 팽창한 위가 간을 압박하기 때문에 ‘기별’을 전한다는 ‘위팽창간압박론’으로 설명 가능합니다. 제~가 수술할 수 있습니다. 하도록 해주십시오.” 무지한 기자들이 무시하네요.
막내아들인 기자도 일단 어머니에게 물어봤습니다. 예순이 넘어 대학에서 한방건강학을 공부하신 어머니는 요즘 남편과 아들을 금강불괴로 만들려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침과 뜸을 놓고 주야장천 약선요리를 먹이는 데 여념이 없으십니다. “음식을 먹으면 식도를 거쳐 위로 가고 그 영양분이 간이나 폐로 가는 길이 있어. 간·심·비·폐·신 오장에 또 육부라고 있잖아. 너무 적게 먹으면 영양분이 다 못 가는 거지. 가다 말아버리는 거야. 그러니 간에 기별도 안 간다는 말이 나온 거고.” 허준 같아요. “요즘 밥은 먹고 다니니?” 술 마셔요. 그런데 옛날 사람들이 그걸 어찌 알았을까요? “옛사람들이 얼마나 지혜로운지 알아? 옛날 사람들도 해부도 하고 할 건 다 했잖아.” 어머니, 죄송해요. 다른 사람한테도 물어볼게요.
이번에는 서양의학에 물어보기로 했습니다. 서울시 북부병원 가정의학과 전재우 과장이 전화를 받았습니다. “위에서 소화가 된 다음에 간으로 가는 게 맞습니다.” 네? “음식물이 소화되면 영양분, 그러니까 탄수화물·단백질 같은 기본 단위들로 분해돼서 에너지로 저장돼야 합니다. 영양분을 에너지로 바꾸는 대사작용 대부분이 간에서 이뤄집니다.” 간은 해독작용만 하는 게 아니었군요. “네. 간의 가장 큰 기능이 이런 대사작용입니다.” 의학계에 바람을 몰고 올 ‘위팽창간압박론’을 제시했더니 이런 말이 돌아왔습니다. “그러지는 않을 것 같네요. 간은 통증을 못 느끼는 기관입니다. 간암이 생겨도 못 느끼지 않습니까. ‘간에 기별도 안 간다’는 말은 한의학적으로도 풀어볼 수 있겠네요. 우리말 중에 오장육부와 관련된 것이 많잖아요?”
‘위팽창간압박론’이 무참히 깨진 기자는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 한다’는 말처럼 이번에 또다시 한의학에 기대기로 했습니다. 청년한의사회 학술국장을 맡고 있는 이창열 인의한의원장은 “기본적인 설명은 서양의학적 해석과 비슷하다”고 합니다. “양방생리학의 영양소 등을 한의학에서는 ‘정’이나 ‘혈’이라는 말로 대체하면 되는데요. 위에서 소화작용을 거쳐 간으로 정, 혈을 보내고 저장하게 되는데, 너무 적게 먹으면 간으로 보내지도 못하고 위에서 끝나버리는 상황이 되는 거죠.” 음, 조상의 빛나는 얼을 무시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정말 옛사람들은 이걸 알았을까요? “옛 분들도 인체의 생리기전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런 말이 나왔다고 봅니다. 간이 크다, 담대하다처럼요. 이런 말들이 생활 속에 녹아들어 민초들도 자연스럽게 사용하게 된 거지요. 민초들이야 이런 내용까지 알고 사용하지는 않았겠지만 자연스럽게 두루두루 쓰이게 됐다고 봅니다.”
역시, 간이라고 하네요. 차두리, 보고 있나?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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