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왜 밤에는 어떤 일이든 잘되는 걸까?’ 예를 들어 야구 동영상을 보거나, 혼자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거나 등등 말이죠. 중학교 시절 황동규 시인의 ‘즐거운 편지’를 배울 때 국어 선생님이 감수성은 낮보다 밤에 더 풍부해진다며 ‘즐거운 편지’도 밤에 쓰였다고 하더군요. (독자 김진영)
수능을 준비중인 수험생. 한겨레21 류우종
A. 흠, 저도 ‘밤의 사나이’ (저기서 우~ 하는 소리가 들리는군요) 아니 ‘밤의 여인’이라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기자생활 어언 12년 동안 기사의 8할을 어둠이 내린 다음에 쓰지 않았을까 싶어요. 질문에 백분 공감하며, 십분 의심하며 전문가들에게 물었습니다.
(옆에서 취재하는 김남일 기자보다는 덜 비굴한 목소리로) “선생님, 왜 밤에는 어떤 일이든 잘 되나요?” 고맙게도 김의중 을지의대 정신과 교수가 잠시 생각하시더니 답합니다. “질문한 분이 올빼미형인가 보군요. 원래 밤에 잘 집중하는 분도 있고, 새벽에 잘 집중하는 종달새 타입도 있어요. 사람마다 다르지요.” (무언가 간절히 바라는 목소리로 더 묻습니다.) “혹시 일반적인 기준은 없나요?” 다시 선생님이 답하십니다. “인지기능, 그러니까 집중력을 측정한 연구가 있는데, 하루 주기 중에 최고조는 자기 직전이라고 해요. 그러니까 늦게 주무시는 분은 밤에 집중력이 좋아지죠.”
독자가 밤에 야구를 본다면, 저는 축구를 봅니다.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EPL)가 그토록 적절한 심야 시간에 하지 않았다면, 이토록 골의 환희가 살갗을 파고들고 패스의 즐거움이 눈을 빼앗았을까요. 아, 저에게 가장 달콤쌉싸름한 순간은 새벽 2시, 이제는 자려고 하는데 정말로 마지막 하면서 돌린 ‘테레비’에서 이틀 전 그날처럼 아시아남자배구선수권대회 준결승, 한국과 이란 경기 같은 것을 할 때에요. 이번 세트만 봐야지 하다가 마지막 포인트까지 하염없이 보다 보면, 어느새 새벽 3시가 넘습니다. 그런 다음날인가, 하어영 기자가 밥을 먹다가 “‘라디오 스타’를 꽤 좋아하는데, 기다리다 자꾸 눈이 감겨서 고생했어요” 하더군요. 이 친구 한때 방송 담당 기자였거든요. 영원한 제 인생의 목표는 ‘일찍 일어나는 새’가 되는 겁니다. 아, 그렇습니다. 독자님이 책을 읽을 때, 저는 테레비를 봤습니다. 그래요. 인생이 이 모양 이 꼴인 이유는 밤생활이 아니라 테레비 때문입니다.
자본주의보다 나쁜 것은 서구중심주의라고 내심 생각해온 저로서는 동서양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한의사 선생님도 찾았습니다. 같은 책도 여러 권 내신 이유명호 한의사는 “뇌신경 12계열 중에서 4개가 시각에 배속돼 있다”며 “오감 중에 3분의 1을 차지하는 시각 정보가 밤에는 많이 차단돼 저자극 속으로 들어가니까 머리에 빈 공간이 생긴다”고 말합니다. 그러니까 낮에는 눈을 뜨고 있으면 왼쪽에서 오른쪽까지 파노라마로 다양한 빛이 잡히는데, 밤에는 아무래도 사방의 정보가 줄어드니 밤에 집중이 잘 된다는 겁니다. 그리고 덧붙이길, “밤에는 (눈을) 닫고 자라는 이치”라고 합니다.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여러분, 밤에는 잡시다. 오랜 밤생활에 지친 기자의 다짐입니다.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노희경 작가는 프리랜서지만 아침부터 저녁까지 직장인처럼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을 정해놓고 글을 쓴다고 합니다.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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