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

한겨레21

기사 공유 및 설정

천안함은 질기게, 월드컵은 됐고!

다른 매체보다 집요한 천안함 의혹 취재 “지겨울 정도”…
월드컵에 매몰된 6·25 “<한겨레21>다움 약해져”
등록 2010-07-22 16:25 수정 2020-05-03 04:26
〈한겨레21〉 812호~818호.

〈한겨레21〉 812호~818호.

더웠다. 7월13일, 812호~818호를 훑은 20기 독자편집위원회의 두 번째 회의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정다운 위원이 참여하지 못했음에도 한겨레신문사 4층 회의실을 뜨겁게 덥혔다. 얼음을 가득 담아 미리 사둔 아이스티 잔도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에너지가 다 닳아 없어질까봐 시간이 지날수록 위원들의 말도 조금씩 짧아졌다. 짧은 문장에 핵심을 담아 얘기하다 보니 한마디 한마디가 촌철살인이었다. 그래서 덥고 무서운, 정글 같았던 회의.

사회: 비교적 가까운 818호부터 얘기해보자.

이연경: 표지에 실린 삽화의 의도를 모르겠더라. 나무 그림이 있어서 처음엔 환경 얘기려나 생각했다. 표지이야기 ‘삼성전자·현대차, 그들만의 경기회복’을 읽다 보니 무슨 뜻인지 알겠더라.

전우진: 얘기가 피상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하청업체의 노동자가 감원, 복지 축소 등으로 인해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구체적으로 제시해줬다면 더 와닿았겠다. 현대차와 삼성전자 부품업체의 실적을 표로 보여줬는데, 외국계 업체들도 있더라. 부품업체 중에서도 외국계와 국내 업체의 통계를 따로 냈다면 어땠을까. 모기업의 발주에 벌이를 의존하는 국내 업체와 그렇지 않은 외국계의 상황이 다를 테니 또 다른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을까.

이연경: “공정한 하도급 거래 질서를 마련해야 한다”는 식의 대안 제시는 구체적이지 못한 것 같다.

천연 모기약 제조법… 생활 밀착형 기획 계속되길

김경민: ‘고명섭 기자가 추천하는 인문서 16선’은 어땠나.

변인숙: 주목받은 인문서를 한꺼번에 정리해주니 유익했다. 번거롭더라도 특정 시즌에 맞춰 인문서나 문학 등 분야별로 추천 도서 목록을 마련해주면 좋겠다. ‘책 속의 책’ 부분을 따로 뗄 수 있어서 편리했다. 친구한테도 휴가 가서 보라고 책 추천 겸 한 권 사줬다.

이연경: 기획 ‘더우니까 여름이다 물리니까 사람이다’는 어땠나. 난 천연 모기향 정보가 좋았다. (김경민 적극 동조)

변인숙: 해봤나?

이연경: 아직. (웃음) 그런데 에어컨 없이 사는 건 따라 할 엄두를 못 내겠더라.

김경민: 경기장에서 한 사람이 일어나면 뒷사람도 경기가 안 보여서 일어서야 하지 않나. 에어컨을 끄고 사는 문제도 그런 것 같다. 한 사람이 에어컨을 켜니 세상이 더워지고 그래서 모두 에어컨을 끼고 살 수밖에 없어지는.

김대훈: 나는 햇빛을 차단해 더위 막는 것을 따라 해봤다. 어, 진짜 시원하더라. 이런 기획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 이번 여름방학 때 인도에 봉사활동 하러 가는데 천연 모기약을 만들어갈 참이다.

김경민: 레드 기획 ‘동서양의 라쇼몽, 구로사와 아키라’는 어땠나. 난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과는 초면이어서 낯설었다. 더 큰 문제는 기사를 읽은 뒤에 그의 영화를 한번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들었다는 것이다.

변인숙: 구로사와 감독 탄생 100주년을 날짜 꼽으며 기다리는 사람도 있었는데? 그런데 김경민 위원의 말처럼 현재 우리의 대중문화와 이 옛날 감독을 어떻게 연결지을 수 있을지 등을 함께 소개했다면 더 알찼을 거다.

사회: 올해는 6·25 발발 60주년이 되는 해다. 한국전쟁과 관련한 기사는 어떻게 생각하나.

김대훈: 817호 특집 ‘오늘도 계속되는 한국전쟁을 묻다’는 ‘참여형’ 기사였다. 선택지를 고르면서 학자들과 나의 의견을 비교해볼 수 있었다. 석학들의 대담에 끼어든 느낌이라서 좋았다.

이연경: 그런데 모두들 한반도의 미래를 긍정적으로만 보던데, 한국을 연구하는 이들 중에 다르게 생각하는 이도 있지 않을까. 생각이 여기에 미치니 설문에 참여한 이들의 대표성에 의심이 들었다.

변인숙: 설문에 참여한 학자들이 어떤 연구를 하는 사람들인지 소개가 없어서 아쉬웠다.

두 권에 나뉜 6·25 특집, 집중도 떨어져
제20기 독자편집위원회

제20기 독자편집위원회

김경민: 나는 재미있게 읽었다. 특히 대북 정책 평점이 흥미로웠다.

변인숙: 6·25 기사가 816호와 817호 두 권에 나뉘어 있어 힘이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김경민: 오늘 회의에 오기 전에 기사를 다시 읽었는데 요즘 민간인 사찰 문제와도 겹쳐 보이더라.

김대훈: 요시찰카드 관리가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데, 이미 끝난 일처럼 얘기해서 아쉬웠다. 디자인이나 사진 색감이나 다 옛날 일처럼 보이게 하는 편집도 그렇고.

박지숙: 기사 분량이 너무 짧았다. 변인숙 위원도 얘기했지만 월드컵에 6·25가 매몰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이거 답지 않은 것 아닌가.

사회: 812·814·815·816·817호는 천안함과 월드컵을 주제로 표지 기사를 썼다. 여러 호에 걸쳐 다룰 만큼 큰 사안인 두 주제에 대해 얘기해보자.

김경민: ‘월드컵, 국가를 들으며…’라는 제목의 817호 ‘만리재에서’부터 얘기하자면 개인적으로 공감했다. 그리스나 아르헨티나 국가 가사를 해석한 자막을 보면서 ‘아, 참 좋다’ 생각했다. 축구 3부 리그 부천FC 선수들을 다룬 816호 표지이야기는 엘리트 스포츠 위주인 한국 프로스포츠 육성의 이면을 짚어줘서 좋았다. 여기서 조금 더 나가 진짜 바닥까지 긁어주면 좋겠다. K3 리그 선수들 중에서도 2군 선수를 다룬 기사. 그들의 애환도 분명 절절할 텐데.

변인숙: 817호는 뜬금없었다. 앞선 호에서는 남아공, K3 리그 얘기를 하다가 갑자기 다른 데서도 다 하는 식의 경기 결과를 전하는 기사를 써서 조금 실망스러웠다.

김대훈: 공부만 하던 애가 춤 한번 춰보겠다고 나선 꼴이었다. 이건 뭐 아드레날린을 폭발시키는 것도 아니고. 월드컵 자체를 다룬 기사는 전문지에 훨씬 깊고 뛰어난 내용이 많은 게 사실이다. 표제가 ‘그러나 아름다웠다’인데 이게 뭐가 아름다운가. 독자가 잡지를 받았을 무렵에는 이미 흔한 정보가 돼버렸는데. ‘그러나’가 어울리려면 안정환이나 이동국처럼 이번엔 많이 뛰지 못했지만 한때 아름다웠던 이들을 다루는 게 나았겠다.

이연경: 시의성과 잡지의 색깔 사이에서 고민한 끝에 오히려 안 좋은 결과를 낸 느낌이었다.

김대훈: 장고 끝에 악수 둔 거지.

박지숙: 817호에서 월드컵 얘기가 끝났는데, 우리 경기가 끝났다고 해서 완전히 총정리를 해버리는 건 아닌 것 같다. 국제적인 경기를 국가적으로 보지 말자는 게 의 색깔이라고 생각하는데 아쉽다.

사회: 다른 큰 주제인 천안함 기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김경민·전우진·이연경: 끈질기게 논의해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조금 지겹다.

변인숙·김대훈: 아니, 오히려 시간이 지나면서 민·군 합동조사단의 발표가 잘못됐다는 게 조목조목 지적되면서 일관적으로 정리되는 느낌이다. 우리 같은 정기구독자가 아닌, 그냥 가판에서 가끔 사보는 독자를 위해서는 이 문제를 계속 환기해줘야 한다.

천안함 문제, 끈질기게 계속 다뤄라

전우진: 812호 표지이야기 ‘책임자를 처벌하라’에서 처음 천안함을 다뤘을 때는 논조가 지나치게 정부 탓을 하는 느낌이었다. 군이 뭘 잘못했는지 꼼꼼하게 따지지 않아서 기사가 설득력을 잃었다.

변인숙: 합조단 발표 당시에는 합조단이 증거를 충분히 내놓지 않아 오히려 반박할 여지가 적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후 의문이 계속 생기고 문제가 제기되니까 조금씩 뭔가를 보여주는데, 그들의 논리가 일관되지 못해서 더 믿을 수 없는 게 문제인 듯하다. 어쨌든 이 다른 매체보다 훨씬 질기게 천안함을 다뤄주는 것은 고맙다.

김대훈: 816호 기획 ‘가난뱅이 500만원 결혼 대작전’은 어떤가. 난 이 기사를 읽고 희망을 얻었다.

박지숙: 나는 오히려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생각을 했다. 한국의 결혼문화에 문제가 있긴 하다. 하지만 막상 당사자들은 예단·예물을 좋은 걸로 하고 멋진 식장에서 ‘뽀대나는’ 결혼식을 하는 꿈을 꾸게 된다. 과소비 결혼식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부모에게 손 벌리고 빚까지 내가며 결혼하는 이들의 이중성을 한번 짚어주고 기사를 시작했다면 달리 읽혔을 것이다. 단어 선택에도 유의해야 한다. ‘가난뱅이’라는 단어. 이거 정말 가난한 사람이 읽으면 상처받는다. 이들의 결혼 내용을 보면 빈곤으로 바닥을 친다거나 하는 식도 아니다. 왜 이게 가난뱅이냐. 같은 내용이라도 표현을 달리했다면 희망을 주는 기사가 됐을 거다.

연재 끝난 ‘목민관 열전’ 해외 버전은 어떨까

사회: 그 밖에 다른 의견이 있다면?

변인숙: 815호를 마지막으로 ‘조선 목민관 열전’이 끝났는데 재미있게 읽은 연재물이라 아쉽다. 목민관 열전의 해외 버전은 어떨까.

박지숙: 우리는 5천 년 역사에서 유독 옛날 이야기는 조선에 대해서만 많이 쓴다. 고려·신라에도 훌륭한 정치인이 있었을 텐데, 좀 더 시야를 넓혀 또 다른 이야기를 전해주면 좋겠다.

박지숙: 쌍용차 파업 1주년을 다른 일간지 등에서 특집으로 다룬 건 못 봤는데, 812호 특집1 ‘해고는 살인이었다’가 이를 잊지 않고 다뤄줘서 좋았다. ‘해고는 살인이었다’는 말 자체가 수사로만 읽힐 수 있는데 그게 현실임을 기사로 풀어줬다. ‘먹튀 자본’에 대한 논의도 외국 자본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줬다.

김대훈: 상하이차가 자기 주식을 감자하고 떠났다는 건 어쨌거나 자기 책임은 지고 나갔다는 건데, 외국 자본만 탓하기는 논리가 좀 빈약하다는 느낌이어서 혼란스러웠다. 그런데 우리도 먹튀 많이 하지 않나.

이연경: 관점의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나중에 먹튀 자본에 대해서도 자세히 다뤄주면 좋겠다.

전우진: 작은 기업들 사이에는 쌍용차와 같은 사례가 부지기수로 있는데, 사실 쌍용차가 크니까 주목받은 거다. 사회의 구석구석을 좀더 면밀히 보고 제도적으로 이들을 구제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독편위가 매긴 연재 칼럼 별점
취향도 달라요, 재미의 포인트도 달라요

20기 독편위의 분위기는 화기애애하다. 큰 사안을 논의할 때도 첨예하게 날을 세우기보다는 서로의 의견을 존중해주는 편이다. 그런데 이들의 의견이 유독 갈리는 때가 있다. 에 실리는 크고 작은 연재 칼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때면 취향과 관심사에 따라 의견이 갈가리 쪼개진다. 연재 칼럼에 대해 티격태격하는 의견을 들었다. 애정과 비판이 동시에 담긴 별점도 받았다.



1910~2010 가상역사 ‘만약에’
변인숙: 과거의 ‘만약’은 성찰의 계기 ★★★★★
김경민: 만약에 이랬다면? 자꾸만 상상하게 하는 글 ★★★★
김대훈: 가끔은 가벼운 주제로도 ‘만약에’ ★★★★

금태섭의 책 속에 이런 법이?
전우진: 시의적절한 내용에 맞춘 책 선정 ★★★★★
정다운: 책 한 권으로 넓고 깊어지는 철학적 사유 ★★★★☆
김경민: 그러나, 때로는 너무 산으로 가고… ★★★☆

사이언스온
변인숙: 어렵지만 넘고 싶은 과학의 산 ★★★
전우진: 과학 기사 필요하긴 한데… ★★
박지숙: 과학은 어렵다. 그런데 글도 어렵다 ★

아이돌 탐구반
김대훈: 아이돌이 없어질 때까지 계속돼야 한다, 쭉~ ★★★★
김경민: 때론 사회현상과 아이돌을 너무 억지스레 엮는다 ★★★★
정다운: 읽어도 읽어도 아이돌은 모르겠네 ★★

신형철의 문학 사용법
변인숙: ‘구태여’ 문학이어야 한다 ★★★★★
정다운: 때때로 너무 감상적이지만 ★★★★
김대훈: 어떤 사용법? ★★★

이주일을 웃겼다
변인숙: 팩트와 위트가 만났다 ★★★★
김경민: 꾸준한 웃음에 박수를 ★★★★☆
정다운: 웃긴다. 하지만 중심을 잃고 웃기기만 할 때도… ★★★

노는 인간
변인숙: 유쾌한 따라쟁이, 한량들의 사설학원 ★★★★★
정다운: 참신한 놀이 방법 ★★★
전우진: 그러나 나와는 먼 노는 현실 ★★★

입만 살아가지고
김대훈: 주머니는 가볍지만 입은 고급인 사람에 대한 르포 ★★★★★
정다운: 무거운 기사에 찌들려 있다 해장국 마신 기분! ★★★★
변인숙: 입이 살아야 생활의 재미도 업! ★★★

김변은 드라마작가 지망생
김경민: 한마디씩 던지는 촌철살인, 이런 콘셉트 좋다 ★★★★
변인숙: 드라마 취향은 역시 사람마다 달라 ★★★
정다운: 우엥, 드라마를 안 봐서 하나도 모르는 사람은요?! ★★

한동원의 씽 쌩 썽
변인숙: 듣고 싶어지는, 권유의 글 ★★★★
김대훈: 장르에 대한 취향은 모두들 제각각 ★★★
정다운: 구구절절 공감한다 ★★★

엄마가 됐어요!
김대훈: 이거 읽고 결혼하면 사랑받는 남편이 될 듯 ★★★★★
김경민: 어머니 왈, “너도 ‘등센서’ 있었다” ★★★★★
이연경: 엄마 생각도 나고 ★★★★☆

즐거운 섹스, 건강한 삶
박지숙: 서먹한 부부들에게 꼭 필요한 칼럼 ★★★★
변인숙: 너무 고전적인 문투 ★★★
김대훈: 세대별 즐거운 섹스로 나눠보는 건? ★★

S라인
정다운: 신나는 스포츠 중계! ★★★★
김경민: 스포츠 팬의 주관적이며 명료한 의견, 맘에 든다! ★★★★
김대훈: 스포츠 기사에 힘을 실어주세요 ★★★★



임범의 내가 만난 술꾼
정다운: 술을 못 마시는 사람도 묘하게 끌리네 ★★★★
변인숙: 다른 사람들의 다른 이야기 ★★★★
김경민: 따뜻, 진솔 ★★★★

88만원 세대의 88한 놀이
김대훈: 그래, 세상은 재미있는 곳이야! ★★★★★
변인숙: 젊은 삶, 기록 일지 ★★★★
이연경: 관심 가는 소재일 때만 읽히는 건 어쩔 수 없네 ★★★

사회·정리 신소윤 기자 yoon@hani.co.kr

한겨레는 타협하지 않겠습니다
진실을 응원해 주세요
맨위로